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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맨유의 오언 영입, '탁월한 선택'인 이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가 '원더보이' 마이클 오언(30) 영입에 성공했습니다. 맨유는 얼마전 카림 벤제마 영입에 실패하면서 공격수 영입이 불가피했고,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3일 전 뉴캐슬과 계약이 해지되었던 오언에게 러브콜을 보낸 끝에 계약이 성사 될 수 있었습니다.

맨유는 3일(이하 현지시간) 구단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한 오언과 2년 계약을 맺었습니다. 오언은 뉴캐슬에서 받았던 주급보다 50% 삭감된 5만 파운드(약 1억원) 계약을 맺었으며 자유계약 선수이기 때문에 이적료는 없습니다. 오언은 입단 성사 후 MUTV와의 인터뷰를 통해 "나는 맨유에 오는 것을 상상하지 못했지만 퍼거슨 감독에게 전화받고 그를 만났다. 뉴캐슬에서는 실망적이었지만 맨유가 나의 커리어를 다시 빛낼거라 믿고 있다. 팀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며 퍼거슨 감독의 영입 제안을 받은 것을 기쁘게 받아들였습니다.

오언, 테디 셰링엄처럼 맨유에서 성공할까?

맨유의 오언 영입이 축구팬들을 놀라게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두 가지 입니다. 첫째는 오언이 과거 리버풀의 간판 골잡이였다는 것과 둘째는 프리미어리그 강등팀인 뉴캐슬에서 내리막길을 걸었던 선수가 프리미어리그 3연패의 주인공인 맨유에 입성했다는 것입니다. 맨유는 그동안 벤제마를 비롯해 사뮈엘 에토(FC 바르셀로나) 페르난도 토레스(리버풀)를 비롯해서 최근에는 루이스 파비아누(세비야) 클라스 얀 훈텔라르(레알 마드리드) 세르히오 아구에로(아틀레티코 마드리드) 같은 당대 최고의 공격수들을 영입할 계획이었으나, 끝없는 내림세에 치닫고 있는 오언은 뜻밖이라는 평가입니다.

맨유와 리버풀은 앙숙 관계로 유명합니다. 최근 45년 동안 맨유에서 리버풀로, 리버풀에서 맨유로 이적하는 선수 교류가 없을 정도로 대립이 심합니다. 오언은 리버풀의 연습생으로 데뷔하여 2년 연속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올랐고 2001년에는 팀의 컵트레블을 이끌며 잉글랜드 선수로는 처음으로 발롱도르를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습니다. 2004년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기 전까지 리버풀에서 전성기를 보내며 '리버풀의 심장'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그랬던 선수가 레알 마드리드와 뉴캐슬을 거쳐 맨유로 이적했으니, 리버풀팬들의 충격이 클 것입니다.

하지만 오언의 내리막길은 레알 마드리드 이적 이후부터 시작 됐습니다. 곤잘레스 라울에게 주전 경쟁에서 밀려 왼쪽 윙어로 뛰더니 불과 한 시즌만에 프리미어리그로 돌아왔습니다. 당시 리버풀의 복귀 제안을 받았지만, 리버풀보다 거의 2배 더 많은 1700만 파운드(약 340억원, 리버풀은 900만 파운드 제시)의 이적료를 내걸은 뉴캐슬 제안을 받아들이며 지난 시즌까지 4시즌 동안 활약했습니다. 그러나 뉴캐슬 이적 이후 부상 악몽에 시달리면서 팀에 이렇다할 공헌을 하지 못하더니 올 시즌 28경기에서 8골 넣었음에도 팀의 강등을 막지 못했습니다. 특히 지난 1월 17일 블랙번전부터 시즌 최종전까지 리그 11경기 연속 무득점에 빠지면서 팀의 강등 주범으로 꼽히고 말았습니다. 그러더니 3일 전에는 뉴캐슬과 계약 만료되어 무적 신세가 됐습니다.

