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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UAE전 이겨야 월드컵 본선 진출 보인다


결전의 그날이 다가왔습니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오는 7일 새벽 1시 15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릴 2010 남아프리카 공화국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B조 6차전 UAE 원정을 치르게 됩니다. 이번 원정 경기는 중동 3연전(UAE-사우디 아라비아-이란)의 첫 시작이기 때문에 경기 과정 및 결과가 중요할 수 밖에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시작이 반 이다'는 말이 있듯, 중동팀과의 대결에서 우세를 점해야 B조 1위로 월드컵 본선 진출하게 될 것입니다.

3승2무로 B조 1위를 기록중인 대표팀이 이번 UAE 원정 경기만 이긴다면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은 기정 사실이 됩니다. 오늘 오후 5시 평양에서 열릴 북한-이란전이 무승부로 끝나고 한국이 UAE를 꺾으면, 허정무호는 사실상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짓게 됩니다. 만약 북한-이란전에서 어느 한 팀이 승리하면 한국의 월드컵 본선 진출 여부는 오는 10일 사우디와의 홈 경기에서 가려지게 됩니다. 북한-이라크전 결과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는 UAE를 꺾는게 더 우선입니다.

한국이 UAE를 이길 수 밖에 없는 이유

한 가지 긍정적인 것은, UAE의 전력이 취약하다는 것입니다. UAE는 이번 월드컵 최종예선에서 1무5패로 B조 최하위에 머무르며 사실상 남아공 티켓을 획득하지 못했습니다. 자국 국민들과 언론들이 한국전보다 지난 3일 독일과의 평가전(2-7 UAE 패)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았다고 하니, 월드컵 본선 진출에 대한 의욕이 없어진 상태죠. 허정무호가 UAE의 허를 찌르는 경기 운영을 펼친다면 승부처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할 것임이 분명합니다. 왜냐하면 UAE 선수들의 사기가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이죠.

한국은 지난해 10월 서울에서 열린 UAE와의 최종예선 2차전 홈 경기에서 4-1 대승을 거두었습니다. 이근호가 두 골을 넣었고 박지성과 곽태휘가 한 골씩을 보태서 이겼던 경기죠. 한국은 이 경기 승리를 시작으로 사우디-이란과의 원정 경기와 북한과의 홈경기에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렸습니다. 이번 UAE 원정에서도 이긴다면 월드컵 본선 진출은 물론이요, 사우디와 이란과의 홈경기에서도 좋은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폭제를 마련할 수 있습니다.

물론 UAE 특유의 무더운 기후와 습도 높은 날씨가 허정무호의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그동안 세계 각지에서 많은 경기를 치르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데다 해외파들이 즐비하기 때문에 기후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3일 UAE 두바이에서 열린 오만과의 평가전에서도 이렇다할 약점 없이 전체적으로 좋은 경기력을 펼쳤기 때문에 기후에 대한 적응의 우려를 완전히 떨쳤습니다. 지금까지의 흐름대로라면 한국이 UAE를 이길 것임이 분명하지만, 방심은 절대 금물입니다.

허정무 감독은 어느 때보다 중요성이 큰 UAE 원정 승리 카드로 '양박' 박지성-박주영 라인을 가동할 예정입니다. 두 선수는 지난 오만전에서 각각 왼쪽 윙어, 왼쪽 공격수로서 부지런하고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상대 오른쪽 수비라인을 뚫었습니다. 박지성은 특유의 종횡무진 움직임으로 중앙과 오른쪽 라인까지 활발히 움직이며 팀의 기동력을 살렸고 박주영은 상대 수비망을 단번에 허무는 재치와 기교를 비롯 전반 3분과 22분에 날카로운 프리킥을 날리며 상대 수비진을 위협 했습니다. 박지성이 미드필더 공간에서 휘저으면 박주영이 최전방에서 골을 넣는 공격을 펼치는 득점 루트는 그동안 대표팀 공격의 근간이자 핵심 이었습니다.

