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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레알 마드리드, 지구를 정복할 '슈퍼 클럽'

 

1. 많은 사람들은 레알 마드리드(이하 레알)하면 '부자 구단', '선수 싹쓸이 구단'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립니다. 지난 몇 년 동안 지구촌 축구계에서 특출난  스타급 선수들을 막대한 이적료를 풀어 영입했기 때문이죠. 2000년 루이스 피구를 시작으로 지네딘 지단, 호나우두, 데이비드 베컴, 마이클 오언, 호비뉴가 바로 그들입니다. 그리고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는 세계 최고의 축구 천재로 꼽히는 히카르두 카카,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영입했습니다. 특히 호날두의 이적료 8000만 파운드(약 1600억원)는 역대 최고의 이적료로써 많은 사람들을 부럽게 했습니다.

레알이 특급 선수 영입에 많은 돈을 들이는 이유는 성적 향상 때문입니다. 축구는 결과로 말하고 스포츠산업에서 성적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어서 우수한 선수 영입에 과감한 돈을 투자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아무리 다양한 마케팅 상품을 개발한다고 할지라도 성적이 보장되지 않으면 그것은 헛수고입니다. 매년 이적시장마다 선수 영입에 많은 돈을 들여 전력 향상을 꾀하는 것이 빅 클럽의 생리입니다. 특히 최근 레알의 성적은 스페인 빅 클럽 치고는 처참했습니다. 최근 다섯 시즌 동안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탈락을 비롯 지난 시즌에는 무관에 그치면서 라이벌 FC 바르셀로나의 트레블 달성과 대조되는 길을 걸었습니다.

2. 그런 레알이 대형 선수 영입에 목을 메는 또 하나의 목적은 구단 수익 때문입니다. 플로렌티노 페레즈 구단주는 지난 2000년 부터 6년 동안 구단주를 맡아 팀의 막대한 부채를 갚기 위해 대형 선수 영입에 매달렸습니다. 선수 마케팅을 통한 부채 탕감과 이윤창출을 꾀하여 구단 수익을 늘린 것은 물론 부채까지 해결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 피구와 지단 영입 이후에는 구단 수익이 1억 유로(약 1,770억원)에서 3억 유로(약 5,290억원)로 대폭증가했고 갈락티코 1기 스타들 대부분이 팀에 없었던 2007/08시즌에는 3억 6580만 유로(약 6,376억원)를 벌어들였습니다. 이 기록은 세계 클럽 수익 1위의 금액이었습니다.

특히 베컴의 영입은 레알의 수익이 번창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습니다. 2003년 베컴 영입 이후 6개월 동안 지구촌에서 그의 레알 유니폼이 100만장이나 팔렸기 때문이죠. 당시 베컴의 영입을 놓고 외부에서는 베컴과 피구의 포지션이 겹치는 것을 이유로 '레알 전력에 필요한 선수가 아니다'가 아니다는 말이 있었지만, 페레즈 구단주는 어떠한 망설임도 없이 영입 서류에 사인했습니다. 베컴이 꽃미남 외모로 지구촌 축구팬들의 많은 인기를 끌었던 슈퍼스타이기 때문에 레알의 수익과 브랜드 강화 차원에서 영입한 것이죠. 결과는 대성공이었고 마케팅, 광고 스폰서, 방송 중계권, 외국 투어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부가적 수입으로 많은 돈을 벌어들이며 스포츠 마케팅의 선두 주자로 거듭났습니다.

페레즈 구단주는 2년 만에 레알 구단주로 돌아오면서 또 다시 막대한 이적료를 지출하기 시작했습니다. 카카-호날두 영입에 무려 1억 5300만 유로(약 2,700억원)을 투자한 것이죠. 이는 레알의 9년 전 전체 수익을 뛰어넘는 규모입니다. 구단의 수익이 꾸준히 번창하려면 대형 선수 영입 만큼 임펙트가 강한 수익 방법이 없기 때문이죠. 이러한 브랜딩 전략은 팬들을 구단 마케팅 상품에 유통시켜 다양한 경로로 판매할 수 있는 이득을 얻을 수 있으며, 팬들의 높은 관심을 받아 레알이라는 브랜드의 가치를 끌어 올리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미 베컴 영입을 통해 큰 효과를 얻었기 때문에, 베컴처럼 스타성이 강한 카카와 호날두를 영입하여 '갈락티코'라는 정체성을 살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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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007년 7월 15일 피스컵 국제 세미나에서 알폰소 레알 국제 스폰서 담당이 레알의 운영방식을 소개하는 장면 (C) 효리사랑]