그래서 맨유가 오언을 영입한 것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축구팬들이 적지 않습니다. 부상과 부진으로 슬럼프에 빠진 선수를 영입한 것은 맨유 전력에 손해가 될 것이다는 것이 주된 반응입니다. 맞는 말입니다. 프리미어리그 강등팀에서 온갖 부침에 시달렸던 선수가 프리미어리그 3연패 팀에서 영입 제안을 받은 것은 믿기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오언은 이미 리버풀 시절의 포스를 잃었기 때문에 맨유에서 기대 이하의 활약상을 펼칠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퍼거슨 감독이 오언을 영입한 것은 탁월한 선택입니다. 오언이 자유계약 선수로서 이적료가 없는데다 주급도 뉴캐슬 시절의 절반으로 줄었기 때문에 맨유가 손해보는 장사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언으로서도 맨유의 제안에 반가울 수 밖에 없습니다. 3일 전 뉴캐슬과 계약 만료 되면서 실업자가 됐고,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에 극적으로 잔류했던 헐 시티와 스토크 시티의 영입 관심을 받는 바닥 신세에 몰리다가 퍼거슨 감독의 러브콜을 받았기 때문이죠.

오언은 맨유에서 No.3 또는 No.4  공격수로 활약할 공산이 큽니다. 지금의 경기력으로는 '루니-베르바토프' 투톱을 뛰어넘을 명분이 없는데다 맨유가 파비아누-훈텔라르-아구에로 같은 또 다른 공격수의 영입을 추진중이기 때문이죠. 레알 마드리드 시절처럼 벤치 신세에 만족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오언 본인 스스로 맨유 이적을 결정지은 것은, 자신이 더 이상 프리미어리그의 정상급 공격수가 아니기 때문에 현실의 위치를 받아들여 벤치를 감수하겠다는 것으로 비춰볼 수 있습니다. 맨유는 스쿼드 로테이션 시스템을 쓰는 팀이기 때문에, 오언도 예외없이 로테이션을 받아들여 몇몇 경기에서 벤치를 지켜야만 합니다.

그동안 힘든 길을 걸었던 오언으로서는 맨유 이적을 통해 5년 만에 빅 클럽에서 뛸 수 있는 기회를 맞았습니다. 빅 클럽의 멤버로 몸 담는 것은 선수 본인에게 영광이기 때문에, 올해 30세의 오언으로서도 빅 클럽에서 다시 뛰고 싶은 마음이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 시절에 이어 4년만에 UEFA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수 본인에게 큰 동기부여가 될 것입니다. 그동안 챔피언스리그와 별 다른 인연이 없었기 때문에 맨유의 유럽 제패 욕망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입니다.

공교롭게도, 맨유의 오언 영입은 12년 전 테디 셰링엄을 영입했을때와 비슷한 행보입니다. 당시 맨유는 은퇴한 에릭 칸토나의 후계자로 토트넘에서 뛰던 셰링엄을 데려왔습니다. 당시 셰링엄은 경기력 저하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선수였는데 맨유에 이적했을때의 나이가 30세로서 지금의 오언 나이와 똑같습니다. 그러던 셰링엄은 맨유에 세 번의 프리미어리그 우승 트로피를 안겼으며 1998/99시즌에는 맨유의 트레블을 이끌었습니다. 특히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는 극적인 동점골을 작렬하며 맨유의 신화로 이름을 남겼습니다. 퍼거슨 감독이 오언을 영입한 것은, 그가 12년 전의 셰링엄처럼 팀의 우승을 위해 공헌할 거라 믿었기 때문입니다.

맨유 유니폼을 입게 된 오언의 행보는 모 아니면 도가 될 것입니다. 셰링엄처럼 성공하여 팀의 우승 멤버로 이름을 새기거나 또는 레알 마드리드, 뉴캐슬 시절에 이어 실망스런 모습을 보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오언은 빅 클럽과 챔피언스리그에서 다시 뛸 수 있는 기회를 얻었기 때문에 슬럼프 탈출에 매진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를 이적료 없이 영입한 맨유의 결단이 탁월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