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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19경기 135실점, 그래도 축구 사랑은 최고

 

서울FC 마르티스. 서울 강북을 연고로 하는 기독교 축구 팀. 올해부터 K3리그에 참가. 8월 8일 청주 직지FC(이하 청주)전 이전까지 K3리그 17팀 중에서 1승17패, 18경기 12골 131실점으로 성적 꼴찌. 1경기당 평균 0.67골 7.28실점.

효리사랑이 지난 8일 오전까지 서울FC 마르티스(이하 마르티스)에 대하여 알고 있던 정보입니다. 그동안 K3리그 순위를 보면서 마르티스의 성적이 예사롭지 않다고 느꼈기 때문이죠. 마르티스는 K3리그에서 꼴찌를 하고 있지만 1승17패에 12골 131실점이라는 성적에 두 눈의 초점이 모아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16위 아산(63실점)보다 리그 실점이 2배 많다는 것만으로도 수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것은, 기존 언론에서 마르티스에 대한 긍정적인 관심을 가져주지 못한다는 것이죠.

'호기심 많은' 효리사랑은 오프라인에서 마르티스가 어떤 팀인지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온라인에서 정보를 구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이 더 낫다고 판단 했습니다. 성적 부진 때문에 꼴찌에 있는 것은 당연하지만 전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알고 싶었고, 골을 넣기 위해 그리고 실점하지 않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는지, 선수들이 얼마나 단결되어 있는지, 홈팬들이 어느 정도 되는지, 홈 구장인 강북 구민 운동장이 어떤 곳인지 알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축구팬들에게도 '한국에는 K리그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마르티스라는 팀도 있다'는 정보를 제공하고 싶어 직접 강북 구민 운동장을 찾았습니다.

[캡쳐=8월 8일 마르티스vs청주의 경기가 열리기 전, 대한축구협회 공식 홈페이지에서 K3리그 순위를 확인했습니다. 마르티스가 꼴찌인데다 16위 아산보다 실점이 2배로 많다는 점이 효리사랑의 두 눈을 띄게 했습니다. 효리사랑은 마르티스가 어떤 팀인지 알고 싶어, 집에서 2시간 거리에 있는 마르티스의 홈 구장인 강북 구민 운동장을 찾았습니다. (C) 대한축구협회 캡쳐(kfa.or.kr)]

하지만 마르티스로부터 축구에 대한 새로운 매력을 현장에서 깨달을 줄은 몰랐습니다. 지금까지 K리그-A매치-유럽축구를 통해 축구의 화려함을 쫓아갔다면, 마르티스에게는 축구의 순수성을 느꼈습니다. "순위는 꼴찌지만 좋은 경기 펼치기 위해 노력하겠다(선수들)", "그래도 그래도 꼴찌 선수들이 좋다(아저씨 축구팬들)"는 메시지를 지닌 마르티스만의 축구 사랑은 골수 축구팬인 효리사랑이 지금까지 접하지 못했던 축구 문화 였습니다. 한가지 첨언하자면, 효리사랑은 마르티스와 관련 없는 축구팬이자 K3리그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의 축구팬들도 K3리그에 대한 관심이 전무하죠. 
 


강북 구민 운동장 입구입니다. 서울 지하철 4호선 수유역 3번출구에서 전진하여 롯데리아에서 오른쪽으로 이동, 바로 앞에 보이는 마을버스(9, 11번)에 탑승하여 5분 뒤에 강북 구민 운동장 정류장에 도착했습니다. 정류장 바로 옆에 운동장이 있기 때문에 접근성은 문제 없습니다. 입구 앞 난간에 있는 "Daum K3리그 2009'라는 현수막이 있는 것을 보면, 이곳이 K3리그 경기가 열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강북 구민 운동장 입구 바로 앞에 있는 매점입니다. 구민 운동장에 매점이 있을줄은 몰랐습니다.

잠시 입구 바깥으로 나가보니, 청주 선수단의 전용 버스가 주차장에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버스 왼쪽 옆에 "충북 최초 축구단"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습니다. 청주 축구단은 K리그와 내셔널리그, K3리그를 통틀어 충청북도 최초로 창단한 축구팀 입니다. 올해 K3리그에 참가했는데, 몇년 전부터 청주에서 K리그(또는 내셔널리그) 창단 움직임이 있었습니다. 최순호 강원FC 감독이 주도했는데 결국에는 실패로 돌아갔죠. 그나마 K3리그팀이 창설 되면서 충북 연고 축구팀이 없는 아쉬움에서 벗어났습니다.


경기장에 들어왔더니 마르티스와 청주 선수들이 입장식을 치르고 있었습니다. 경기장은 입장료 및 매표소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누구나 공짜로 관중석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강북 구민 운동장 잔디가 궁금했는데, 인조잔디 였더군요.


