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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첼시 EPL 우승 키워드, 다이아몬드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은 올 시즌 첼시 사령탑을 맡아 팀의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이끌어야 하는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주목을 끄는 것이 바로 다이아몬드 4-4-2(4-1-2-1-2) 시스템입니다. 다이아몬드 시스템은 AC밀란에서 두 번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끈 원동력 역할을 톡톡히 했으며 첼시에서도 같은 전술을 구사하여 우승을 꿈꾸고 있습니다.

사실, 다이아몬드 시스템은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유행하는 트랜드 입니다. 조세 무리뉴 인터 밀란 감독이 자신이 선호하는 4-3-3 정착이 어려움에 빠지자 다이아몬드의 변형 포메이션인 4-3-1-2로 회귀했고 많은 팀들이 다이아몬드를 채택하고 있는 것이 그 예죠. 안첼로티 감독은 시도로프-가투소 같은 기동력이 뛰어난 선수를 좌우 미드필더로 기용하고 안드레아 피를로에게 미드피더 연결고리 역할을 부여하여 창의적인 경기를 풀어가도록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꼭지점 역할인 카카가 프리롤을 맡아 공격을 조율하거나 스스로 공격 루트를 창출하여 많은 팀들을 요리했습니다.

하지만 유럽에서 강력한 압박 능력을 자랑하는 프리미어리그는 다릅니다. 프리미어리그는 세리에A처럼 거친 수비를 자랑하는데다 2~3명의 선수가 상대 공격수 1명을 물고 늘어지고 수비수와 미드필더 사이의 공간을 촘촘히 좁혀 골을 내주지 않는 전략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공간을 내주면 상대에게 쉽게 골 기회를 허용하고, 공간을 얻으면 상대 골문을 향해 쉴틈없는 공격을 펼치는 프리미어리그의 공간 싸움은 치열합니다. 다이아몬드는 선수와 선수 사이의 빈 공간이 많기 때문에 고전하기 쉬운 타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약팀들은 강팀들을 상대로 두꺼운 밀집수비 작전을 쓰는 만큼 첼시의 다이아몬드 전략이 읽히기 쉽습니다.

지난 15일 헐 시티전이 그 예 입니다. 첼시는 헐 시티를 상대로 슈팅 숫자에서 33-8(유효 슈팅 10-2), 볼 점유율 69-31(%)의 우세를 점했고, 헐 시티 진영에서 45%의 볼 점유율을 기록했지만(하프라인 31%, 첼시 진영 21%) 상대 밀집 수비에 고전해 단 두골에 그쳤습니다. 그 두 골도 드록바의 프리킥과 크로스에서 터진 득점이었기에 운이 좋았고 그 결과는 팀의 2-1 승리로 이어졌습니다.(드록바의 결승골이 원래는 크로스였죠.)

하지만 지난 19일 선더랜드전에서는 달랐습니다. 첼시가 넣은 세 골 모두 미드필더진의 역량에 의해 넣었던 골이기 때문이죠. 발라크-램퍼드-데쿠는 후반 6분과 9분, 그리고 24분에 걸쳐 상대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발라크와 램퍼드가 각각 세트 피스 상황과 페널티킥으로 넣은 골 장면이라면 데쿠는 동료 선수들과의 유기적인 공격 전개 과정에서 넣은 값진 골입니다. 미드필더진이 팀의 3-1 승리를 이끌었다는 것은 다이아몬드가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남긴 것입니다.

특히 첼시의 다이아몬드에서는 데쿠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이아몬드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도맡는 공격형 미드필더 1의 자리를 충실히 소화할 적임자로 떠올랐기 때문이죠. 첼시가 헐 시티전에서 고전했던 원인은 램퍼드가 상대 압박에 힘을 쓰지 못했기 때문에투톱 공격수에게 향하는 패스가 부정확했고 드록바가 전방에서 포스트 플레이로 고군분투해야 하는 상황이 빚어졌습니다. 하지만 데쿠는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적시적소의 공간에 날카롭고 절묘한 패스를 뿌려주며 팀 공격의 다채로움을 이끌었습니다. 그 효과는 첼시가 선더랜드전에서 3-1로 승리하는 비결로 이어졌습니다.

