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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루니의 '호날두 놀이', 맨유에게 독이다

 

웨인 루니(24,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하 맨유)의 득점포가 거침없는 요즘입니다. 루니는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5경기 5골로 저메인 디포(토트넘)과 함께 리그 득점 공동 1위를 기록중입니다. 2004년 8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이적 이후 프리미어리그에서 다섯 시즌 동안 11-16-14-12-12골 넣으며 꾸준히 10골 넘겼다면 이제는 그 이상의 기록을 세울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동안 프리미어리그 득점왕과 인연 없었던 루니의 꿈이 어쩌면 현실화 될지 모를 일입니다.

루니의 출중한 득점력은 맨유 전력에 큰 보탬이 됐습니다. 루니는 맨유가 5경기에서 기록한 11골 중에 거의 절반인 5골 넣었습니다. 슈팅 숫자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맨유가 5경기에서 날렸던 101개의 슈팅 가운데 33개의 슈팅을 날리며 팀 슈팅의 3분의 1을 도맡았습니다. 디미타르 베르바토프가 14개, 마이클 오언이 3개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루니의 슈팅과 골이 맨유의 승리를 결정짓는 요소가 되었던 겁니다. 공교롭게도 맨유가 0-1로 패했던 지난달 19일 번리전에서는 루니의 득점포가 침묵을 지켰습니다. 루니 득점력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는 것입니다.

그런 루니는 맨유의 에이스입니다. 팀 공격을 이끄는 구심점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에 동료 선수들에게 많은 골 기회를 받을 것이며 선수 본인도 상대 골망을 흔들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맨유가 올 시즌 여러 대회에서 우승하려면 루니의 득점포가 꾸준해야합니다. 지난 시즌까지 팀의 에이스로 뛰었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의 득점력에 의존했다면 이제는 루니가 '호날두 놀이'에 충실해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5경기에서 5골 넣으며 에이스 역할을 무난하게 소화중입니다.

루니는 호날두와 다른 타입의 에이스 입니다. 호날두가 무리한 드리블 돌파와 볼을 끄는 플레이로 팀 공격을 저해하는 이기적인 모습을 보였다면 루니는 이타와 이기적인 성향의 장점을 골고루 갖추었습니다. 골을 노리면서도 넓은 활동폭과 부지런한 움직임으로 동료 선수들의 공격 기회를 도우며 팀 플레이를 위해 아낌없이 희생했습니다. 어쩌면 루니가 호날두보다 매력적인 에이스로 평가받을지 모를 일입니다.

하지만 루니의 호날두 놀이는 오직 긍정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루니가 맨유의 에이스로서 두각을 나타낼수록, 루니를 향한 상대팀의 집중 견제는 늘어날 것입니다. 호날두가 42골 넣었던 2007/08시즌에 비해 지난 시즌 25골로 득점력이 떨어진 것도, 지난 시즌 중반 9경기 연속 무득점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원인은 상대팀의 집중 견제였습니다. 맨유가 호날두의 드리블 돌파를 앞세운 공격을 근간으로 삼는 것을 상대팀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호날두에게 향하는 부담이 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제는 루니가 그 부담을 떠맡게 됐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리그 1위 첼시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첼시 골잡이 디디에 드록바는 12일 스토크 시티전에서 5백을 구사한 상대팀의 집중 견제에 고전을 면치 못해 패스 시도가 16개에 그쳤고 그 중에 8개가 부정확하게 향했습니다. 전반 45분에는 상대 수비진의 집중력이 허술한 틈을 노려 골을 넣었지만 평소처럼 상대 수비에 위협을 가하는 포스트 플레이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스토크 시티 수비수들은 드록바를 철저히 애워쌓았고 미드필더들이 앞선에서 드록바쪽으로 향하는 공격 길목을 차단하는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골을 잘 넣는 선수들은 상대팀의 경계대상 1호가 될 수 밖에 없음을 맨유와 루니가 명심해야 합니다.

그리고 맨유는 앞으로 UEFA 챔피언스리그, 칼링컵 일정까지 소화하는 바쁜 일정에 직면했습니다. 10월 4일 선더랜드전까지 앞으로 1주일에 2번 경기를 치러야합니다. 문제는 루니를 매 경기에 선발로 투입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루니는 최근 한달 동안 커뮤니티 실드와 A매치 3경기를 포함해 총 9경기에 선발 출전했고 748분 동안 그라운드를 누비는 바쁜 일정을 보냈고 앞으로도 빠듯한 일정을 소화해야 합니다. 지난 시즌의 호날두처럼 꾸준히 선발로 투입하기에는 선수 본인과 맨유 전력에 마이너스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루니는 야수같은 체력과 왕성한 활동량을 자랑하는 선수입니다. 하지만 루니는 호날두가 아닙니다. 호날두는 부상을 이겨낼 수 있는 내구성이 뛰어나고 체력 회복이 빠르지만 루니는 잦은 부상으로 신음했던 이력이 있습니다.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스쿼드 로테이션 시스템을 신봉하지만 지난 시즌의 호날두는 예외였고 루니에게는 베르바토프-테베즈와 더불어 로테이션을 적용했습니다. 하지만 호날두가 없는 현 시점에서 루니의 출전 빈도를 늘리면, 루니의 부상 염려가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루니의 호날두 놀이는 위험한 요소가 끼어있습니다.

문제는 맨유의 공격 시스템에서 루니가 빠질때의 플랜B가 아무런 검증을 받지 못했습니다. 루니가 빠지면 주전 공격수로 누구를 기용하고 어느 선수를 공격의 구심점으로 활용할지 그에 대한 실험 기회가 부족했습니다. 물론 '오언-베르바토프' 투톱이 있고 마케다-웰백 같은 유망주들이 있지만 올 시즌 공식 경기에서 많은 기회를 얻지 못했습니다. '루니-베르바토프' 투톱을 고수하거나 '루니 원톱-긱스 공격형 미드필더' 체제의 카드를 꺼내며 루니에 대한 역량을 키우는데 중점을 맞췄던 것이 플랜B 구축이 지지부진했던 원인으로 작용했습니다.

맨유는 호날두가 존재하던 시절에 확실한 플랜B가 있었습니다. 호날두가 못하면 루니가 공격에 힘을 실어주거나, 아니면 루니가 측면에서 이타적인 역할에 힘을 실으며 베르바토프 또는 테베즈가 호날두와 함께 골을 노리는 전술을 구사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호날두-테베즈 없이 공격을 운용해야 합니다. 베르바토프는 지금도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호날두-루니처럼 믿고 맡길 수 있는 공격 자원이 되지 못했습니다. 루니가 빠지면 공격 파괴력 약화가 불가피합니다. 베르바토프-오언-마케다의 분발이 전제되어야 루니의 호날두 놀이가 독에 빠질 염려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맨유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4연패를 비롯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려면 루니의 맹활약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루니 한 명에 의존하는 시스템은 장기 레이스에서 한계가 나타날 수 밖에 없습니다. 맨유가 우승컵을 들어올리려면 공격력의 불안 요소를 줄이는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루니의 호날두 놀이는 호날두 공백을 메울 수 있는 완벽한 해답은 아니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