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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 즐라탄-훈텔라르 '영입 하지 말아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여름 이적시장 행보가 활기를 띄고 있습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카를로스 테베즈의 전력 이탈 공백을 막기 위해 안토니오 발렌시아, 마이클 오언, 가브리엘 오베르탕을 영입했지만 이에 부족했는지 또 다른 공격 옵션의 영입을 노리고 있습니다. 그 주인공이 바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28, 인터 밀란) 클라스 얀 훈텔라르(26, 레알 마드리드, 이하 레알)입니다.
 
맨유가 공격 옵션들을 영입 타겟으로 삼는 이유는 선수 영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카림 벤제마 영입전에서 레알 마드리드에게 패했으며 프랑크 리베리는 선수 본인이 잉글랜드 진출을 원치 않으면서 사실상 영입 좌절로 돌아갔기 때문입니다. 세르히오 아구에로는 그의 소속팀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반대로 무산되었으며, 사뮈엘 에토에게는 여전한 영입 관심을 주고 있지만 현재까지는 맨유의 지역 라이벌인 맨시티가 주도권에서 우세를 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영입 대상을 즐라탄과 훈텔라르로 변경했습니다.

즐라탄-훈텔라르, 맨유 공격진에 필요없다

잉글랜드 일간지 <미러>는 9일(이하 현지시간) "맨유는 발렌시아-오언-오베르탕을 데려왔으나 득점력이 뛰어난 호날두의 공백을 메울만한 영입을 하지 못했다. 그러던 맨유가 즐라탄 영입 작업에 들어갔다"며 즐라탄의 맨유 이적설을 거론했습니다. 그러더니 잉글랜드 대중지 <더 선>은 9일 "AC밀란이 훈텔라르 영입을 포기하면서 맨유가 영입 경쟁에서 앞서있다"며 훈텔라르의 맨유 이적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렸습니다.

즐라탄과 훈텔라르는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소속팀을 옮길 가능성이 큰 공격수들입니다. 즐라탄은 자신의 숙원인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위해 유럽 제패를 할 수 있는 곳을 찾아 새로운 팀을 물색하고 있습니다. 훈텔라르는 지난 시즌 레알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한 활약과 더불어 벤제마의 레알행으로 주전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적을 눈앞에 두게 됐습니다. 최근에는 독일 슈투트가르트의 러브콜을 받으면서 분데스리가 진출까지 염두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맨유 입장에서도 두 선수를 꼭 영입하고 싶을 것입니다. 발렌시아-오언-오베르탕 만으론는 호날두와 테베즈의 공백을 메꿀 수 없기 때문에 또 한명의 걸출한 공격 옵션을 영입하여 공백을 최소화 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공격진은 '루니-오언-베르바토프'로 짜인 3인 공격수 체제에 마케다-웰백 같은 유망주들이 포진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4인 공격수 체제 완성을 위해 대형 공격수를 한 명만 영입할 것입니다. 현재로서는 즐라탄과 훈테라르 중에 한 명으로 무게감이 실리고 있습니다.

그러나 즐라탄과 훈텔라르는 맨유 공격진에서 실질적으로 필요한 선수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아무리 기량이 출중할지라도 팀 스타일에 맞지 않으면 선수로서도, 팀으로서도 곤혹스럽기 때문입니다. 프리미어리그 최고 타겟맨이었던 디미타르 베르바토프가 지난해 여름 맨유 이적 이후 팀 스타일에 적응하지 못해 시즌 후반에 이르러 공격형 미드필더로 전환했던 것은 두 선수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맨유가 대형 공격수를 영입하려면 네임벨류보다 팀 전술에 맞춰갈 수 있는 선수를 데려오는 것이 우선입니다.