마르티스의 라커룸 및 벤치입니다. 일반 축구장이라면 이곳이 벤치였겠지만, 강북 구민 운동장에는 선수 라커룸이 없기 때문에, 선수들은 하프타임때 캐노피 텐트에서 감독의 작전 지시를 받았습니다.
 

강북 구민 운동장의 배수시설. 한국 축구의 인프라가 발전하면서, K3리그 축구장도 배수 시설이 잘 되어 있습니다.


경기 킥 오프 사진. 인조잔디가 푸르스름한게 마음에 들더군요. 마르티스는 4-2-3-1, 청주는 4-4-2 포메이션으로 경기를 시작했습니다.



청주 서포터들의(총 4명) 응원 장면입니다. 청주에서 서울 강북에 직접 올라와서 선수들을 응원했는데, 먼 곳까지 와서 응원하는 것 만으로도 대단할 따름입니다. 특히 북을 치면서 우렁찬 목소리로 응원 구호를 외치는 분은 체력이 좋으시더군요. 경기 끝날때까지 목청 높여, 오른손으로 북을 세게 치면서 응원하는데 어느 모 K리그 서포터 출신인 저로서 그저 부러울 따름입니다.



스탠드에는 관중 30~40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경기장 분위기가 썰렁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조용하지 않았습니다. 한쪽에서는 아저씨들이 마르티스 선수들을 응원하면서 때로는 칭찬하고 때로는 애정어린 쓴소리를 내보냈습니다. 어떤 아저씨가 선수 이름을 외치면서 "그때 배웠던거 다시 해봐"라고 말하는 것을 봐선, 아저씨들과 선수들의 관계가 친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 다른 한쪽에서는 청주 서포터들의 목소리가 들렸고, 그라운드에서는 선수들이 활발히 의사소통하느라 바빴습니다.


경기장 바깥에 보이는 아파트가 여럿 있었습니다. 아파트와 가까운 쪽으로 가보니까 빌라촌까지 보이더군요. 비록 마르티스가 K3리그에 속했지만, 잠재적으로는 강북 구민 운동장 스탠드를 꽉 채울 수 있는 환경에 있습니다. 마르티스가 관중 확보를 위한 아이디어를 짜낸다면 운동장을 찾는 축구팬들이 점차 늘어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앞으로 꾸준히 성장하면서 지역 축구팬들의 사랑을 받는 축구팀으로 거듭났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마르티스는 전반 20분 청주에게 선제골을 내주면서 전반전을 1-0으로 마쳤습니다. 저조한 득점에 비해 실점이 많기 때문에, 수비만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그게 아니었더군요. 마르티스가 볼 점유율과 주도권에서 청주에 우위를 점했습니다. 전반 20분 실점 상황은 센터백이 청주 공격수의 마크를 놓치면서 골을 내줬을 뿐, 상대팀보다 더 많은 공격을 시도했습니다.

리그 17위 팀이 3위팀을 상대로 적극적인 공격을 펼치면서 골을 넣으려고 갖은 애를 쓰는 장면을 보면 놀랍더군요. 그동안 여러 경기에서 대량 득점으로 무너졌기 때문에 수비에 치중할 것 같았지만, 오히려 공격적인 의지로 청주 선수들을 뚫기 위해 사력을 다했습니다. 남보다 더 빨리 뛰기 위해, 한 발자국이라도 앞으로 전진하기 위해, 패스로 상대 진영의 뒷 공간을 허물기 위한 공격 작업에 여념 없었습니다. 그리고 강북 구민 운동장에는 전자 전광판이 없기 때문에, 점수판을 자체 제작하여 전광판 기능 역할을 했습니다.

  

마르티스 선수들이 후반전 시작 전,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입니다. 그것보다 저의 두 눈에 들어왔던 것은, 하얀색 와이셔츠 입은 프런트 분이 부상 선수를 치료하는 모습입니다. 해맑은 미소로 웃으면서 치료하는 모습을 보니, 성심 성의껏 선수를 돌보고 있음을 알 수 있더군요. 동영상에 비치지 않았지만, 부상 선수와 많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상대방이 그라운드에서 긴장하지 않고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도록 노력하는 모습이 뿌듯했습니다. 축구에 대한 사랑이 넘쳐나는 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마르티스가 후반 10분 페널티킥을 얻어 동점골을 넣을 절호의 기회를 맞았습니다. 마르티스가 그동안 골 숫자가 적었기 때문에 '드디어 마르티스가 골 넣는 모습을 볼 수 있구나'라며 골을 넣기를 간절히 바랬습니다. 하지만 마르티스 선수의 슈팅이 상대 골키퍼 펀칭에 걸리고 세컨슛도 놓치면서, 결국 골망을 가르지 못했습니다. 어떤 한 선수가 골이 들어가지 않아 망연자실 하는 모습을 보면, 그동안 얼마만큼 골을 바래왔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마르티스의 문제점은 공격 전개가 매끄럽지 못하다는 점입니다. 동료 선수끼리의 간격을 좁히는 요령이 부족하고, 긴 패스 공격이 많기 때문에 공격이 번번히 끊어지는 모습이 잦습니다. 수많은 공격 기회를 잡으면서도 골을 넣지 못했다는 것은, 공격 전개 과정이 비효율적이었다는 것이죠. 공격에 대한 의지는 좋지만, 상대 진영을 공략하는 노하우가 부족하더군요. 그런데, 경기를 보면서 저 자신에게 이러한 반론을 던졌습니다. "효리사랑, 너는 눈이 너무 높은거 아냐?"

