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첼시 구단주의 못말리는 유럽제패 6전7기

 

그동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이적시장의 최대 뉴스 메이커는 첼시였습니다. 지난 2003년 7월 러시아 석유재벌인 '조만장자'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첼시 주식 1억 4000만 파운드(약 2848억원)를 사들이더니 팀의 구단주가 되면서 실질적인 운영권을 행사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이적시장만 되면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으며 세계 최정상급의 실력을 지닌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습니다.

이러한 첼시의 독보적인 이적시장 행보는 곧 실적으로 이어졌습니다. 2002/03시즌 프리미어리그 4위였던 성적을 다음 시즌에 2위로 끌어올렸고, 2004/05시즌과 2005/06시즌에는 프리미어리그 2연패를 달성했습니다. 이어 FA컵 우승 2회(2006/07, 2008/09시즌) 칼링컵 우승 2회(2004/05, 2006/07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1회(2007/08시즌) 및 3시즌 연속 4강 진출의 기록을 거두고 유럽 축구의 명실상부한 '신흥 명문'으로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첼시에서의 6년 동안 이루지 못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챔피언스리그 우승입니다.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목표는 첼시가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발판삼아 유럽 최고의 팀이 되는 것이었죠. 그러나 결과는 항상 실패였습니다. 우승 및 결승 진출이 가까워지는 길목에서 분투를 삼켜야만 했던 것이죠. 그래서 이적시장이 되면 또 다른 대형 선수들을 영입하고 감독 교체도 단행했지만 이 마저도 소용 없었습니다.

문제는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팀의 우승이 실패로 끝날때 마다 그 책임을 감독에게 돌렸다는 것입니다. 첼시는 아브라모비치 구단주 재임 이래 6명의 감독을 거쳤는데(라니에리-무리뉴-그랜트-스콜라리-히딩크-안첼로티) 그 중 라니에리-무리뉴-그랜트 전 감독이 챔피언스리그 우승 실패를 이유로 경질 되었습니다.

특히 조세 무리뉴 감독(현 인터밀란)과의 대립관계는 아직까지 팬들에게 회자되는 부분입니다. 무리뉴 감독은 3년 2개월 동안 6번의 우승을 이끌며 첼시의 중흥을 주도했음에도 챔피언스리그 우승 실패 및 수비적인 전술 등의 이유로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와 대립끝에 경질 되었던 인물이죠. 루이스 펠리페 스콜라리 전 감독도 시즌 중반 성적 부진으로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에 의해 쫓겨난 지도자입니다. 전임 감독 중에서는 유일하게 거스 히딩크 러시아 대표팀 감독이 팬들의 박수 갈채를 받으며 떠났던 '행운의 지도자' 였습니다. 하지만 '마법사'로 불리던 히딩크 감독도 첼시의 숙원인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지 못했습니다.

첼시가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가장 근접했던 시기는 2007/08시즌 결승전 이었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승부차기에서 4-4로 팽팽히 맞서던 상황에, 5번째 키커였던 존 테리가 슈팅 과정에서 빗물이 고였던 그라운드에 미끄러지면서 엉뚱한 방향으로 공을 날리고 말았죠. 만약 이 슈팅이 골망을 갈랐다면 첼시는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했을 것입니다. 그러더니 7번째 키커였던 니콜라스 아넬카의 슈팅이 에드윈 판 데르 사르의 슈퍼 세이브에 걸리면서 우승에 실패했습니다. 이에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는 챔피언스리그 우승 실패를 이유로 그랜트 감독을 경질했습니다. 이는 유럽 제패를 향한 그의 욕심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최근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을 영입한 것은 챔피언스리그 우승에 대한 집념을 의미합니다. 안첼로티 감독이 전 소속팀 AC밀란을 '챔스 DNA'로 이끈 명장이기 때문이죠. 그는 지난 2001년 부터 AC밀란 감독을 맡으면서 두 번의 챔피언스리그 우승(2002/03, 2006/07시즌)과 한 번의 챔피언스리그 준우승(2004/05시즌)을 경험한 지도자입니다. 유럽 제패를 원하는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구미를 당기기 하는 존재라고 할 수 있죠.

7번째 유럽 제패 도전에 나선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욕심은 감독 영입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해외 축구 사이트 <트라이벌 풋볼>은 지난 1일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안첼로티 감독에게 1억 파운드(약 2025억원)의 이적 자금을 제공했다"고 전했습니다. 팀의 우승을 위해 세계 최정상급의 경기력을 자랑하는 선수들을 데려와야만 우승이 가능하다는 것이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판단이죠.

