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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박주영에게 물었다. "목표로 하는 선수는 누구?"

 

저는 7월 4일 토요일 낮 1시 서울 명동 아디다스 매장에서 열렸던 F50i 축구화 런칭 기념회에 다녀왔습니다. 이 행사에서는 허정무호의 간판 골잡이인 박주영(24, AS 모나코)이 참여해 축구팬들과 만남의 자리를 가졌습니다. 저로서도 토요일 오후에는 스케줄이 없었기 때문에 박주영의 모습을 보고 싶었습니다.

우선, 명동은 유명 축구 선수들과 축구팬들이 소통하는 단골 장소 입니다. 저는 2007년 5월 명동 아디다스 매장에서 김남일이 행사에 참여했던 모습을 두 눈으로 지켜봤고, 그해 6월에는 티에리 앙리가 명동 리복 매장을 찾았는데 많은 인파 속에서 그의 모습을 정면으로 찍는 행운을 얻었습니다. 7월에는 박지성이 명동 나이키 매장에서 팬 미팅을 했는데, 아쉽게도 개인 사정으로 명동에 가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올해 7월에 박주영이 명동 아디다스 매장에서 F50i 축구화 런칭 기념회에 참여했더군요.

[사진=박주영이 서울 명동에서 즉석 팬 미팅하는 장면. 저에게는 평생 잊혀지지 않을 장면입니다. (C) 효리사랑]

축구팬 입장에서도 명동에서 축구 스타들을 만나는 것이 기쁠 수 밖에 없습니다. 경기장에서는 입장 요금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돈을 들여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명동에서는 그런 개념이 없습니다. 우연히 거리를 지나다니기만 해도 축구 스타를 볼 수 있기 때문이죠. 경기장 또는 TV 브라운관에서 만나던 축구 스타를 서울 도심 거리에서 얼굴을 직접 보는 것은 행운입니다. 열성팬이라면 행사장 앞에서 선수 사진을 가까이에서 찍기 위해 안전 펜스 앞쪽에 있으려고 애를 쓸 것입니다. 바로 저 같은 사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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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주영의 모습을 찍으려는 시민들. 대부분이 여성분들 이었습니다. 이날 사진찍는 분들 중에서는 남성분들도 적지 않았지만, 여성분들 숫자가 더 많았습니다. 박주영이 여성분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것을 현장에서 실감했습니다. (C) 효리사랑]

이번 박주영 행사에서도 그랬습니다. 박주영의 친정팀인 FC서울의 유니폼과 관련 의류를 입고 나왔던 분들이 눈에 띄었지만, 여성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분들은 현장에서 '박주영 잘 생겼다'는 감탄을 하며 사진 찍는데 여념 없었습니다. 우연히 거리를 지나다니던 여성분들도 갑자기 박주영의 얼굴을 두 눈으로 봤는지 큰 목소리로 웃음지으며 환호하시더군요.

어떤 중년 부부는 거리에서 박주영의 모습을 보자마자 안전 펜스 앞으로 달려나오더군요. 남편되시는 분은 "여보. 박주영 안좋아 하면서 얼굴은 왜 보러가?"라고 하니까 부인되시는 분이 "얼굴 잘 생겼으니까 그러지."라고 기뻐하더군요. 아디다스 매장을 지나가던 여성 일본인 관광객도 일본어로 "저 사람은 축구선수 박주영 아냐?"라며 좋아하더군요. 제가 행사 종료 후 여동생에게 박주영과 만났다고 문자 보내니까, 여동생이 '좋겠다'라고 하더군요. 박주영이 여성분들에게 인기가 많다는 것을 현장에서 실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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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주영의 트레이드 마크는 장발입니다.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종료 후 커트한 것 같은데, 여전히 장발은 포기하지 않더군요. 공교롭게도, 김주성-안정환-박주영 같은 한국 축구 기술파 공격수들의 공통점은 장발 이었습니다. 여성분들은 장발 머리를 어떻게 받아들이실지 모르겠지만, 남성분들은 "머리 잘라"라는 목소리를 높이곤 합니다. 참고로, 저도 박주영과 머리 스타일이 비슷합니다. (C) 효리사랑]

