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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EPL 빅4의 공통된 고민, '중원 불안'

 

이번 주말 개막을 앞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의 최대 관심은 빅4입니다. 기존의 빅4(맨유, 리버풀, 첼시, 아스날)가 올 시즌에도 리그 4위 안에 사이좋게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지, 어느 팀이 리그에서 우승할지, 아니면 맨체스터 시티를 비롯한 중위권 클럽의 대도약으로 빅4 판도가 새롭게 변화할지 많은 축구팬들의 관심과 초점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올 시즌에는 맨유-리버풀-첼시-아스날로 대변되는 빅4 체제가 무너질 가능성이 있는 시즌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에도 그랬고, 지지난 시즌에도 똑같은 전망이 나왔지만, 올 시즌 만큼은 그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것이 사실입니다. 빅4가 여름 이적시장에서 대형 선수 영입에 번번이 실패한데다 주력 선수 이탈 공백을 메워야 하는 부담감에 직면해 '하향 평준화' 위기에 빠진 것이죠. 그 중심에는 '중원 불안'이라는 키워드가 있습니다. 빅4의 공통된 문제점이 바로 중원에 있기 때문입니다.

맨유-리버풀-첼시-아스날, '중원이 고민이네~'

중원은 공격과 수비의 연결고리이자 전력의 요충지 입니다. 유명 농구만화 <슬램덩크>에서 "리바운드를 지배하는 자가 게임을 지배한다"는 명언을 남겼던 것 처럼, 중원이 강한 팀은 우세한 경기 내용 속에서 승리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상대팀에 무너집니다. 아스날이 2004/05시즌 FA컵 우승 주역이었던 파트리크 비에라(인터 밀란)와 작별한 이후부터 네 시즌 연속 무관에 시달렸던 것 처럼, 공간 싸움이 많고 몸싸움이 거칠기로 유명한 프리미어리그에서는 중원의 중요성이 큽니다. 문제는  빅4 모두 중원이 불안 요소라는 것이죠.

맨유는 중원에서 꾸준히 믿고 쓸 수 있는 선수가 부족합니다. 긱스-스콜스는 은퇴의 기로에 놓이다 보니 체력적인 뒷받침이 부족하고, '스콜스를 대체해야 할' 안데르손은 경기력 저하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캐릭-플래쳐' 조합을 믿어야 하지만, 두 선수는 지난 첼시와의 커뮤니티 실드에서 중원 장악에 실패하거나 뒷 공간이 허물어지는 문제점을 나타냈습니다. 특히 플래쳐는 전문 홀딩맨이 아니었기 때문에 피지컬이 뛰어난 선수와의 정면 대결에서 밀리는 것은 당연합니다. 결과적으로는 두 선수의 조합이 최상은 아니라는 겁니다.

가장 이상적인 조합은 '스콜스-캐릭' 조합 입니다. 두 선수는 2006/07, 2007/08시즌 맨유의 프리미어리그와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공헌한 조합으로서 공수 양면에 걸친 철벽 호흡을 자랑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35세의 스콜스에게 기대는 것은 더 이상 무리입니다. 다음달에 그라운드를 밟을 오언 하그리브스의 홀딩 능력을 기대해야 할 시점입니다. 하그리브스는 뛰어난 홀딩 능력과 왕성한 활동량을 자랑하는 선수로서 캐릭-플래쳐와 다른 스타일을 지녔습니다. 문제는 1년간 부상과 수술, 재활로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던 공백을 잘 이겨내느냐는 것입니다. 만약 하그리브스가 팀 전력에 도움을 주지 못하면 맨유의 우승 전망이 힘들 수 있습니다.

리버풀은 팀의 살림꾼인 사비 알론소가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면서 적지 않은 전력 공백에 시달릴 것으로 보입니다. 제토라인(제라드-토레스)이 막강한 화력을 자랑할 수 있었던 것은 알론소가 중원에서 노련한 경기 조율을 앞세워 전방 패스를 활발히 띄웠기에 가능했지만 이제는 그 역할을 할 선수가 기존 스쿼드에 없습니다.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는 전형적인 홀딩맨이고 루카스 레예바는 지난 두 시즌 동안 기대 이하의 폼을 보이며 자주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습니다. 스티븐 제라드를 중원으로 내리기에는 토레스와 팀의 공격력이 저하될지 모르는 불안 요소에 직면합니다.