왜냐하면, 마르티스 선수들은 열심히 뛰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력에서 청주 선수들에게 밀리고 있지만 그것을 만회하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것은 당연히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오히려 응원을 하고 싶더군요.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서 전력적인 문제점을 머릿속으로 생각하는 저 자신이 어리석었습니다.




그러나 이게 웬일? 마르티스가 후반 14분에 1명, 31분에 1명 퇴장당하면서 필드 플레이어가 8명 남게 되었습니다. 공격수 없이 4-4-0 포메이션으로 수비에만 치중했죠. 퇴장만 당하지 않았더라면 후반 막판까지 공격을 펼치면서 동점을 노렸을텐데 숫적 열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수비에 전념했습니다. 그러나 선수들은 후반 중반에 두번째 골을 실점한 이후부터 페이스가 꺾이면서 청주에 여지없이 무너졌고 2번째 3번째 실점을 허용합니다. 그동안 공격에 힘쓰다보니 갑자기 수비에 치중하니까 체력 저하가 따르게 된 것이죠. 스탠드에서 선수들의 모습을 보니까 참으로 안타깝더군요.

마르티스를 응원하는 아저씨들 중에서 어떤 분은 청주 공격수에게 "봐주면서 해라"라고 목청높여 외쳤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팀의 선수들이 지치는 모습이 얼마나 안타까웠으면 그런 말을 했겠습니까. 신경질적인 말투가 아닌 애원하는 말투였기 때문에 그 감정이 실로 복받쳐 올랐습니다. 하지만 승부는 승부일 뿐, 청주 선수들은 경기 종료까지 맹공격을 퍼부으며 마르티스 골문을 초토화 시키기에 바빴습니다.



마르티스가 경기 종료 직전 4번째 골을 내주는 장면입니다. 수비 집중력과 밸런스가 흔들리면서 상대에게 골 기회를 허용하고 말았죠. 마르티스 골키퍼와 수비수가 실점 이후 그라운드에 누워있는 장면을 보니 마음이 아프더군요. 결국, 경기는 마르티스의 0-4 패배로 끝났습니다.


마르티스 선수들이 경기 종료 후 축구화를 벗으면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입니다. 경기에서 패했기 때문에 마음이 착잡했겠지만, 선수들 모두 열심히 뛰었습니다. 경기 종료후 아저씨 팬들에게 다가가 인사했을 때는, "오늘 수고 많았어", "다음에도 열심히 해", "그래도 오늘 잘했어"라는 칭찬을 받더군요. 경기에서 졌다고 해서 아저씨 팬들에게 질책받지는 않았습니다. 선수들을 대하는 아저씨들의 진심어린 축구 사랑이 인상적이더군요.


경기가 끝나지면 바빠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마르티스 팬들과 구단 관계자들입니다. 경기장에 있는 의자와 캐노피 텐트, 엠프를 옮기고 쓰레기까지 수거해야 하기 대문이죠. 마르티스는 강북 구민 운동장에서 경기가 열리면 4시간을 대관 받기 때문에 경기장에 있는 외부 장비들을 다른 곳에 옮겨야 합니다.


운동장을 빠져 나가는 마르티스 선수들의 모습입니다. 선수들은 운동장 바깥에 있는 공중 샤워실에서 몸을 씻은 뒤, 자가용을 타거나 또는 동료 선수와 함께 차에 탑승하여 귀가했습니다. 마르티스를 비롯한 K3리그 선수들은 프로 선수들이 아니기 때문에 평일에는 생업에 종사하고 토요일에 K3리그 경기를 뜁니다. 마르티스 선수들도 평일에는 사회인으로서 각자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마르티스는 청주전에서 4실점 했지만, 청주전 이전까지 1경기당 7.28실점을 허용했기 때문에 이번 경기에서 실점을 줄이는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구단 관계자들 사이에서 "선수들이 전반기보다 많이 나아졌다"는 말을 하더군요. 마르티스는 이날까지 K3리그 19경기에서 135실점, 1경기당 7.11실점을 기록했습니다. 시즌 최종전까지 그리고 내년 시즌에는 꼴찌자리에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선수들 모두 탈꼴찌를 바라고 있을 것입니다. K3리그는 승리수당만 존재할 뿐 연봉이 없기 때문에 승리를 위해 매 경기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비록 꼴찌지만 최선을 다하는 마르티스 선수들의 축구 사랑은 '최고'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