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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 '오언-루니 투톱' 성공 가능성 확인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2009/10시즌 개막 이전에 가진 마지막 친선 경기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맨유는 6일 오전 4시(이하 한국시간) 올드 트레포드에서 열린 스페인 발렌시아와의 친선 경기에서 2-0으로 승리했습니다. 후반 6분 웨인 루니가 안토니오 발렌시아의 크로스를 받아 헤딩골을 넣었고 27분에는 톰 클레베리가 마케다의 패스를 받아 추가골을 기록했습니다. 이로써 맨유는 발렌시아를 꺾으면서 사흘 뒤 웸블리에서 열릴 첼시와의 커뮤니티 실드에서 승리할 수 있는 분위기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맨유, 발렌시아전에서 얻은 소득

맨유는 이번 발렌시아전에서 아시아 투어-아우디컵때보다 공격적인 전술 운용을 꾀했습니다. 페널티 박스 안쪽으로 많은 선수들이 공격에 가담하면서 상대 수비수들과 골키퍼에 위압감을 주는 경기 운영을 펼쳤죠. '오언-루니' 투톱이 최전방에서 동료 선수들의 골 기회를 기다리고 좌우 측면의 토시치-발렌시아 콤비가 공격수들과 동일선상을 유지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마이클 캐릭이 페널티 박스 안으로 들어와 공격을 조율하고 에브라가 왼쪽 측면에서 토시치 앞쪽까지 오버래핑하는 장면이 간헐적으로 속출했습니다.

특히 캐릭이 박스 투 박스 역할을 맡아 빠른 공수 전환과 부지런한 움직임으로 중원을 넓게 움직이면서 '루니-오언' 투톱이 많은 공격 기회를 얻었습니다. 쉐도우 스트라이커인 루니가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는 과정에서 캐릭과의 간격이 자연스럽게 좁혀졌고, 두 선수가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돌아가는 과정에서 상대 중원의 수비망이 금새 허물어졌습니다. 그 효과는 발렌시아 미드필더진이 흔들리는 결과로 이어지면서, 선수들의 공격 전개가 빠르고 유연지는 효과가 나타났고 좁은 공간에서의 움직임까지 민첩했습니다. 맨유는 경기 내내 많은 공격 기회를 잡아 발렌시아 진영을 장악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맨유는 철저히 오언을 공격의 중심축에 놓는 전술을 펼쳤습니다. 오언은 팀의 타겟맨으로서 상대 수비수들과 적극적으로 공간 싸움을 벌이면서 틈새를 찾는데 주력했습니다. 자신이 동료 선수들과 간격이 벌어져 후방쪽으로 움직이지 못하면, 그 뒤에 있던 루니가 자신을 대신하여 동료 선수들에게 공을 따냈습니다. 특히 후방 옵션들은 자신의 위치를 찾으면 패스와 크로스를 띄우며 골 기회를 열어줬습니다. 그 중 네 번이나 상대 골문을 스치는 슈팅을 날릴 정도로 골에 대한 욕심이 대단했습니다. 비록 골망을 가르지는 못했지만 공이 발등에 맞는 타점과 타이밍, 그리고 슛의 방향이 날카롭고 예리했습니다. 자신의 동물같은 골 감각이 여전함을 슈팅으로 증명한 셈입니다.

무엇보다 루니에게 받는 패스를 앞세워 골을 노리는 장면이 인상적 이었습니다. 전반 25분 루니가 페널티박스 정면 바깥에서 상대 공격을 인터셉트하고 빠르게 역습하는 과정에서 받은 전진패스가 상대 수비수 두 명의 사이를 빠르게 뚫고 전방으로 향했습니다. 오언은 문전에서의 절묘한 위치선정으로 루니의 패스를 받아 재빨리 오른발 슈팅을 날렸습니다. 비록 골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루니에게 패스 받는 과정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오언의 위치와 움직임을 한꺼번에 읽는 루니의 넓은 시야가 있었기에 상대 수비의 허를 뚫는 공격 전개를 할 수 있었던 것이죠.

