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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레알-바르샤, EPL 독주 무너뜨릴 '대항마'

 

최근 유럽축구의 화두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강세였습니다. 지난 2003년 러시아 석유재벌가인 '조만장자'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첼시 구단 인수를 기점으로 프리미어리그에 외국 자본들이 대거 유입되기 시작했죠. 이적료 및 연봉이 다른 리그에 비해 높은 수준을 자랑하면서, 선수들에게 프리미어리그가 돈을 많이 버는 리그라는 인식이 심어졌습니다. 여기에 상업적인 성공까지 더해지면서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를 제치고 유럽축구연맹(UEFA) 최고의 리그로 군림하게 됐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은 최근 세 시즌 연속 UEFA 챔피언스리그 4강에 세 팀이나 배출했습니다. 2006/07시즌과 2007/08시즌에는 맨유-첼시-리버풀, 2008/09시즌에는 맨유-첼시-아스날이 4강 무대를 밟은 것이죠. 이를 두고 '잉글랜드 챔피언스리그'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잉글랜드 클럽들이 챔피언스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하지만 최근들어 프리미어리그의 독주가 무너질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프리미어리그 빅4 클럽들이 이적시장에서 대형 스타들을 거듭 놓치고 있는 가운데,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가 빅4를 능가할 수 있는 카드로 등장했습니다. 여기에 FC 바르셀로나는 지난 5월 28일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전 승리로 유럽 제패 및 트레블까지 달성했습니다. 프리미어리그의 독주가 레알, 바르셀로나의 협공에 무너질 위기에 놓였습니다.

레알-바르샤, EPL 제치고 유럽축구 지배하나?

최근 몇 년간, 여름 이적시장은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의 강세가 돋보였습니다. 프리미어리그 클럽들이 이적시장에서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면서 대형 선수 혹은 유럽 축구를 빛낼 기대주들이 하나 둘 씩 잉글랜드로 모였습니다.

하지만 올해 여름 이적시장은 그렇지 않습니다. '갈락티코'의 지휘자인 플로렌티노 페레즈가 2년 만에 레알 구단주로 복귀하면서 이적시장을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이 레알로 집중되었습니다. 약 4조원의 개인재산을 자랑하는 페레즈 구단주는 당대 최고의 축구 천재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전 맨유) 히카르두 카카(전 AC밀란)를 영입하더니 유럽 최고의 영건인 카림 벤제마(전 리옹)를 거금에 영입했습니다. 특히 카카와 벤제마는 맨유와 첼시, 아스날의 영입 대상이었다는 점에서 이들이 레알과의 영입전에서 패하고 말았습니다.

