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로비 킨vs아르샤빈, '북런던 더비' 빅뱅



오늘 밤 10시 30분(이하 한국시간) 화이트 하트레인에서 열리는 토트넘과 아스날의 '북런던 더비'는 이번 주말 프리미어리그 25라운드 중에서 최고의 대결로 주목받는 라이벌전입니다.

세계 축구계에서 유명한 라이벌 매치 중 하나인 북런던 더비는 런던 북쪽을 연고로 하는 두 팀의 지역 특성, '런던 최고의 인기팀'을 자처하는 두 팀 팬들의 경쟁심, 토트넘 주축 수비수였던 솔 캠벨의 아스날 이적, 아스날의 토트넘전 21경기 연속 무패 행진(12승9무) 등등 많은 대립 거리를 낳으며 지구촌 축구팬들을 열광 시켰습니다. 지난 두 경기에서는 총 14골이 터지는 난타전을 벌이는 등, 최근에는 골이 늘어나면서 빅 매치의 열기를 한껏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그런 가운데, 이번 북런던 더비에서 주목받는 이들이 있습니다. 지난 1월 이적시장에서 나란히 토트넘과 아스날로 이적한 로비 킨(29)과 안드리 아르샤빈(28)이 바로 그들입니다. 아일랜드와 러시아 출신의 두 선수는 올 시즌 성적부진에 시달리는 토트넘과 아스날의 시즌 후반을 빛낼 해결사로 주목받고 있는데요. 현재 토트넘은 리그 15위로 강등 위협을 받고 있으며 아스날은 리그 5위로 주저 앉았기 때문에 이번 북런던 더비를 잔뜩 벼르고 있습니다. 과연 두 선수 중에 누가 소속팀의 북런던 더비 승리를 이끌며 시즌 후반 맹활약을 예감케 할지 기대됩니다.

돌아온 로비 킨, '아스날 킬러'로 발돋움하나?

로비 킨은 지난해 아스날에 강한 면모를 발휘했습니다. 지난해 1월 아스날과의 칼링컵 4강 1차전에서 1도움을 저메인 지나스의 골을 돕는 어시스트를 기록하여 1-1 무승부를 공헌하더니 2차전에서는 1골 1도움으로 토트넘의 5-1 대승을 이끌며 소속팀의 9년 묵은 '아스날 징크스'를 깬 주역으로 활약했습니다. 리버풀 소속이었던 지난해 12월 21일 아스날 원정에서는 1골을 뽑으며 0-1로 뒤지던 팀의 동점골을 만들었죠.

그런 킨에게 있어 이번 아스날과의 북런던 더비는 자신의 존재감을 알릴 수 있는 중요한 무대입니다. 리버풀에서의 부진으로 6개월만에 런던행 열차에 몸을 실은 이후에 갖는 첫 경기이기 때문이죠. 그것도 자신을 열렬히 지지했던 홈팬들 앞에서 아스날을 상대하는 것이기 때문에 의미심장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만약 이 경기에서 팀 승리를 이끄는 골을 터뜨리면 슬럼프 탈출은 물론 토트넘의 에이스로서 진면목을 발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됩니다. 아울러 '아스날 킬러'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을 것입니다.

빠른 순발력과 탁월한 골 결정력을 자랑하는 킨은 올 시즌 아스날 전력의 문제점으로 꼽히는 '갈라스-주루(투레)'센터백 조합과 정면 충돌합니다. 아스날 중앙 수비수들이 빠른 발을 자랑하는 상대팀 전방 공격수에 약했던 것을 비롯 몇몇 경기에서는 후반부터 집중력이 떨어져 실점을 헌납하는 불안함을 노출했기 때문에 킨의 골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북런던 더비가 '앞서 언급했듯' 최근 많은 골이 터지고 있다는 점에서 킨의 덤블링 골 세리머니를 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는데요.

문제는 킨의 경기 감각입니다. 올 시즌 리버풀에서 활약한 26경기 중에서 단 4경기만 풀타임 출장했을 정도로 라파엘 베니테즈 감독의 로테이션 정책에서 충분한 기회를 받지 못했습니다. 지난 1일 첼시전에서는 18인 엔트리에 빠지고 토트넘 복귀 준비를 했을 정도로 경기 감각이 완전치 않은데, 아스날전에서 이를 극복할지 관건입니다.

