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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고맙고 반가운 박주영의 시즌 3호골

 

'한국 축구의 보배' 박주영(24, AS 모나코)이 오랜만에 골을 터뜨리며 자신의 맹활약을 통해 카타르시스를 느꼈던 축구팬들의 기대에 부응했습니다.

박주영은 22일 새벽 2시 50분(이하 한국시간) 스타드 마르셀 피코에서 열린 2008/09시즌 프랑스 리그1 29라운드 낭시와의 원정 경기에서 후반 25분 후안 파블로 피노의 크로스를 헤딩으로 결승골을 터뜨리며 팀의 1-0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이로써 박주영은 지난해 11월 2일 르 하브르전에서 시즌 2호골을 터뜨린 이후 4개월 20여일, 정규리그 14경기 만에 골망을 가르며 극심한 골 부진에서 벗어났습니다. 또한 팀의 2연승 및 10위 도약을 이끄는 값진 골을 넣으며 자신의 시즌 3호골을 기록했습니다.

결승골 뿐만 빛난 것은 아닙니다. 이날 피노와 함께 투톱 공격수를 맡은 박주영은 최전방에서의 움직임이 주춤했던 이전과는 달리 왼쪽 측면과 중앙을 부지런히 누비면서 팀 공격의 활기를 띄웠습니다. 팀이 경기 주도권에서 밀리고 있을때는 수비에 가담하여 수비수와 미드필더들의 수비 부담까지 줄여주는 등 팀 플레이에서도 단연 으뜸이었습니다.

특히 이날 경기의 승부처였던 후반 중반부터는 자신의 폼을 끌어 올리며 후반 초반까지 상대팀의 공세에 흔들렸던 팀 공격을 주도하기 시작했습니다. 후반 13분 자신의 드리블 돌파로 팀의 역습 기회를 만들었고 18분에는 왼쪽 측면 돌파 과정에서 파울을 얻으며 팀의 프리킥 기회를 엮었고 2분 뒤에는 왼쪽에서 날카로운 크로스를 연결하며 상대 수비진을 흔들었습니다. 그러더니 후반 25분 문전 정면에서 피노가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헤딩골로 밀어 넣으며 팀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박주영의 시즌 3호골이 기쁜 이유

박주영이 이번 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은 것을 비롯 경기 내용에서도 두각을 나타낸 것은 AS모나코의 확실한 공격 옵션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히카르두 고메즈 감독이 자신에게 등번호 10번을 부여했는지, 붙박이 주전으로 기용했는지, 그동안 골이 부족했음에도 좌우 윙어로 선발 출전시키면서 프랑스리그에 대한 적응을 키우도록 독려했는지 알 수 있었던 경기였습니다. 그런 박주영은 낭시전에서 팀 승리를 이끄는 골을 넣으며 히카르두 감독의 믿음에 부응했습니다.

하지만 박주영은 지난달 3경기에서 이렇다할 활약을 펼치지 못해 후반전에 교체되는 수모를 당했습니다. 특히 지난달 22일 릴전에서는 후반 16분 팀이 1-2로 뒤진 상황에서 질책성 교체를 받으며 고개를 떨궜습니다. 더욱이 콜롬비아 출신 21세 유망주 피노가 릴전까지 리그 7경기 연속 선발 출장하여 3경기 연속골(2008년 12월 13일 발렌시엔네스전~2009년 1월 18일 캉전)을 넣는 등 주전 경쟁에서 불리한 입장으로 시즌 후반을 맞이해야하는 부담스런 상황에 직면했었습니다.

그런 박주영에게 전화위복이 된 것이 지난 2일 생테티엔전 이었습니다. 4-3-3의 왼쪽 윙 포워드로서 프레데릭 니마니, 세르쥬 각페와 좌우 측면과 중앙을 활발히 스위칭하여 힘차게 문전을 두드린 끝에 2도움을 기록한 것이었습니다. 지난해 11월 24일 르망전 이후 3개월 만에 공격 포인트를 올리며 자신의 경기력에 대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되찾은 것과 동시에 시즌 후반 맹활약을 위한 터닝 포인트를 마련했습니다. 그러더니 7일 니스전 1도움, 14일 툴루즈전 3-2 승리를 공헌하면서 오름세 페이스를 이어가더니 마침내 이번 낭시전에서 리그 14경기만에 골을 터뜨렸습니다.