맨유의 즐라탄 영입은 베르바토프의 활용도를 줄이는 결과를 낳게 될 것입니다. 즐라탄과 베르바토프의 스타일이 서로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두 선수는 장신 선수임에도 공중볼보다 발재간과 공간 창출능력, 창의력을 지닌 선수들입니다. 스타일이 서로 겹치기 때문에 퍼거슨 감독의 전술 운용에 적지 않은 악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일각에서는 지난 시즌 실망스런 활약을 펼친 베르바토프를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맨유가 베르바토프 영입을 위해 3075만 파운드의 막대한 이적료를 쏟았기 때문에 쉽게 포기할 수 있는 카드가 아닙니다.

즐라탄은 웨인 루니의 쉐도우 역량을 살리기 위한 방편으로 타겟맨에 배치 될 것으로 보이지만 전형적인 포스트플레이를 펼치는 선수가 아닙니다. 어쩌면 루니가 즐라탄의 유연한 공격력을 뒷받침하는 궃은 역할을 도맡을지 모릅니다. '루니 시프트'로 호날두 공백을 메울 가능성이 큰 맨유에게는 즐라탄 카드가 그리 적절치 못합니다. 또한 즐라탄이 조세 무리뉴 인터 밀란 감독에게 지저분한 플레이를 할 것을 요구받는 것은 다른 공격수들에 비해 너무 깨끗한 공격을 펼치는 문제점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거친 몸싸움을 바탕으로 하는 프리미어리그에서 깨끗한 플레이를 하기에는 개인 공격 전개가 매끄럽지 못하는 문제점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즐라탄의 또 다른 문제점은 유럽 무대 혹은 큰 경기에 약하다는 점입니다. 즐라탄은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8경기에서 1골 2도움에 그쳤으며 강팀과의 경기에서 맥없이 무너집니다. 상대 수비수의 압박 견제를 받으면 번번이 골 기회를 놓치거나 패스 흐름을 놓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호날두는 2007/08시즌 후반부에 이르러 강팀에 약한 징크스에서 벗어나기 시작했지만 즐라탄은 아직 아닙니다. 어쩌면 프리미어리그에서 안드리 셉첸코처럼 고전할 수 있는 타입입니다.

훈텔라르도 마찬가지 입니다. 훈텔라르는 골 결정력이 뛰어난 선수임에는 분명하지만 맨유 스타일에 맞는 선수가 아닙니다. 맨유는 측면과 최전방을 가리지 않고 동료와 패스를 주고받는 연계 플레이를 근간으로 삼는 팀이지만 훈텔라르는 동료 선수들과의 연계 플레이가 부족한 문제점이 있습니다. 또한 움직이는 반경이 페널티 박스쪽으로 치우쳤다는 것과 활동량과 스피드도 부족하기 때문에 최전방에서 고립 될 가능성이 큽니다. 맨유의 빠르고 역동적인 공격 전술과 어긋나는 선수임엔 분명합니다.

현대 축구는 단순히 골을 잘 넣는 공격수보다는 동료를 활용한 연계 플레이와 더불어 다양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공격수들이 선호받고 있습니다. 지난 시즌 트레블을 달성했던 FC 바르셀로나가 프리메라리가 득점 2위(36경기 30골)인 에토를 이적시키고 다비드 비야(발렌시아)를 영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려는 것은, 공격수의 연계 플레이가 얼마만큼 중요한지를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골닷컴에 따르면 비야의 바르셀로나 이적이 완료 되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측이 공식 발표하지 않았기 때문에 좀 더 두고봐야 합니다.) 이는 훈텔라르 카드가 맨유에 적절치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맨유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공격 옵션 영입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그래서 결국에는 즐라탄과 훈텔라르를 노리게 되었지만, 두 카드도 실상을 들여보면 그리 매력적이지 못합니다. 아직 이적시장이 1개월 반 남았지만 프리시즌은 벌써 시작됐습니다. 과연 맨유가 어떤 공격수를 영입하여 프리미어리그 4연패와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의 기틀을 마련할지 앞으로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