3. 필자는 지난 2007년 7월 15일 서울에서 열린 <피스컵 국제 세미나>에 참석하여 레딩, 볼튼, 리옹, 그리고 레알 현지 관계자로 부터 팀의 운영 전략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리에 참석했던 알폰소 국제 스폰서 담당은 "축구팬과 관중이 늘어나는 많은 요소에 대해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려야 한다. 그래야 다른 클럽으로부터 모범이 되고 우리는 전략적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이들을 통해 많은 이익을 얻어야만 축구를 브랜드로 인식시켜야 한다"며 축구팬들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는 마케팅이 레알의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린 비결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레알은 코퍼레이션 사업 제도로 운영하는 팀입니다. 최고의 파트너십을 통해 수입을 올리는 부서가 따로 있는데 팬과의 만남을 통해 레알의 브랜드를 높여 이익을 창출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이에 알폰소 담당은 "레알이 마케팅 제품을 만들고 분재하는 역할에 360명의 많은 마케팅 담당자들이 종사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축구 경기와 TV, 신문, 유니폼 등에 활용하여 많은 팬을 모으고 있다. 특히 레알 TV(레알 자체 방송)는 200만 가구의 관객이 따로 시청하는데 아시아에 138만 가구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지구촌에서 인지도 높은 대형 선수 영입을 통해 브랜드를 강화하여 막대한 수익을 올렸던 것이죠. 그 중심은 다름 아닌 아시아 시장 이었습니다.

레알이 오는 7월 피스컵을 개최하는 이유도 브랜드 강화 때문입니다. 피스컵은 각 대륙에 있는 명문 클럽들이 출전할 예정인데 이는 레알이 피스컵을 발판으로 더 많은 클럽과 나라와의 활발한 교류를 하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레알이라는 이미지를 지구촌 축구팬들에게 친근하게 알리고, 그로 인한 마케팅과 방송 중계권 수익을 늘리려는 의도가 있었습니다. 시장에서 레알이라는 존재감이 커지면 결국 스포츠 브랜드는 레알이 주도하는 결과로 이어지기 때문이죠. 2003년과 2005년, 2007년 피스컵이 국내에서 개최 되었다가 올해 스페인에서 열릴 수 있었던 것도 레알이 적극적인 개최 의지를 밝혔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4. 스타 마케팅의 문제점은 어느 시점이 되면 팬들의 관심에서 멀어지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K리그 같은 경우에도 월드컵 특수를 비롯해서 2003년 김은중, 이관우(이상 대전) 2005년 박주영(서울) 2006년 이관우, 백지훈(이상 수원)같은 특급 스타들의 존재감을 널리 알리는 스타 마케팅이 존재했지만, 일시적인 효과만 있었을 뿐 오랫동안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또 다른 대형 선수를 영입하거나 또는 자체적으로 발굴해서 스타 마케팅의 효과를 드높여야 합니다.

레알은 스타 마케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매년 이적시장에서 대형 선수들을 차례로 보강했습니다. 2000년부터 2005년까지 피구-지단-호나우두-베컴-오언-호비뉴를 1년 간격으로 영입했던 것이죠. 그리고 얼마전에는 갈락티코 2기를 출범시키면서 카카-호날두를 영입했습니다. 페레즈 구단주 재임기간 동안에는 앞으로도 스타급 선수들을 계속 영입할 것입니다. 팬들의 많은 관심을 받기 때문에 레알이라는 브랜드 효과를 지속 시킬 수 있는 이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죠. 이러한 방식을 앞으로도 고수하면 레알의 수익은 날이 갈수록 늘어날 것임이 분명합니다.

5. 그러나 성적이 뒷받침 되지 못하면, 페레즈 구단주의 갈락티코 2기는 실패로 끝날 가능성이 큽니다. 페레즈 구단주는 지난 1기에서 공격 옵션에 치우친 영입 정책을 표방하더니 공수 불균형에 의한 팀 전력 약화를 막지 못하고 2005/06시즌 도중 사퇴했습니다. 2003년 베컴 영입 이후 세 시즌 동안 무관에 그칠 정도로 호화멤버를 무색케 했죠.

카카, 호날두가 가세한 갈락티코 2기가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성적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1기와 차별화된 행보를 걷기 위해서는 그것을 넘어설 수 있는 무언가의 성과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그래야 마케팅을 비롯한 여러 방면에 걸쳐서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것과 동시에 팀의 브랜드를 두껍게 다질 수 있습니다. 레알이 최근 사비 알론소(리버풀) 더글라스 마이콘(인터 밀란)같은 후방 옵션들의 영입에 매달렸던 것은 1기의 실패 사례를 참고삼아 팀의 쇄신을 꾀하겠다는 의도로 읽을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성적과 흥행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겠다는 것이죠.

지구촌 사회의 경쟁이 날이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는 것 처럼, 유럽 축구도 마찬가지 입니다. 카카, 호날두 영입으로 지구촌 축구팬들을 사로잡은 레알의 행보가 주목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갈락티코 1기 시절 '지구 방위대'의 명성에도 불구하고 매 시즌 우승 실패로 지구 정복에 실패했던 레알이 2기에서는 진정한 슈퍼 클럽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