그래서 박주영이 낭시전에서 골을 넣은 것은 프랑스리그 적응이 성공적으로 끝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기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박주영이 뛰는 프랑스리그는 견고하고 두꺼운 압박 수비를 자랑할 만큼 골이 쉽게 터지지 않기로 유명한 리그 입니다. 여간해선 공격수들이 골을 넣기가 쉽지 않은데다 서정원-이상윤-안정환-조원광 같은 한국인 공격수 혹은 윙어들이 줄줄이 실패의 쓴잔을 마신 곳이어서(서정원은 감독과의 불화가 주 원인) 적응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런 박주영이 AS모나코에서 출중한 기량을 발휘하여 붙박이 주전으로 뛰고 있는 것은 자신 뿐만 아니라 한국 축구에 적지 않은 이득을 안겨주고 있는 것입니다.

박주영이 AS모나코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우군'이나 다름없는 히카르두 감독의 존재감도 있었지만 경기를 창의롭게 이끌어 갈 수 있는 '영리함'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감각적이고 타이밍이 한 박자 빠른 패스로 동료 선수에게 위협적인 골 기회를 제공하고 적절한 위치선정으로 팀에 결정적인 공격 기회를 연결하는 장면들, 그리고 상대 수비수와 맞닥드리는 과정에서 이렇다할 흔들림 없이 현란한 개인기로 수비벽을 뚫는 장면은 팀 공격을 착실하게 플레이메이킹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이제는 골까지 터뜨리며 기나긴 골 침묵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공격수는 골을 넣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기 때문에 모처럼 공격수로서의 제 역할을 해낸 것이죠. 불과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동료 선수들의 공격 지원을 받지 못해 상대 수비벽에 막혀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자신의 영리함으로 좋은 경기력을 발휘하면서 골까지 터뜨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비록 2005년 최절정의 활약을 펼치던 시절에 비해 슈팅을 아끼는 모습이 아직까지 역력하지만 현재 AS모나코에서는 골보다 팀 공격의 균형을 잡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오름세 행보가 반가울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박주영이 프랑스리그에서 확실하게 성공하기 위해서는 공격 포인트가 더 필요합니다. AS모나코가 올 시즌 단조로운 공격 루트를 일관하며 중위권과 중하위권을 오가는 불안정한 공격력을 지닌 팀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많은 골과 도움을 기록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팀의 대도약을 위해서라면 앞으로의 경기에서 더 커다란 결실을 거두어야 합니다. 다행히 최근 4경기 중에 3경기에서 공격 포인트(1골 3도움)를 기록하며 팀의 10위권 도약을 이끈것은 팀 전력에 없어선 안될 선수임을 확실하게 증명했습니다.

만약 박주영이 자신이 지금 갖고 있는 출중한 기량에 노력까지 더하면서 성장할 수 있다면 박지성과 이영표 처럼 유럽리그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코리안리거로 거듭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낭시전에서 증명한 것 처럼 이제는 프랑스리그 적응에 성공적인 궤도에 올랐기 때문에 앞으로의 경기에서 더 좋은 활약을 펼칠 것임엔 분명합니다.

마지막으로 박주영의 골이 반가운 이유는 오는 4월 1일 북한과의 A매치에 나서는 허정무호 전력에 적지 않은 이점을 안겨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허정무호는 지난해 북한과의 네 번의 A매치에서 모두 비긴데다 두 골에 그쳐 상대 밀집수비를 공략하는데 실패했습니다. 그동안 프랑스리그에서 강력하고 탄탄한 상대팀 수비에 단련되었던 박주영의 존재는 '이근호가 빠질지 모를' 대표팀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최근 프랑스리그에서 맹활약을 펼치는 감각을 북한전에서 유감없이 증명하면 한국의 승리 및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 확정을 거의 굳히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낯선 환경과 4개월 20여일 동안 기나긴 골 침묵의 어려움 속에서도 프랑스 땅에서 노력의 결실을 맺기 시작하는 박주영. 그의 낭시전 골이 고맙고 반가울 수 밖에 없습니다. 이번 북한전을 비롯 앞으로도 AS모나코에서 자신의 출중한 공격 본능을 마음껏 떨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