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천재' 박주영(23, 서울)의 신들린 활약은 한국 축구팬들 누구나 손꼽아 기다리는 바람이자 소망이다. 그는 한국 축구의 영건들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을 뿐더러 골결정력과 문전에서의 빠르고 지능적인 움직임 등에 있어 남보다 훨씬 뛰어난 재주라는 뜻의 '천재'라는 별명이 붙었다. 다른 누구보다 골을 잘 넣었기 때문에 '축구 천재'라는 수식어가 어울렸던 박주영이었다.
그러나 박주영의 올 시즌 K리그 성적표는 14경기 출전 2골 2도움. 3년 전 한국 축구의 새로운 '슈퍼 스타'로 각광받았던 시절을 무색하는 초라한 결과. 시즌 초반 왼쪽 윙어로 출전했지만, 어쨌든 2006년 부터 부상과 부진을 거듭했던 그의 내림세는 올 시즌에도 계속되고 있다.
그의 활약상은 차츰 자신의 명성에 걸맞지 않는 실망스러운 모습으로 바뀌었다. 잦은 부상에 따른 슬럼프로 골 결정력과 공격 전개, 몸싸움 등이 한국 축구계를 뜨겁게 달궜던 2005년 만큼 회복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골이 없어서 침체돼 있는 것 같은데 스스로 이겨내야 한다"는 세뇰 귀네슈 서울 감독의 발언 처럼, 그는 자신의 신드롬이 불던 2005년 이후 주변 기대에 대한 부담을 떨치지 못했다.
박주영의 부진은 K리그 기록에서 여실히 말해주고 있다. 그는 2005년 K리그에서 18골 4도움(30경기)의 놀라운 활약을 펼쳤지만 이듬해 8골 1도움(30경기)로 주저 앉았고 지난해는 5골(14경기)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를 아끼는 박성화 올림픽대표팀 감독도 지난해 10월 13일 기자회견에서 "현재 박주영의 슈팅 감각은 과거의 절반 수준이다. 헤딩이나 슈팅 감각도 많이 무뎌졌다"고 하소연할 정도.
그러나 한국 축구의 기대주였던 박주영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올해 23세인 박주영은 자신에 대한 중요한 변화를 맞이할 수 있는 나이대에 속한 데다 천부적인 기량을 되 찾을 기회와 시간이 여전히 많다. '한국 축구의 대들보' 박지성도 2003년 1월 유럽 진출 이후 적응 문제에 대한 어려움으로 극심한 부진에 빠졌지만 23세였던 2004/05시즌 부터 기량이 만개하자 이듬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입단할 수 있었다.
박주영은 K리그에서의 아쉬움을 뒤로한 채 국가대표팀의 붙박이 주전 공격수로 뛰고 있다. 제 궤도를 찾지 못한 경기력을 떠나 줄곧 최전방 공격수로 출전하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그의 '축구천재 포스'가 남아있다는 증거라 할 수 있다. 자신의 공격적인 재능과 앞으로의 잠재력이 허정무 감독의 인정을 받고 있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란 점에서 그의 미래는 분명 비관적이지 않다.
지난 봄에는 소속팀 서울에서 왼쪽 윙어로 몇 차례 모습을 내밀었다. 팀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왼쪽 미드필더로 출전했지만 공격수에게 골 기회를 만드는 '도우미' 역할을 묵묵히 소화하며 자신의 천부적인 공격 감각을 되살려 봤다. 올 시즌 4번이나 골대를 맞춰 '골대 징크스'가 생겼지만 긍정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골에 대한 집념이 늘었음을 파악할 수 있다.
박주영은 최근 무릎 통증으로 K리그에 출전하지 않고 있다. 지난 2일 수원전을 앞두고 귀네슈 감독에게 결장을 자진해서 허락 받을 정도로 무리수를 쓰지 않으며 최상의 컨디션을 끌어 올리는데 주력하고 있다. 그동안 자신을 지긋하게 괴롭혔던 슬럼프 탈출에 대한 열망이 지금처럼 꺾이지 않는다면 언젠가 그라운드에서 멋진 골 세례를 펼칠 가능성이 크다.
오뚝이 인생이라는 말이 있다. 영광 뒤에 시련이 교차하는 좌절에 빠졌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절치부심하여 성공한 사람의 인생사를 가리키는 뜻이다. 축구팬들은 2005년 한국 축구에서 가장 멋진 활약을 펼쳤던 박주영의 좌절을 원치 않는다. 박주영은 자신의 맹활약을 바라는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오뚝이 같이 다시 일어서서 화려하게 비상해야 한다. 드라마보다 감동적인 오뚝이 인생이 있기에 축구는 아름다운 스포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