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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 벤제마 영입 실패가 뼈아픈 이유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2009/10시즌 프리미어리그 초반 행보가 순탄치 못합니다. 지난 16일 개막전 버밍엄 시티(이하 버밍엄) 전과 20일 번리전에서의 경기 내용이 만족스럽지 못했기 때문이죠. 버밍엄전에서는 1-0으로 승리했으나 번리전에서는 0-1로 패했습니다. 두 팀이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 승격한 팀이라는 것을 상기하면 맨유의 부진이 얼마만큼 감이 잡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맨유는 지난 버밍엄전에서 슈팅 숫자 30-7(유효 슈팅 11-2), 볼 점유율 63-37(%)의 우세를 점했음에도 1골에 그쳤습니다. 나니-베르바토프-루니-발렌시아로 짜인 공격 옵션들이 상대의 밀집 수비 때문에 유기적인 움직임과 결정적인 골 기회를 마련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것이 저조한 경기 내용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번리전에서는 슈팅 숫자 19-9(유효 슈팅 4-3), 볼 점유율 67-33(%)로 앞섰으나 상대팀의 한 방에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선수들의 무기력한 움직임과 안데르손의 포지션 전환 실패, 웨스 브라운의 잇따른 수비 실수가 결국 패배로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맨유의 부진 원인은 '전 에이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전력 이탈 영향과 밀접합니다. 호날두가 없음으로해서 맨유의 전력이 프리미어리그 승격팀에게 힘을 못쓰는 결과로 이어진 것입니다. 맨유의 세 시즌 연속 슬로우 스타터 원인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맨유 전력에 있어 무언가 허전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이미 호날두는 떠났기 때문에 어쩔 수 없겠지만,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영입에 실패했던 카림 벤제마(레알 마드리드, 이하 레알)의 존재감이 아쉬움에 남을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루니-베르바토프 투톱, 퍼거슨 실패작?

맨유는 호날두-테베즈 같은 주력 선수들을 잃고 오언-발렌시아-오베르탕을 영입했습니다. 하지만 오언과 오베르탕은 원래 계획에 없던 선수들 이었습니다. 맨유는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발렌시아와 벤제마, 프랑크 리베리(바이에른 뮌헨)를 영입한다는 복안을 세웠고 그 중에 한명인 벤제마는 오랜기간 부터 관심을 나타냈던 선수였습니다. 맨유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타겟맨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선수였기 때문이죠. 루니-베르바토프는 쉐도우 스트라이커이기 때문에 두 선수를 타겟맨으로 쓰기에는 개인 공격 역량을 맘껏 쏟아내는데 한계가 따를 수 밖에 없습니다. 오히려 지난 시즌에는 173cm의 테베즈를 타겟맨으로 돌려 원활하게 공격을 풀어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물론 맨유는 벤제마 영입에 실패했습니다. 벤제마 본인이 어렸을적 부터 레알에서 뛰기를 원한데다 자신의 프랑스 대표팀 선배인 지네딘 지단이 레알의 신임 고문을 맡았던 점, 그리고 레알이 리옹에 거액의 이적료를 제시했기 때문에 백곰 군단의 일원이 되었던 것입니다. 맨유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았으나 정작 선수는 다른 팀에서 뛰길 원했으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억장이 무너졌을 것입니다. 벤제마를 영입하면 호날두도 해결 못했던 맨유의 공격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를 마련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맨유는 사뮈엘 에토(인터 밀란) 클라스 얀 훈텔라르(AC 밀란) 세르히오 아구에로(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같은 또 다른 선수 영입에 눈을 돌렸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다른 선수 영입도 고려했으나 레알-맨시티가 이적시장에서 과다의 이적료를 지출하는 바람에 이적 대상자들의 몸값이 부풀어 오르고 말았습니다. 결국 퍼거슨 감독은 지난달 중순에 이례적으로 "선수 영입 종료"를 선언하여 어느 누구도 영입하지 않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적시장에서 대형 공격 옵션 영입에 실패해 공격력 약화를 어느 정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죠. 퍼거슨 감독의 복안은 오언-마케다의 폼을 끌어올린다는 복안이었지만, 문제는 엉뚱한 곳에서 터지고 말았습니다.