이 날은 축구팬인 저에게 평생 잊혀지지 않을 하루가 될 것 같습니다. 박주영과 직접 만나고, 대화하고, 악수했기 때문이죠. 적어도 오프라인에서 만큼은 평범한 축구팬과 다를 바 없는 저이기 때문에, 축구팬으로서의 순수한 마음으로 박주영과 만났습니다. 박주영을 가까이에서 보니까 가슴이 떨리더군요. 제가 박주영과 비슷한 나이이긴 합니다만 유럽 축구에서 한국 축구의 우수성을 알리는 선수이기 때문에 웬지 모르게 떨렸습니다. 그리고 대화하고 악수까지 했습니다.

그 이유는, 박주영 행사가 벌어지기 전에 주최측에서 퀴즈 시간을 가졌는데 제가 문제를 맞췄습니다. 제가 행사장에 나타난게 마지막 5번째 문제가 벌어질 즈음인데, 여성 MC가 "박주영 선수가 F50i 축구화를 착용하고 골을 넣었던 첫번째 경기는 어느 경기일까요?"라고 문제를 주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계속 틀리자 MC가 "그 경기는 월드컵 최종예선 경기였다"는 힌트를 주니까 곳곳에서 "사우디", "이란" 소리가 나오더군요. 전부 오답이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목소리를 높이면서 "아랍에미리트"라고 하니까 MC가 정답이라고 했습니다. 어부지리로 답을 맞추니까, 퀴즈운이 따르니까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

퀴즈 정답을 맞춘 5명은 박주영 사인볼을 받고, 즉석 팬 미팅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그 중에 한 명인 저는 MC가 무대 앞으로 오라니까 안전 펜스를 넘었는데, 너무 기분이 신나서 무대 위로 올라가 버렸습니다. 경호원이 "저기요. 무대 위에 있으면 안됩니다"라고 하니까 겨우 정신 차렸죠. 경호원분이 저 때문에 당황했을 겁니다. 갑자기 퀴즈 맞추니까 마음을 다 잡기가 힘들더군요.

얼마 뒤에는 행사 관계자가 저에게 종이를 내밀면서 즉석 팬 미팅 시간에 질문할 내용을 선택하라고 하더군요. 행사가 스피디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종이에 적힌 1~10번 질문을 다 읽기 어려운데다 아무도 1번을 선택하지 않으니까, 제가 관계자분에게 1번 질문을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1번 질문 내용은 "박주영 선수가 목표로 하는 롤 모델은 누구입니까?였습니다.(질문들이 정해진 이유는 축구팬이 선수에게 곤혹감을 주는 질문하는 것을 대비하기 위한 차원 입니다. TV 방송에서도 저렇게 진행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분들이 없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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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주영에게 직접 건네받은 아디다스 축구공 박주영 사인볼. 며칠전에 블로그 수익으로 어느 모 잡지 정기구독을 신청하여 엄브로 축구공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아디다스 축구공을 받게 되었네요. 축구팬으로서 이런 날은 쉽게 오지 않습니다. (C) 효리사랑]

행사가 시작되자, 박주영이 무대 위를 밟은 뒤 '저를 비롯한' 퀴즈 당첨자 5명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한 명씩 박주영에게 사인볼을 받고, 악수하고, 대화의 시간을 가졌죠. 제가 두번째 차례였는데 박주영에게 사인볼을 받으니까 "반갑습니다"라고 말하고 인사했습니다. 그러더니 저와 함께 인사하던 박주영이 환하게 웃더군요. 축구장에서는 골세리머니 장면을 제외하면 웃는 모습을 보기가 어려운데, 저의 두 눈으로 웃는 모습을 보니까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러더니 박주영이 오른손을 내밀면서 저도 오른손으로 악수했습니다. 그때도 "반갑습니다"라며 고개 숙이고 인사했죠. 박주영의 프랑스리그 경기를 즐겨보는 축구팬의 한 사람으로서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요.

