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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데뷔 골' 신영록, '한국 축구의 별' 꿈꾼다


한국 축구의 전설 차범근은 1978년부터 10년 동안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쳐 유럽 축구계에서 '차붐'이라는 극찬을 받았습니다. UEFA컵 2차례 우승을 비롯 분데스리가 외국인 선수 최다골(98골)을 넣는 맹활약으로 한국 축구의 저력을 알렸죠.

이러한 차범근의 선전은 한국 축구가 유럽리거를 끊임없이 배출하는 쾌거로 이어졌습니다. 1990년대 김주성과 황선홍, 서정원을 비롯해 2000년대를 거슬러 안정환과 설기현, 박지성, 이영표, 박주영 등에 이르기 까지 많은 축구 인재들이 유럽 무대에 도전장을 던졌고 몇몇 선수들은 꾸준한 성공 가도를 달렸습니다.

그리고 2009년 1월 이적시장에서 터키 슈퍼리그(1부리그) 9위 팀 부르사스포르에 진출했던 '영록바' 신영록(22)이 유럽 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는 긍정적 여운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신영록은 8일 밤 메이시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슈퍼리그 19라운드 게슐빌리지와의 원정 경기에 선발 출장해 전반 9분 팀의 선제골이자 자신의 터키 진출 데뷔골을 쏘아 올렸습니다. 지난 1일 겐클레비르리지와의 슈퍼리그 18라운드에서 데뷔전을 치렀던 그는 이적 후 세 경기만에 골을 넣으며 팀 내 입지를 한 단계 끌어올린 것과 동시에 터키 리그에서 확실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신영록, 차범근-박지성의 뒤를 이을 기대주

신영록은 오래전부터 축구팬들로 부터 한국 축구의 미래를 짊어질 기대주로 각광 받았습니다. 15세였던 2002년 아시아 청소년 대회(U-16)에서 한국의 우승을 이끌며 한국의 차세대 간판 스트라이커로 주목 받았죠. 이듬해에는 세일중을 중퇴하고 수원 삼성에 입단했는데, 초등학교 6학년때 축구에 입문한 이후 불과 4년만에 K리그에 입성한 것이어서 자신의 출중한 축구 재능을 '수원 사령탑을 맡던' 김호 감독(현 대전 감독)으로 부터 인정 받았던 겁니다.

당시 신영록은 181cm, 72kg의 웬만한 성인 선수 못지 않은 체격을 자랑했습니다. 데뷔초에는 주로 2군 경기에 출장했지만 시즌 후반 1군 경기 경험을 쌓으면서 성인 선수와의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은 파워를 내뿜기 시작했습니다. 2005년 10월 30일 부천(현 제주 UTD)전에서는 자신의 K리그 데뷔골을 넣었고 이듬해에는 12경기 2골 1도움을 기록하여 킬러 본능이 꿈틀거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2007년까지는 수원의 두꺼운 선수층에 밀려 이렇다할 선발 출장 기회를 잡지 못했습니다. 그는 2007시즌 종료 후 지방구단 이적을 추진했지만 '앞으로 많은 출장 기회를 주겠다'는 차범근 감독의 만류로 팀에 잔류했고, 지난해 시즌 23경기에서 7골 4도움을 기록하여 수원의 더블 우승 주역으로 거듭났습니다. 어쩌면 7골이 평범한 수치일지 모르지만, 에두-서동현 같은 동료 골잡이에게 많은 골 기회를 주기 위해 최전방에서 상대팀 선수들을 흔드는 강력한 포스트 플레이와 악착같은 몸싸움을 발휘하여 이타적인 활약에 많은 비중을 두었기 때문에 팀 공헌도가 빛났던 겁니다.

이러한 신영록의 성장은 대표팀의 주축 선수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토대가 되었습니다. 16세의 나이에 프로 경험을 쌓으면서 성인 선수들과 몸을 자주 맞닥뜨린것이 국제 경기에서 자신감을 뽐낼 수 있던 원동력이 되었이며, 자신보다 체격이 큰 선수를 상대로 거침없이 몸싸움에서 이기는 장면이 많아지는 효과로 이어졌습니다. 2003년 U-17 월드컵, 2005년 U-20 월드컵, 2006년 U-19 아시아 청소년 대회, 2007년 U-20 월드컵의 주전 공격수로 참가하여 어린 나이에 풍부한 국제 경기 경험을 쌓았습니다. 지난해에는 베이징 올림픽에 참가했고 그해 9월 국가대표 데뷔전을 치르면서 가파른 성장 곡선을 달렸습니다.

결국, 신영록이 터키리그에서 데뷔 3경기만에 골을 넣은것은 당연한 결과였을지 모릅니다. 감수성이 풍부한 10대 중반의 나이에 K리그에 입단하여 6시즌 동안 프로 경험을 쌓은데다 수많은 국제 경기를 치렀던 것, '어린 나이 답지 않은' 과감하고 대담한 성격이 있었기 때문에 낯선 외국 땅에서 기죽지 않는 활약을 펼칠 수 있었던 겁니다. '시작이 반이다'는 인생의 격언 처럼, 현재 페이스가 순조롭기 때문에 이 기세를 그대로 이어갈 경우 지금보다 많은 성장을 거듭할 것임이 분명합니다.

신영록은 거칠기로 유명한 터키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는 자신만의 개성 넘치는 스타일을 지니고 있습니다. '한국의 드록바(영록바)'라는 별명처럼 최전방에서의 절묘한 위치선정과 저돌적인 움직임, 빠른 문전 쇄도, 상대 수비수를 지치게 만드는 악착같은 몸싸움으로 강한 선수와 만나도 절대 밀리지 않는 힘을 발휘하는 전형적인 타겟맨 입니다. 공중볼에 능한 다른 타겟맨보다 열세라 할 수 있는 182cm의 키가 약점일 수도 있지만, 최근 1~2년간 K리그와 국제 경기에서 상대 수비수를 뒤흔드는 저돌적인 공격력을 발휘하며 자신의 단점을 커버했습니다. 왼발과 오른발을 가리지 않는 대포알 같은 슈팅 또한 그의 장점이죠.  

올해 22세의 신영록은 병역 면제(중학교 중퇴, 2000년대 중반 병역법이 개정되기 전)된 선수이기 때문에 적어도 10년 동안 유럽리그에서 롱런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터키리그에서의 활약이 중요할 수 밖에 없는데, 현 소속팀인 부르사스포르에서 확고한 위치에 오를 경우 터키리그의 정상급 공격수로 활약하거나 더 나은 여건의 리그에서 활약할 수 있고, 나중에는 차범근-박지성에 이은 유럽리그를 빛낸 한국인 축구 선수로 거듭날 수도 있습니다. 국가대표팀에서는 체격 조건이 좋은 수준급 팀과의 경기에 적절히 활용될 것으로 보여, 앞으로의 미래가 기대될 수 밖에 없습니다.

"신영록은 한국에서 문전 앞에서의 움직임이 최고 수준이다. 움직임과 동작이 루디 펠러와 비슷하다"

차범근 수원 감독은 지난해 3월 6일 K리그 개막을 앞둔 기자 간담회에서 신영록을 독일 축구의 레전드인 펠러와 비견했습니다. 이는 신영록이 한국 축구를 대표할 수 있는 기대주에서 '한국 축구의 별'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기에 그의 앞날이 기대될 수 밖에 없습니다. 터키리그에서 데뷔 골을 쏘아 올린 그가 언젠가 유럽 리그를 빛내는 한국인 선수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공격수로 발돋움할지 거침없는 그의 발끝이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