바로 루니-베르바토프 투톱입니다. 두 선수는 9일 첼시와의 커뮤니티 실드를 비롯한 최근 세 경기 연속 호흡이 맞지 않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두 선수는 서로 미드필더진으로 내려오면서 공격을 주도하려는 모습을 보였지만 오히려 미드필더들과 공간이 겹치고 투톱 파트너와 스타일이 중복되는 문제점을 나타내 팀의 공격 파괴력이 떨어졌습니다. 베르바토프는 세 경기 연속 타겟맨을 맡았음에도 상대의 두꺼운 압박을 이겨내지 못한데다 동료 선수와의 공격 연결이 활발하지 못한 아쉬움을 남겼고, 루니는 버밍엄전에서 10개의 슈팅을 날려 단 1골에 그칠 만큼 골 결정력에서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베르바토프의 부진이 아쉽습니다. 맨유의 타겟맨을 맡아 페널티 박스 공간에서 골 기회를 노리는 모습이 역력했지만 상대 수비를 유린하거나 위협적인 골 장면을 연출하는 장면이 없었습니다. 경기 상황에 따라 미드필더진으로 내려가는 모습이 여럿 있었지만 팀 공격의 위력을 더해주는 임펙트가 부족합니다. 특히 버밍엄전에서는 루니와의 패스 연결이 단 2번에 불과할 정도로 호흡이 적극적이지 못했습니다. 타겟맨과 쉐도우 사이의 패스 연결이 적었던 것은 맨유의 공격이 안풀렸던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베르바토프는 지난해 여름 3075만 파운드(약 636억원)의 거액 이적료로 맨유에 입성했던 선수입니다. 맨유가 뤼트 판 니스텔로이와 비슷한 역할을 할 것이라 판단하여 자신을 영입했지만 결과는 기대 이하 였습니다. 베르바토프는 토트넘의 타겟맨으로서 많은 공격 포인트를 올리며 팀 공격의 중심 역할을 했지만 맨유에서는 타겟맨으로서 동료 선수의 골을 도와주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자신과의 색깔이 맞지 않다보니 미드필더진으로 직접 내려와 공격을 풀어가는 스타일에 익숙해지고 말았습니다. 문제는 그 역할이 지금의 루니와 중복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난 시즌의 루니라면 타겟맨을 맡겠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루니-베르바토프 투톱의 행보가 실패작으로 기우는 이유가 이 때문입니다. 두 명의 쉐도우 스트라이커를 나란히 기용하는 꼴이죠.

그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오언은 아직까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시즌 초반이기 때문에 앞날의 상황을 속단할 수 없지만, 무엇보다 번리전에서의 부진이 실망스러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페널티 박스 안에 계속 머무르며 몸을 사리더니 루니의 활동 부담을 가중시키며 팀 밸런스를 떨어뜨렸기 때문이죠. 오언은 루니의 쉐도우 역량을 도와줄 타겟맨으로서 부지런한 움직임을 앞세워 조력자 역할에 충실하거나, 또는 상대 수비진의 빈 틈을 파고드는 과정에서 패스를 받아 골을 노릴 것으로 기대를 모았습니다. 그 역할을 이제는 빨리 보여줘야 할 때입니다.

그리고 마케다는 아직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타겟맨으로서 최상의 활약을 바라는 것은 무리입니다. 이미 선수 영입을 종료했기 때문에 루니-베르바토프-오언의 공격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체질 강화가 요구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루니-오언', '베르바토프-오언' 체제가 이상적이나, '유리몸' 오언이 거의 매 경기에 선발 출전할 수 있는 체력과 역량을 지닌 선수는 아닙니다. '이미 베르바토프에게 밀린' 오언은 No.3 또는 No.4에 어울리는 선수였기 때문에 맨유가 여름 이적시장에서 특급 타겟맨을 영입했어야 마땅했습니다. 바로 벤제마 였습니다. 맨유가 벤제마를 영입하지 못한 아쉬움이 클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만약 맨유가 벤제마를 영입했다면 상대의 밀집 수비와 두꺼운 압박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얻을 것입니다. 벤제마는 상대 수비진의 틈새를 벌리고 좁은 공간에서도 골 기회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특출난 선수이기 때문이죠. 상대 압박을 이겨내는 볼 키핑력과 문전으로 치고드는 순간 스피드도 위협적입니다. 루니-베르바토프 같은 쉐도우 성향의 공격수들이 벤제마 효과 속에 꾸준한 공격 포인트를 얻었을지 모를 일입니다. 버밍엄-번리전에서 벤제마 같은 성향의 선수가 있었다면 상대의 압박 속에서도 경기를 쉽게 풀어갔을 것입니다.

퍼거슨 감독은 23년 동안 맨유에 장기집권하여 온갖 산전수전을 이겨냈기 때문에 지금의 공격력 부진을 이겨낼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하지만 벤제마 영입 실패 후유증을 빠른 시일내에 이겨낼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호날두를 잃고 루니가 베르바토프와의 호흡에서 문제점을 나타내는 현 상황에서는 최상의 공격력을 낙관하기 어렵습니다. 오언의 폼을 끌어올리는 것도 중요하나, 루니-베르바토프-오언의 철저한 역할 분담과 마케다의 빠른 성장이 필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맨유의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4연패는 어려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