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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K리그, 재미없다는 편견에서 벗어나는 방법

 

*이 글은 지난달 26일 필자가 작성했던 <한국에서 K리그 좋아하기 힘든 10가지 이유>의 후속 칼럼입니다. 글의 댓글에서 "K리그는 재미없다"는 편견에 많은 방문자분들의 공감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에, 편견에 대한 글을 작성했습니다.

1. 편견을 극복하는 것은 쉬운일이 아닙니다. 자기가 아무리 열심히 노력하더라도 남이 알아주지 못하면 편견이라는 높은 장벽을 넘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발전의 성과를 달성하지 못합니다. 발전을 계획하거나 행동하기보다는 그저 기대만 하는 것은 노력 없이 성공하겠다는 것과 동일합니다. 남의 관념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끊임없는 개선과 혁신, 그리고 꾸준한 노력을 통해 인정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래야 자기가 원하는 결론과 성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2. K리그도 마찬가지 입니다. K리그가 흥행 부족으로 고전하는 가장 큰 이유는 'K리그는 재미없다'는 사람들의 편견 때문입니다. 몇몇 경기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경기 수준을 뛰어넘는 경기력을 발휘하고, 다득점 경기를 펼치고, 구단 마케팅 상품이 개성 넘치고 질이 좋아도, 스타급 플레이어들이 여럿 즐비하더라도, 그 외 등등 흥행 성공을 위한 시도를 했지만 K리그는 재미없다는 편견을 깨는데 실패했습니다. 흥행을 위한 여러가지 시도를 했으나 늘 꾸준하지 못했고, 한 쪽이 발전하면 다른 한 쪽이 뒷받침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지금까지 계속됐습니다. 당연히 '눈이 높은' 대중들을 충족시키지 못해 늘 외면받았습니다.

'K리그=텅 빈 관중'이라는 편견도 되짚어봐야 합니다. 아무리 1만명이 넘는 평균 관중 실적을 기록하더라도 외부에서 경기장에 관중이 없다는 소리를 듣는다면, 1만명이 넘게 들어온 것도 무용지물이 됩니다. 지난해 K리그 평균 관중은 1만 3242명 이었으며, 올 시즌은 흥행 저조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1만 1174명을 기록했습니다. 이 정도의 규모라면 전남 광양 구장(좌석규모 : 1만 3496석)을 거의 메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4만 이상의 월드컵 경기장에서는 1만명이 넘는 관중도 텅 빈 관중으로 인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렇다 보니, 'K리그는 재미없다'는 사람들의 편견이 확고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3. 어쩌면 편견을 이겨내는 방법이 쉬울지 모릅니다. 미디어를 통해 'K리그 재미있다', '인기발랄 K리그', '수원vs대전, 라이벌 대결 후끈', 'K리그 관중, 전년대비 크게 증가', 'K리그 인기, 프리미어리그 넘어섰다' 등과 같은 방송 내용이 꾸준히 보도되면 대중들의 시선을 끌어모을 수 있을 것입니다. 미디어는 대중들에게 새로운 정보를 제공하거나 각자의 생각과 관념을 깨우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K리그가 지닌 편견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도하여 이겨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미디어를 통한 발전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K리그 관중 및 경기력, 심판 판정 등에 대한 편파 방송이 오랫동안 판을 쳤던 현 구조에서는 이러한 시나리오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아무리 특정 인터넷 언론사가 K리그에 대한 호의적인 보도를 꾸준히 내보낼지라도 공중파 방송 3사 스포츠 뉴스에서 외면하거나 편파 보도를 내보내면 'K리그는 재미없다'는 인식을 깰 수 없습니다. 미디어의 구조를 바꿔야함이 옳겠지만, 아쉽게도 우리나라 미디어는 K리그보다 프로야구에 호의적이었습니다. 스포츠 파이가 적은 우리나라에서 K리그와 프로야구가 동반 인기 오름세를 달렸던 시절은 거의 없었습니다.