또 하나 관심을 모으는 부분은 양박과 함께 호흡할 이근호의 활약 여부입니다. '박주영-이근호' 투톱은 서로의 활동 공간과 스타일이 비슷하기 때문에 이렇다할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지난 오만전에서는 박주영이 왼쪽을 맡고 이근호가 오른쪽을 맡았는데, 박지성이 왼쪽에서 부지런히 흔들어주고 오른쪽 윙어였던 최태욱이 팀 플레이에서 익숙하지 못한 경기력을 펼치면서 박주영에게만 무게감이 쏠렸던 것이 사실입니다.

한국이 UAE를 꺾으려면 이근호의 골이 '필수'입니다. 이근호는 UAE전에서 두 골을 넣은데다 J리그에서 이와타 팬들에게 '신'으로 꼽힐 만큼 많은 골을 넣었기 때문에 대표팀 선수 중에서 가장 골 감각이 좋습니다. 박주영은 이미 프랑스리그에서 증명된 것 처럼 골잡이보다는 도우미로서의 역할에서 강점을 나타냈던 선수이기 때문에, 이근호가 골잡이로서 맹위를 떨쳐야만 UAE전 승리가 눈앞에 보입니다. 이근호도 박주영 못지않게 저돌적인 성향인데다 이청용 또는 최태욱이 오른쪽 윙어로서 이름값을 다한다면 문제 될 것이 없습니다.

중원은 '김정우-조원희(기성용)' 조합이 유력합니다. 기성용이 허정무호 중원의 핵으로 활약했음에도 그동안 소속팀 및 AFC 챔피언스리그 일정을 소화하면서 발목이 좋지 않기 때문에 풀타임 출전 여부는 미지수 입니다. 김정우는 오만전에서 최상의 컨디션으로 공수 양면에 걸쳐 좋은 경기력을 발휘한데다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되던 박지성과의 호흡 문제도 개선되면서 UAE전 선발 출전이 확실합니다. 조원희는 부진한 경기가 손에 꼽을 정도로 거의 없는데다 항상 꾸준히 맹활약을 펼쳤기 때문에 UAE전에서도 그 기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포백은 현 시점에서 대표팀의 불안 요소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좌우 풀백을 맡는 이영표와 오범석이 소속팀에서 많은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기 때문에 실전 감각 저하가 UAE전에서 어떻게 작용할지 의문입니다. 두 선수는 오만전에서 무난한 활약을 펼쳤지만 상대팀의 측면 공격이 활발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제대로 검증할 수 없었습니다. 두 선수로서도 UAE전에서 뭔가 보여줘야만 사우디전과 이란전에서 주전으로 출전할 수 있는 명분이 있기 때문에 '이번 경기가 중요하다'는 절박함을 앞세워 경기에 임할 것입니다.

센터백을 맡을 조용형과 이정수는 UAE 공격수 이스마일 살렘을 조심해야 합니다. 살렘은 지난 3일 독일전에서 중거리슛으로 골을 넣었던 선수이자 지난해 10월 한국전에서도 우리의 골망을 흔들었던 선수입니다. 조용형과 이정수가 살렘을 철저히 견제하면 UAE 원정에서 무실점 경기를 할 수 있으며, 이는 곧 한국의 승리로 이어질 것입니다. 골키퍼 이운재는 노련한 선수이기 때문에 이번에도 슈퍼 세이브가 기대됩니다.

한국은 지난해 2월 투르크매니스탄전 이후 지금까지 20경기 연속 무패행진(10승10무)을 기록중입니다. 지지 않는 팀 컬러를 자랑하기 때문에 B조 최하위 UAE전에서 패하는 일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서는 반드시 이겨야 할 경기입니다. 태극전사들이 UAE전에서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소화하여 국민들에게 시원스런 골 잔치와 명승부, 축구의 묘미를 안겨줄지 무척 기대됩니다. 남아공행을 위해 무조건 이겨야 하는 UAE전이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