킨의 입지는 '리버풀 시절과 달리' 굳건한 상황입니다.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서 자신의 영입을 추진했던 해리 레드냅 감독의 기대속에 주장으로 선임된 것이 그 이유죠. 킨의 맹활약 속에 시즌 후반 대도약을 노리겠다는 것이 레드냅 감독의 의도입니다.

토트넘으로서는 킨의 맹활약이 절실합니다. 그동안 투톱 공격수로 활약했던 대런 벤트와 로만 파블류첸코가 동반 부진에 빠졌고 저메인 데포는 오른쪽 발 부상으로 인한 수술로 10주 이상 뛸 수 없습니다. 결국 토트넘에서 믿고 쓸 수 있는 유일한 공격 옵션은 바로 킨입니다. 그가 팀의 기대에 걸맞게 아스날전을 계기로 시즌 후반 화려하게 비상할지 주목됩니다.

'토트넘 올 뻔한' 아르샤빈, 토트넘 상대로 데뷔골 넣나?

아르샤빈은 지난해 여름 이적시장과 겨울 이적시장에서 토트넘의 영입 오퍼를 받았던 선수입니다. 지난해 8월초에는 '아르샤빈 전 소속팀' 제니트와 토트넘이 이적 성사 단계를 밟을 정도로 아르샤빈의 토트넘행이 가시화 되었지만, 제니트가 요구한 2000만 파운드(약 400억원)의 높은 이적료 때문에 결렬 되었죠. 아르샤빈 본인도 토트넘행은 원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동안 유럽 빅 클럽에서 뛰는 것을 목표로 발전했기 때문에 토트넘보다 더 좋은 클럽에 문을 두드린 것이죠. 그 팀이 바로 아스날입니다.

아스날맨이 된 아르샤빈의 데뷔전 상대는 '자신이 몸 담을 뻔했던' 토트넘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아르센 벵거 아스날 감독은 지난 6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아직 출장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그의 데뷔전은 빨라지지 않을 수도 있다"며 팀에 합류한지 얼마 되지 않은 아르샤빈의 데뷔전이 늦어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아스날의 엷은 선수 자원과 북런던 더비의 중요성을 감안할때 아르샤빈의 교체 출장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예상되는 상황입니다.

만약 아르샤빈이 화이트 하트레인을 밟을 경우, 아스날에서 부여받은 오른쪽 윙어로 뛸 예정입니다. 오른쪽에서 베누아 야수-에코토(또는 파스칼 심봉다)와 맞닥뜨리는 과정에서 '아데바요르-판 페르시' 투톱을 향해 위협적인 골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UEFA컵과 UEFA 슈퍼컵, 유로 2008에서 증명되었듯이 패스, 개인기, 순발력, 판단력이 빼어난 선수이기 때문에 측면에서의 맹활약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특히 빠른 드리블을 앞세운 섬세한 패스가 장기이기 때문에 팀의 오른쪽 측면 공격력을 빛낼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아르샤빈은 오른쪽 윙어보다 처진 공격수로 세계적인 이름을 떨친 선수입니다. 하지만 포지션과 상관없이 아스날에 많은 골과 공격 포인트를 기록할 수 있는 선수임에는 틀림 없습니다. 특히 수비가 약한 토트넘을 상대로 데뷔전 데뷔골을 기대할 수 있어 북런던 더비의 히어로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스날이 최근 10년간 토트넘에 단 두 번 패했다는 점에서 이 같은 가능성이 현실화 될지 모릅니다.

벵거 감독은 아르샤빈의 입단식에서 "팀에 흥분을 안겨줄 임펙트 있는 선수"라고 치켜 세웠습니다. 그만큼 아르샤빈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의미인데, 과연 아르샤빈이 토트넘전에서 팀 승리를 이끄는 맹활약을 펼쳐 벵거 감독과 아스날의 기대치를 충족할지 이번 북런던 더비가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