물론 일본도 J리그보다 프로야구가 많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일본 국민중에 절반이 프로야구팬이고 그 흐름은 늘 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J리그가 K리그와 달리 흥행할 수 있었던 것은 지역 연고제 정착, 유스 시스템 정착, 체계적이고 꾸준한 홍보 및 마케팅, 2014년 세계 10대 리그 진입이라는 뚜렷한 지상과제 등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미디어 보도도 활발했습니다. J리그 경기가 끝나면, 그날 경기에서 있었던 하이라이트 특집을 1시간 동안 방영했던것은 10년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합니다. 또한 지역별 팀에 맞게 하이라이트를 방영하거나 또는 지역 방송국에 따라 J리그 특집 방송을 내보내는 일이 활발합니다. 심지어는 J2리그 하이라이트까지 방영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지속적인 노출이 있었기 때문에 J리그를 응원하는 축구팬들이 많았던 겁니다.

J리그의 사례는 한국과 K리그에서 기대하기 어려운 장면입니다. 그래서 미디어라는 존재가 'K리그는 재미없다', 'K리그=텅 빈 관중'이라는 편견을 깰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습니다. 아무리 많은 관중이 들어오거나 경기가 흥미진진하더라도 공중파 스포츠 뉴스에서 "상위팀의 대결답지않게 지루했습니다. 수비수는 어이없이 공을 흘리고 공격수는 시간을 끌다가 기회를 놓쳤습니다. 걷어낸다는 게 자책골이 될 뻔했고 골문 앞에서 헛발질도 나왔습니다(지난해 10월 말 서울-성남전 소식을 모 공중파 스포츠 뉴스에서 이렇게 보도했었죠.)"라며 K리그를 깎아내리는 보도를 하면 결국에는 '그들만의 리그'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할 수 없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K리그 팬들이 미디어를 지속적으로 예의주시하면서, 결정적인 순간에 목소리를 크게 내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미디어를 감시하지 않으면 편파방송의 악순환은 계속 됩니다.

4. 월드컵 특수를 기대하는 분들도 계실 것입니다. 특히 1998년 프랑스 월드컵과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에는 대표팀 인기로 인한 K리그의 관중 증가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꾸준하지는 못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관중 숫자가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나중에는 제 위치로 돌아오고 말았습니다. 당시에는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K리그를 열심히 보러다니자"는 이야기가 주류였지만, 나중에는 관중 수 감소라는 씁쓸한 뒷맛을 남겼습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이후 K리그에 월드컵 특수가 벌어지지 않았던 것은, 대중들의 눈이 부쩍 높아졌음을 의미합니다. 대중들 사이에서 'K리그는 재미없다'는 편견이 확고한데다 프리미어리그 열풍까지 맞물려, K리그 흥행이 제자리 걸음을 걸었던 겁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이후도 마찬가지 입니다. 한국의 월드컵 경기 일정이 끝나면, 분명 어디선가 '월드컵 끝났으니 K리그 경기 많이 봐주세요'라고 대중들 앞에 호소할 것입니다. 또는 'K리그에 편파적이던' 방송사들도 K리그 경기장에 관중이 많이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일 것입니다. 독일 월드컵 이후에도 그랬으니 남아공 월드컵도 마찬가지일 겁니다.(이런 것을 냄비 현상이라고 하죠.) 그러나 필자는 현 구조가 계속된다는 전제하에, 월드컵 특수로 인한 꾸준한 관중 증가는 단연컨데 없을 거라고 봅니다. 이제는 대중들 수준이 높아졌고 세상도 차가워지고 냉정해졌는데, 'K리그 경기 많이 보러오세요'라는 메시지는 더 이상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K리그는 재미없다'는 편견의 장벽이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5. 미디어가 뒷받침 되지 않는 현 구조에서는, 홍보 및 마케팅에 사활을 걸어야 합니다. '홍보가 만사'라는 말이 있듯,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홍보를 통해 관중 효과를 늘리고 스폰서 수익까지 얻으면서 각 구단과 K리그의 브랜드 가치를 키워야 합니다. 마케팅도 마찬가지 입니다. 마케팅은 대중과의 관계를 관리하기 위한 기능이자 과정으로서, 대중들과 소통하여 가치를 창출해야 합니다. K리그가 흥행하려면 홍보 및 마케팅은 꾸준히 발전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대부분의 구단들이 지속성 부족으로 실패를 거듭했습니다.