레알의 선수 영입 계획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페레즈 구단주가 앞으로 2명의 대형 선수를 더 영입할 것이라고 공언했기 때문이죠. 레알 이적 후보군으로 꼽히는 선수들은 사비 알론소(리버풀) 애슐리 콜(첼시) 프랑크 리베리(바이에른 뮌헨) 더글라스 마이콘(인터 밀란)입니다. 이들은 프리미어리그의 정상급 선수로 군림하고 있거나 프리미어리그 팀들의 영입 러브콜을 받고 있는 선수들로서 굳이 올 시즌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프리메라리가로 둥지를 틀을 가능성이 농후한 선수들입니다. 이는 프리미어리그 빅4 클럽들이 레알의 이적시장 행보를 이기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레알의 의지는 페레즈 구단주의 수익 강화 목적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성적 향상이 맞습니다. 지난 시즌 무관에 그친데다 라이벌 바르셀로나가 트레블을 달성한 것이 결정타가 되어, 대형 선수 영입을 통한 전력 강화에 힘을 기울이게 됐습니다. 특히 챔피언스리그에서는 최근 다섯 시즌 연속 16강 진출에 실패했기 때문에 페레즈 구단주의 거금 투자가 절실하게 됐습니다. 페레즈 구단주로서도 갈락티코 1기가 붕괴된 원인이 2003/04시즌 부터 세 시즌 연속으로 이어진 무관이었기 때문에 성적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습니다. 알론소, 애슐리 콜, 마이콘 같은 중원 및 수비 자원들을 영입하려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바르셀로나는 아직까지 대형 선수를 영입하지 않았지만 전력에서는 단연 '유럽 최고'입니다. 프리미어리그 3연패와 2007/08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인 맨유를 제압했던 것이 결정적이었죠. 최근에는 사뮈엘 에토가 맨체스터 시티 이적을 앞두고 있지만 이를 대비하기 위한 차원으로 다비드 비야(발렌시아)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인터 밀란) 영입을 추진하고 있어 레알처럼 세계적인 선수들을 영입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일수도 있습니다. 바르셀로나 입장에서는 2008/09시즌의 아성을 지켜야하기 때문에 레알의 견제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임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레알과 바르셀로나는 세계 3대 축구천재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호날두와 카카는 레알, 리오넬 메시는 바르셀로나에서 뛰고 있죠. 지구촌 축구팬들의 시선이 프리미어리그가 아닌 프리메라리가쪽으로 쏠릴 틈이 생기면서 레알-바르셀로나가 상업적인 면에서 많은 이득을 챙길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호날두는 지난 5일 잉글랜드 일간지 <데일리 메일>을 통해 "프리미어리그는 수준이 높은 리그다. 하지만 올해 여름에 많은 스타 선수들을 영입한 프리메라리가가 수준면에서 조금 우위를 보일 것이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프리메라리가의 경기력이 레알-바르셀로나의 파워를 앞세워 프리미어리그를 능가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프리메라리가가 프리미어리그를 뒤집기에는 레알-바르셀로나의 협공으로는 부족한 것이 사실입니다. 후위 그룹들이 레알-바르셀로나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죠. 비야 레알은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8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거두었지만 최근 10년간 챔피언스리그 32강 본선 출전이 2번에 그쳤을 만큼 챔피언스리그 경험이 짧습니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최근 유럽 무대에서 강인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으며 한때 유럽을 호령했던 발렌시아는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습니다. 어쩌면 레알-바르셀로나를 보조해야 할 후위 클럽들의 존재감이 프리메라리라가 프리미어리그의 독주를 확실하게 넘을 수 없는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지 모릅니다. 프리메라리가로서 믿을만한 존재는 레알-바르셀로나 뿐입니다.

반면 프리미어리그는 빅4 클럽들이 이적시장에서 레알의 파워에 밀린 것이 큽니다. 맨유가 안토니오 발렌시아(전 위건) 마이클 오언(전 뉴캐슬) 첼시가 유리 지르코프(전 CSKA 모스크바) 리버풀이 글랜 존스(전 포츠머스) 같은 대형 선수를 영입했지만 레알에 비해 네임 벨류에서 부족합니다. 맨유는 호날두를 레알에 내준것에 이어 카카-벤제마 영입전에서 레알에 패했으며 첼시는 로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재정 악화로 지난 1월에 긴축 재정을 선언했습니다. 리버풀과 아스날은 구단 재정 상황 때문에 이적 시장에서 많은 돈을 투자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프리미어리그 독주가 레알과 바르셀로나에 발목잡힐 수 있는 또 하나의 변수가 바로 세금입니다. 영국 정부가 내년부터 연봉 15만 파운드(약 3억원) 이상인 고소득자에게 50%의 소득세율을 적용한다고 발표하면서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중인 대부분의 선수들이 고액 세금을 물게 될 처지에 놓였습니다. 50% 세금이 적용되면 프리미어리그의 우수한 인재들이 다른 리그로 빠지고, 다른 리그에서 활약중인 선수들도 높은 세금 때문에 프리미어리그 진출을 꺼릴 가능성이 큽니다. 여기에 레알-바르셀로나의 협공까지 더해지면서 그동안 유럽 무대에서 형성했던 독주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2009/10시즌은 프리미어리그의 독주와 레알-바르셀로나의 선전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기입니다. 프리미어리그는 올 시즌을 기점으로 몰락의 길을 걷거나 아니면 내실을 키우면서 독주를 이어가기 위한 방안을 마련할 것이고 레알과 바르셀로나는 프리미어리그의 아성을 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유럽축구를 바라보는 지구촌 축구팬들의 열기가 뜨겁게 가열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