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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 에브라, 별명이 '국민브라'인 이유?

 

유럽 빅 클럽에 입단하는 것은 선수 본인에게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때로는 부담스런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새로운 무대에 적응하는데 시행착오가 따를 수 밖에 없기 때문이죠. 그러다 보면 팀에서 겉돌면서 순탄치 않은 나날을 보내게 됩니다. 만약 누군가 자신에 대한 관심의 손길을 주지 않는다면 적응이 더 어려워지고 나중에는 빅 클럽에서 실패하고 맙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왼쪽 풀백인 파트리스 에브라(28)가 그런 유형의 선수였습니다. 에브라는 지난 2006년 1월 맨유에 이적했으나 영어문화권의 생활과 언어적인 문제로 고생하면서 팀에 적응하지 못했습니다. 세네갈 출신의 프랑스 국적 선수로서 지금까지 프랑스어에 의지했으나 영어라는 새로운 언어에 익숙하지 못했기 때문에 동료 선수들과 어울리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러더니 실전에서도 잦은 실수로 팀의 수비 불안을 부추기면서 가브리엘 에인세(레알 마드리드)와의 주전 경쟁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런 에브라를 도와준 선수가 바로 박지성이었습니다. 박지성도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벤에 진출할 무렵 의사 소통 부족으로 힘든 나날을 보냈기 때문이죠. 당시 에인트호벤의 주장이었던 판 봄멜(바이에른 뮌헨)에게 "의사 소통을 못한다"는 쓴소리를 들었을 정도 였습니다. 공교롭게도 그 시기는 박지성이 기대 이하의 경기력으로 홈팬들에게 야유 세례를 받았던 힘든 시절이었습니다. 박지성은 그 어려움을 이겼기 때문에 에브라를 극진하게 돕더니 결국 두 선수 사이의 교감이 맞으면서 '절친' 관계로 발전했습니다.

에브라는 박지성과 친해지면서 부터 적응에 대한 노력에 매진했습니다. 그는 지난 2007년 10월 15일 맨유 공식 홈페이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모든 선수들에게 충고하고 싶은 말은 자신의 클럽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고 운을 뗀 뒤 "맨유의 역사를 배우고 나서 내가 유니폼을 입고 있다는 게 자랑스러웠다. 에릭 칸토나가 나온 카세트와 DVD를 봤고 많은 책들은 직접 번역해서 봤다. 지금은 팀 선배 출신 선수와 악수할때 누군지 잘 알게 됐다"며 맨유에서의 적응 성공 비결을 팀과 하나가 되기 위한 노력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더니 지금은 맨유에 없어선 안될 수비의 핵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경기에서 꾸준히 좋은 활약을 펼치면 인터뷰 기회가 많아지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에브라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동료 선수 칭찬 할때마다 항상 박지성의 이름을 거론하더니 결국에는 '박지성과의 절친 관계와 맞물려' 국내 축구팬들의 시선을 독차지하게 됐습니다. "박지성은 팀에서 나와 가장 친한 친구다", "박지성은 훈련장에서 가장 성실한 선수다.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을 높이 평가하는 것도 성실성과 적극성 때문이다", "훈련에서 박지성을 상대하기 쉽지 않다. 박지성은 유령 같다"는 말들을 쏟았죠. 또한 박지성이 국내 언론과 인터뷰를 하던 도중에 자리에 끼어들더니, "안녕하세요", "고마워"라고 한국어로 또박하게 말했던 장면이 동영상으로 퍼지면서 축구팬들의 열렬한 반응을 얻었습니다.

지난 4월에는 박지성 생일파티에 초대되어 국내의 한 TV 방송국과 인터뷰를 하게 됐습니다. 그 자리에서 박지성에게 한국말로 굿바이를 어떻게 말하느냐고 질문했습니다. 이에 박지성은 "나는 바보입니다"라고 짓굿게 농담하면서 말했는데, 한국말을 모르는 에브라가 카메라를 향해 그대로 따라불렀습니다. 방송을 시청하던 축구팬들은 그 장면에 폭소를 터뜨리며 자신의 천진난만함에 박수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박지성과 자주 어울리는 것은 기본이었습니다. 평소 박지성과 위닝(축구 게임)을 즐겼고 비행기에서는 박지성, 카를로스 테베즈(맨체스터 시티)와 함께 '이마 때리기' 놀이를 즐기며 무료함을 달랬죠.
 
에브라가 축구팬들의 사랑을 받았던 결정적인 계기는 2007/08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이었습니다. 18인 엔트리 제외로 상심에 빠졌던 박지성이 대회 우승컵을 드는 순간, 친구의 몸을 껴앉으며 팀 우승에 대한 기쁨과 결장에 대한 아픔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축구팬들은 박지성이 에브라 곁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사진을 보며 '역시 박지성을 챙겨주는 선수는 에브라뿐이다'고 칭찬하기에 바빴죠. 그 외에도 맨유가 우승하는 날이면 박지성, 테베즈와 함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서로에 대한 우정을 과시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5월 맨유의 프리미어리그 우승 현장에서는 박지성의 부모님과 포옹하며 우승 기쁨을 나누는 모습이 잉글랜드 공영방송 <BBC>에 포착 되었습니다. 박지성의 아버지와 어머니를 보더니 악수와 포옹을 하면서 우승 기념 사진을 찍었던 것이죠. 그 장면이 국내 커뮤니티에 알려지면서 축구팬들은 에브라의 훈훈한 마음씨를 부러워했습니다. 박지성과 에브라의 사이가 얼마만큼 친한지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만약 박지성에게 에브라가 없었다면 그리고 에브라에게 박지성이 없었다면 두 선수는 맨유에서의 생활이 지금보다 힘들었을지 모릅니다. 박지성은 '또 다른 절친' 뤼트 판 니스텔로이의 레알 마드리드 이적 이후, 서로의 마음을 아낌없이 나눌 수 있는 존재를 찾는데 시간이 걸렸을 것이고 에브라는 적응 실패로 고전했을 것입니다. 두 선수가 서로 의지하고 믿으며 우정을 나누었기 때문에 낯선 이국 생활을 잘 이겨냈습니다. 이것은 경기력 향상으로 이어지면서, 두 선수가 꾸준히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게 된 것이죠.

그래서 축구팬들은 에브라를 '국민브라'라고 부릅니다. 조용필과 이미자, 그리고 서태지가 '국민 가수'로 불리고 유재석이 '국민MC', 유재석과 이효리가 '국민 남매', 문근영과 김연아가 '국민 여동생'으로 불리는 것과 같은 이치죠. 그리고 맨유는 한국 축구팬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는 '국민팀'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에브라가 맨유 선수인데다 박지성과 절친하기 때문에 축구팬들이 '국민브라'라는 별명을 붙인 겁니다. 어떤 축구팬들은 에브라가 다른 외국 선수들과 달리 좀처럼 비방을 당하지 않는 이유로 '안티 없는 국민브라'라고 칭하기도 합니다.

축구팬들은 박지성과 에브라의 우정이 변치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두 선수도 같은 심정일 것입니다. 얼마전 테베즈와 작별했기 때문에 서로를 신뢰하고 의지해야 낯선 이국에서 오랫동안 버틸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두 선수의 아름다운 우정은 계속 될 것이며 에브라는 축구팬들에게 '국민브라'라는 별명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