그 뒤에는 즉석 팬 미팅 행사가 있었습니다. 5명의 퀴즈 당첨자들이 사전에 질문이 주어진 내용을 박주영에게 물어보는 행사였죠. 첫번째로 질문하시던 분이 여가 생활에 대하여 물어 봤는데 박주영의 대답은 "프랑스에서는 별로 할 것이 없다. 국내에 있을때는 친구들과 같이 영화보고, 당구치고, PC방에 간다"고 하더군요. 적어도 일상 생활에서는 한국의 젊은 세대와 다를 바 없이 보내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두번째로 질문하시던 분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저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 다음이 저의 차례였기 때문에 마음 속으로 떨렸던 것이죠.

저는 두 번째 분을 통해 마이크를 받고 박주영에게 "현재 목표로 하고 있는 롤 모델은 누구에요?"라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말을 빨리해서인지 박주영이 못알아듣더군요. 그래서 질문을 다시 했더니, 박주영의 대답은 1~2번째 질문과는 달리 말투가 느렸습니다. 아무래도 박주영에게는 어려웠던 질문이었나 봅니다.

박주영은 진지한 말투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특별히 롤 모델로 하는 선수는 없습니다. 다만, 사뮈엘 에토와 사비 에르난데스 같은 선수들은 기술과 개인기가 뛰어나기 때문에 그 선수들의 플레이를 즐겨 보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에토와 사비는 스페인 명문 FC 바르셀로나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인데, 박주영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경기를 즐겨보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저는 며칠 전 <효리사랑> 블로그를 통해 박주영이 프리메라리가에 진출해야 한다는 늬앙스의 글을 기고한 적이 있었는데(  
http://bluesoccer.net/731 ) 박주영 본인도 프리메라리가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공교롭게도, 최전방의 좁은 공간에서 빠른 순발력과 기교로 수비진을 파고들어 골을 넣는 에토의 스타일과 예리한 패싱력과 공격적인 경기 운영을 자랑하는 사비의 스타일은 박주영의 장점과 얼핏 비슷합니다. 박주영이 저에게 좋은 것을 알려줬더군요.

그 뒤에는 박주영 팬 사인회와 포토타임 행사가 있었습니다. 원래 이 행사는 오후 3시에 끝날 예정이었으나,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바람에 오후 1시 40분에 조기 종료 되었습니다. 일정이 스피디하게 진행되다보니 박주영과 함께할 수 있었던 시간이 적었던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박주영과 함께 했던 짧은 시간의 만남은 행복했습니다. 박주영이 유럽에서 더 멋진 선수로 거듭나길 바라며, 이 날 박주영이 참여했던 아디다스 F50i행사 나머지 사진들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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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팬들에게 사인하는 박주영 (C) 효리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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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주영과 박주영의 만남. 기분이 새로웠습니다. (C) 효리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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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주영의 사인을 받기 위해 줄을 서는 분들. 그중에는 아줌마 분들도 있었습니다. (C) 효리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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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주영의 저런 표정은 처음 봅니다. (C) 효리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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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여성팬과 악수하는 박주영. 사인회에서 100명에게 사인하느라, 악수하느라 오른팔이 아팠을 것이지만 박주영은 힘든 내색을 안했습니다. (C) 효리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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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박주영에게 사인받으려는 해병대 군인. 휴가 또는 외박중에 명동 거리를 지난것 같은데, 군인분에게 좋은 군 생활 추억으로 남게 될 것 같습니다. 현장에서 엄청 반가워하시더군요. (C) 효리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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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사인하는 박주영의 모습이 진지합니다. (C) 효리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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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박주영이 한 축구팬으로부터 자신이 입고 있는 옷 뒷쪽에 사인해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매직으로 사인하는 모습도 진지하네요. (C) 효리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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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그 다음은 포토타임 행사가 있었습니다. 아디다스 제품 구매 고객 40명에 한해서만 사진을 같이 찍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좋은 추억으로 남게 될 것입니다. (C) 효리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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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행사가 막바지에 이르렀지만, 축구팬들은 박주영을 찍기 위해 핸드폰과 카메라를 꺼냈습니다. 행사는 순조롭게 마무리 되었습니다.(C) 효리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