그래서 리버풀은 알론소의 대체자로 AS로마에서 뛰던 알베르토 아퀼라니를 영입했습니다. 아퀼라니는 알론소처럼 지능적인 경기 운영과 감각적인 위치 선정, 뛰어난 중거리슛 능력을 자랑하는 선수입니다. 하지만 부상이 많은 '유리몸'인데다 지난 5월 발목 수술을 받아 앞으로 4주~8주 내에 복귀하기 때문에 시즌 초반 팀 전력에 힘을 실어주지 못합니다. 멘탈이 부족하기로 악명이 높은 선수여서 프리미어리그라는 새로운 무대에 순조롭게 적응할지는 의문입니다. 중원 위기를 해결해야 하는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의 선택과 판단이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아스날은 비에라-질베르투-플라미니 같은 수비력이 뛰어난 중앙 미드필더들이 떠난 이후부터 중원이 고질적 불안 요소가 되고 말았습니다. 디아비-데니우손-송 빌롱은 지난 시즌 팀의 중원을 책임졌으나 여전히 불안한 경기 내용으로 아르센 벵거 감독을 흡족시키지 못했습니다. 세 선수는 약팀과의 경기에서 어느 정도 제 몫을 했으나 맨유와 첼시 같은 강팀과의 경기에서는 경험 부족과 불안한 중원 장악에 발목 잡혀 팀 전력에 긍정적 영향을 주지 못했습니다. 세스크 파브레가스가 지난 시즌 무릎에 무리가 따를 정도로 과도한 활동 반경 때문에 수비 부담이 늘어났던 원인은 데니우손의 홀딩 능력 부족 때문 이었습니다.

현재 아스날 스쿼드에서 가장 필요한 선수는 경험이 풍부하거나 수준급의 홀딩 능력을 자랑하는 미드필더입니다. 그래서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펠리페 멜루 영입에 힘을 기울였으나 끝내 유벤투스와의 영입전에서 패하고 말았습니다. 최근 비에라 재영입에 나선것은 이적시장에서 선수 영입에 얼마만큼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비에라는 최근 1~2시즌 동안 잦은 부상과 경기력 저하로 고전했던 선수이기 때문에 아스날 전력에 도움 주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더욱이 올 시즌에는 '중원의 튼튼함'이 요구되는 4-3-3을 쓰기로 선언해, 디아비-데니우손-송 빌롱의 경기력 개선 없이는 원하는 성적을 달성하기 어렵습니다.

첼시는 빅4 중에서 가장 탄탄한 중원을 구축했습니다. 무리뉴 체제 시절에는 클로드 마케렐레(파리 생제르망)가 건재했고 그 이후에는 마이클 에시엔의 존재 여부에 따라 팀 전력이 좌우되는 모양새 였습니다. 스콜라리 체제의 실패 원인은 에시엔의 부상이었고 히딩크 체제의 성공 원인은 에시엔의 헌신적인 활약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에시엔은 지난 맨유와의 커뮤니티 실드에서 4-3-1-2의 오른쪽 미드필더를 맡고 존 오비 미켈이 기존의 에시엔 역할을 소화하면서 박지성-베르바토프의 공간 돌파에 흔들리는 모습을 나타냈습니다. 에시엔도 중앙에 있을때에 비해 오른쪽에서는 포지션 변경 혼란 때문에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쏟지 못했습니다.

문제는 안첼로티 체제가 4-3-1-2를 구사한다는 점입니다. 4-3-1-2 같은 포메이션은 경기 템포가 빠른 팀들에 무너지기 쉬운 포메이션으로서 프리미어리그에 적합한 시스템이 아닙니다. 히딩크 체제에서도 뚜렷한 성공을 거두지 못해 기존의 4-3-3으로 전환했던 전례가 있어, 4-3-1-2 정착이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에시엔의 위치도 문제지만, 왼쪽에서는 말루다-지르코프 같은 윙어 출신 선수들을 배치하기 때문에 두 선수가 새로운 역할을 능숙히 소화할지는 의문입니다. 이미 말루다는 커뮤니티 실드에서 활발한 움직임과 드리블 돌파 시도에 비해 공격 효율성이 떨어지고 수비 뒷 공간을 빈번히 노출하는 문제점을 남겼습니다. 안첼로티 감독의 4-3-1-2 시도는 위험한 모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