어떤 구단에서는 마케팅 및 인지도 효과를 높이기 위해 무료 입장을 실시하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하지만 무료 입장으로 평균 관중 숫자를 늘리겠다는 생각은 이제 없어져야 합니다. 과거에도 무료 입장이 많았기 때문이죠. 무료 입장 실시한다고 해서 평균 관중이 꾸준히 늘어난 경우는 지금까지 단 한 팀도 없었습니다. 무료 입장을 실시하는 것은 수익을 창출하지 않겠다는 것과 똑같은 행위입니다. 구단의 목적은 우승 이전에 마케팅을 통한 수익 창출이 우선입니다.  

K리그 구단들이 마케팅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려면, 마케팅의 3대 전략(전사적, 사업부, 기능 전략)을 충분히 인지해야 합니다. 전사적 전략은 구단의 모든 구성원이 팬 만족을 최우선시 하는 마케팅 개념이 무장되어 있어야 하며 사업부 전략이라면 다른 구단와의 마케팅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계획이 필요로 합니다. 그리고 기능 전략이라면 중요한 전략을 효과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말합니다.

이러한 전략을 통해 마케팅에 대한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해고 실행하면, 대중과의 거리가 가까워지는 것이며 소통의 기회를 마련하여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게 됩니다. 또한 'K리그는 재미없다', 'K리그=텅 빈 관중'이라는 편견을 넘어설 수 있는 명분을 마련할 수 있는 것입니다. 아무리 미디어가 편파보도를 날리더라도 K리그의 브랜드 가치가 부쩍 높아지면 언젠가 그들도 굴복할 것입니다. 물론 구단 마케팅 담당자들도 이러한 원리를 대학교 시절에 배웠을 것입니다. 그런데 구단에서 지금까지 뭐했습니까? 마케팅은 결과로 말할 뿐입니다.

6. 아무리 마케팅을 열심히 하더라도 제품의 질과 디자인이 대중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나중에는 외면받고 맙니다. 여기서 말하는 제품이 바로 K리그의 경기력입니다. 일부에서는 대형 선수 영입, 수준급 외국인 선수 보강의 목소리를 높이지만 초호화 선수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마케팅의 가치마저 떨어집니다. 축구는 단체 종목이기 때문에 선수보다 팀이 우선이며, 팀의 경기 스타일을 높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소비자(관중)가 원하는 것은 박진감 넘치는 공격 축구이며 K리그도 그 흐름에 따라가야 합니다. 2000년대 중반처럼 3-4-1-2, 3-4-3 형식의 압박 축구로 공격보다 수비에 중점을 두던 스타일이 또 성행하면 흥행 실패의 딱지를 맞을 것입니다.

멀리 내다 볼 필요 없습니다. K리그는 2003년 대전과 2008년 대구, 2009년 강원의 사례를 통해, 관중들을 사로잡는 공격 축구로 관중들의 높은 호응을 얻었습니다. 세 팀 모두 저예산을 쓰는 시민구단(또는 도민구단) 팀들이라는 점에서, 많은 돈을 들이지않고도 경기력 향상을 꾀할 수 있습니다. 대형 선수 영입으로 공격 축구를 하겠다는 근시안적인 접근보다는 기존의 자원으로 공격 축구를 하기 위해 노력하는 마인드가 K리그에 절실합니다. 심판 판정 문제, 경기 지연 행위 같은 문제까지 개선된다면 'K리그는 재미없다'는 편견을 가진 팬들이 차츰 감소할 겁니다.

7. 한국 사람들은 축구를 좋아합니다. 어렸을적부터 동네 골목에서 축구공을 가지고 놀면서부터 축구에 대한 친숙함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죠. 그런 사람들만 하더라도 대한민국에서 부지기수 일 겁니다. 국가 대표팀 경기, 박지성의 맨유 경기, 유럽 축구를 할 때마다 열광하는 것도 그 때문이죠. 그런데 K리그는 왜 재미없다는 편견이 생겼을까요? 이는 K리그가 대중과의 소통에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미디어의 심술도 빠질수는 없겠죠. K리그가 유럽리그와 J리그처럼 흥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편견을 극복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꾸준한 흥행 성공은 보장할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