데쿠의 선더랜드전 맹활약은 첼시의 다이아몬드가 이상적인 조합을 찾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안첼로티 감독은 램퍼드의 미들라이커 특성을 살리기 위해 꼭지점 자리에 배치했으나 팀 공격의 밸런스 저하로 이어져 성과가 미진했습니다. 하지만 데쿠는 섬세한 패싱력과 빠른 순발력, 지능적이고 침착한 경기 운영으로 팀 공격을 조율하는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습니다. 램퍼드는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부진했으나 에시엔-발라크와 함께 중앙 미드필더를 형성하여 중원의 안정감을 더했습니다. '램퍼드-에시엔-발라크' 조합은 히딩크 체제에서 성공했던 조합이기 때문에 안첼로티 감독의 다이아몬드는 이미 퍼즐이 완성된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다이아몬드에서는 에시엔의 비중도 커졌습니다. 에시엔은 기존의 홀딩 역할에서 벗어나 정확하고 활발한 패싱력으로 팀 공격의 연결고리 역할을 톡톡히 해냈습니다. 헐 시티전과 선더랜드전에서는 미드필더 중에서 가장 많은 패스 시도와 정확도를 기록했으며 각각 92.4%(66회 시도 61회 성공) 96.3%(82회 시도 79회 성공)의 경이적인 수치를 올렸습니다. 2번째로 많은 패스를 시도했던 램퍼드의 39회(28회 성공, 72%) 55회(43회 성공, 78.1%)보다 거의 2배 많은 기록을 세울 정도로 AC밀란 피를로의 역할을 그대로 이어받은 것이죠. 다이아몬드를 통해 만능형 미드필더로 진화했습니다.

물론 다이아몬드 시스템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세 가지의 한계를 이겨내야 하기 때문이죠. 첫째는 아넬카입니다. 아넬카는 지난 헐 시티전에서 동료 선수와의 간격을 좁히지 못하고 홀로 측면쪽으로 빠지는 움직임을 일관하다 후반 33분 교체되고 말았습니다. 선더랜드전에서 선발 출전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것은 안첼로티 감독이 자신의 전술 이해도를 높게 평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증명하고 있습니다. 다이아몬드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공격 마무리가 충분히 뒷받침해야 하며 아넬카가 그 전술에 녹아들어 골을 노리거나 드록바-데쿠의 공격 전개를 도와주는 역할을 소화해야 합니다.

두번째는 윙어입니다. 다이아몬드는 전문 윙어를 두지 않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좌우 미드필더들이 측면과 중원을 번갈아 오가는 역할을 맡아야 합니다. 당연히 수비에 대한 비중이 커질 수 밖에 없으며 측면을 활발히 돌파하는 윙어들의 공격력이 반감되는 한계가 있습니다. 4-3-3의 히딩크 체제에서 왼쪽 윙 포워드로 뛰었던 플로랑 말루다가 안첼로티 체제에서 왼쪽 미드필더를 맡아 수비적인 역량이 늘어난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문제는 곧 부상에서 복귀할 유리 지르코프와 조 콜도 이러한 부분을 감수할 수 밖에 없습니다. 두 선수는 수비 능력이 뒷받침되지 못하면 안첼로티 체제에서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세번째는 안첼로티 감독입니다. 다이아몬드가 선더랜드전에서는 좋은 결과를 거두었지만 앞으로 리그가 36경기 남았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돌발 상황에 직면할지 아무도 모릅니다.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전 첼시 감독이 시즌 초반까지 4-1-4-1 정착에 강한 자신감을 보이다가 중반부터 걷잡을 수 없이 미끄러진 것 처럼 안첼로티 감독의 다이아몬드도 어찌될지 아직은 속단할 수 없습니다. 다이아몬드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하기 어려운 시스템으로 꼽히기 때문에 감독 역량이 중요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나의 시스템을 앞세워 다채로운 공격 전개를 주도해야 선수들의 경기력이 탄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안첼로티 감독은 지난 9일 맨유와의 커뮤니티 실드 종료 후 <스카이 스포츠>를 통해 "다이아몬드 시스템은 올 시즌 첼시의 주 전술이다. 오늘 경기를 바탕으로 부족한 점을 보완할 것이며 계속 발전하면 올 시즌 상당한 효과를 얻을 것이다"며 자신의 전술이 프리미어리그에서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밝혔습니다. 선더랜드전에서 개선된 모습을 보였던 만큼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을 끌 수 밖에 없습니다. 첼시는 맨유-아스날-리버풀과 달리 주력 선수 이탈이 없었기 때문에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의 유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고 있습니다. 과연 첼시가 안첼로티 감독의 다이아몬드 효과를 앞세워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릴지 그리고 UEFA 챔피언스리그 선전의 밑바탕이 될 지 그 결과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