그래서 첼시는 프랑크 리베리(바이에른 뮌헨) 다비드 비야(발렌시아) 안드레아 피를로(AC밀란) 유리 지르코프(CSKA 모스크바) 영입에 나섰습니다. 트라이벌 풋볼에 따르면 첼시가 리베리와 비야 영입에 7000만 파운드(약 1417억원)에 투자할 것이고 안첼로티 감독의 요구에 따라 피를로 영입까지 검토중이라고 합니다. 같은 날 잉글랜드 대중지 <더 선>에 의하면 첼시가 지르코프 영입에 1860만 파운드(약 374억원)의 이적료를 들일 에정이라고 합니다. 4명 모두 첼시 전력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카드입니다. 심지어 잉글랜드 대중지 <타임즈> 기사에 따르면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축구 천재' 카카(AC밀란) 영입을 다시 검토중이라고 합니다. 타임즈에 의하면 카카 본인이 첼시행을 거부하고 있다고 하네요.

하지만 첼시가 대형 선수들을 영입하더라도 2009/10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할지는 미지수입니다. 첼시는 노장 선수들이 많은 단점이 있습니다. 특히 첼시 주전 선수들의 올해 평균 연령은 29세이며 11명의 연령대는 27~33세에 속합니다. 미드필더를 맡는 램퍼드-에시엔-발라크의 평균 나이는 30.3세입니다. 스쿼드도 두껍지 못합니다. 걸출한 백업 선수 부족으로 램퍼드-발라크의 역할을 능숙하게 소화할 옵션이 없는데다 왼쪽 풀백 애슐리 콜의 백업이 없습니다. 나이 많은 선수들이 과도하게 많은 일정을 치러야 하니 체력적인 부담이 따를 수 밖에 없죠.

더 큰 문제는 첼시의 수장이 '영어 못하는' 안첼로티 감독이라는 것입니다. 스콜라리 전 감독과 후안 데 라모스 전 토트넘 감독 같은 인물들이 잉글랜드 무대에서 실패했던 이유는 영어 능력 부족인데 안첼로티 감독도 영어에 익숙하지 못합니다. 선수들과의 의사소통 과정에서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포르투갈 출신의 무리뉴 감독이 선수단을 휘어잡을 수 있었던 근본적 배경이 능통한 영어구사였던 것을 상기하면, 안첼로티 체제가 불안할 수 밖에 없습니다. 첼시 선수들이 스콜라리 전 감독과 불협화음이 잦았는데, 안첼로티 감독이 영어 공부를 게을리하면 이 같은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안첼로티 감독은 세리에A식 전술에 익숙합니다. AC밀란에서 4-3-1-2, 4-3-2-1 같은 윙어 없는 포메이션을 즐겨 구사했는데 프리미어리그에서는 4-4-2와 4-3-3 같은 '윙어 있는' 전술이 주류입니다. 스콜라리 전 감독이 첼시에서 4-1-4-1 포메이션 정착에 실패했고 무리뉴 감독이 인터 밀란에서 첼시의 전술인 4-3-3을 그대로 표방하다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던 것 처럼, 안첼로티 감독이 프리미어리그에서 성공하려면 리그 스타일에 맞는 전술에 따라가야 합니다. 문제는 비 이탈리아권 클럽 사령탑을 맡은 경험이 없다는 점인데 이것이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첼시의 2009/10시즌 전망은 '모 아니면 도'입니다. 어쩌면, 아브라모비치 구단주가 챔피언스리그 우승 실패를 이유로 안첼로티 감독의 경질을 고려한다는 현지 언론의 루머가 뜰지 모를 일입니다.

일각에서는 유럽 제패에 목을 거는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그동안 이적시장의 열기를 끌어올린 공로(?)로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를 '로만신'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물론 축구를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반응이 다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유럽 제패 욕심이 좀처럼 꺾일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향한 집념은 시즌을 거듭할 수록 무서워지고 있습니다.

아브라모비치 구단주는 지금까지 6번의 유럽 제패에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했습니다. 그리고 안첼로티 감독을 맞아 7번째 도전하여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향해 전진하고 있습니다. 2009/10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간절히 바라는 아브라모비치 구단주의 6전7기가 성공의 결실을 맺을지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