오언과 루니의 콤비 플레이는 후반 4분에도 이어졌습니다. 오언은 하프라인 부근에서 문전쪽으로 쇄도하던 루니로부터 아크 왼쪽에서 대각선 패스를 받았습니다. 공이 자신의 발 앞에 떨어진 이후에는 상대 골키퍼의 위치를 읽자마자 오른발 아웃사이드 킥을 날렸습니다. 끝내 골이 되지 못했지만 '루니-오언'의 환상적인 공격 전개가 또 한 번 빛을 발한 순간 이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플래쳐의 오른쪽 대각선 패스와 발렌시아의 크로스를 받아 슈팅을 날렸습니다.

그는 비록 골을 넣지 못했지만 프리시즌 경기를 통해 골 감각을 조절하는 모습은 분명 인상적 이었습니다. 이 날 경기에서는 파비오 카펠로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감독이 올드 트래포드를 찾았기 때문에, 자신의 저력이 여전히 살아있다는 것을 실력으로 직접 보여주기에 충분했습니다.

루니의 선제골도 인상 깊었습니다. 후반 6분 문전 가까이 쇄도하는 과정에서 발렌시아의 크로스를 받아 헤딩골을 넣는 장면이 위협적이었기 때문이죠. 경기 내내 미드필더진과 오언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면서 이타적인 역할에 치중했지만 팀의 공격 상황을 봐가면서 골을 넣었기 때문에 대단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스트라이커는 언제 어느 상황에서든 골을 넣을 수 있어야 한다"는 축구의 진리를 루니가 직접 골로 보여준 셈입니다.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올드 트래포드의 일원이 된 발렌시아는 팀의 오른쪽 윙어로 완전히 자리잡은 느낌입니다. 맨유가 두 골을 넣을 수 있었던 그 시발점 역할을 발렌시아가 했기 때문이죠. 발렌시아는 후반 6분 오른쪽 측면에서 상대 수비수 2명을 제치고 루니의 헤딩골을 엮어내는 크로스를 올렸고 27분에는 선제골 도움 지점과 비슷한 곳에서 페널티박스 왼쪽 안에 포진하던 마케다에게 정확한 크로스를 띄웠습니다. 마케다는 자신의 크로스를 받은 뒤 근처에 있던 클레베리에게 짧은 패스를 연결하여 두번째 골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산소탱크' 박지성은 이날 경기 엔트리에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팀에 늦게 합류했기 때문에 컨디션과 체력이 올라오지 않아 경기에 뛸 수 없었던 것이 그 이유죠. 하지만 더 넓은 관점에서 바라볼때, 박지성의 발렌시아전 결장은 오는 9일 첼시와의 커뮤니티 실드 선발 출전을 의미할 수도 있습니다. 박지성이 지난 시즌 첼시와의 2경기에서 상대 측면 공격을 철저히 끊은 것을 비롯해서 골까지 넣는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기 때문에 퍼거슨 감독이 자신을 아낀 것으로 보입니다. 토시치-나니가 여전히 폼을 찾지 못하는 현 상황에서는 박지성의 컨디션이 빨리 올라와야만 맨유의 공격 퍼즐이 완성됩니다. 앞으로 사흘 뒤에 열릴 커뮤니티 실드에서의 활약이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맨유의 발렌시아전 출전 명단(4-4-2)

포스터(45'  쿠쉬착)-드 라에, 퍼디난드, 에반스(45' 오셰이), 에브라(62' 파비우)-발렌시아(78' 나니), 플래쳐(62' 안데르손), 캐릭(62' 깁슨), 토시치(45' 클레베리)-오언(62' 마케다) 루니(62' 베르바토프)

득점 : 루니(51분, 도움 : 발렌시아) 클레베리(72분, 도움 : 마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