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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남태희, 아시안컵 제대로 미쳐야 하는 이유

남태희 한국 대표팀 등번호는 10번이다. 축구에서 10번이란 팀 전력의 중심 선수를 상징한다. 많은 축구 선수들이 유니폼 등번호로 삼고 싶은 숫자 중에 하나가 10번이다. 하지만 남태희는 대표팀의 교체 멤버다. 2015 아시안컵 본선 A조 1차전 오만전 결장을 놓고 보면 그의 대표팀 입지가 아직 불안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이전인 사우디 아라비아와의 평가전에서는 팀의 득점 기회로 이어진 멋진 드리블을 과시했으나 결과적으로 조커로서 제 몫을 다했다.

 

그럼에도 남태희가 대표팀 주전으로 도약할 기회는 여전히 있다. 이번 아시안컵만을 놓고 보면 한국이 최대 6경기에서 BEST11 가동하기에는 체력적으로 힘들다. 남태희 포지션 겹치는 구자철의 경우 그동안 경기력 저하 논란에 시달렸으며 이청용은 오만전 도중에 부상으로 교체됐다. 다행히 부상은 경미했지만 말이다.

 

[사진 = 남태희 (C) 레퀴야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lekhwiyaclub.com)]

 

한국이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하려면 상대 팀의 밀집 수비를 극복해야 한다. 그동안 한국과 상대했던 대부분의 아시아 팀들 특징은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치면서 빠른 역습을 노렸다. 선수들의 무게 중심을 낮추면서 한국 선수들의 활동 반경을 앞쪽으로 유도하는 전략을 내세웠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공격 옵션들이 상대 팀의 밀집 수비에 막히는 힘겨운 모습을 보였다. 지난 오만전에서는 손흥민과 조영철이 상대 수비에 봉쇄 당했으며 구자철의 공격 전개가 전체적으로 매끄럽지 못했으며 퍼스트 터치까지 불안했다. 조영철의 경우 결승골 넣었으나 경기 내용상 부진했다. 남태희 필요성 실감했던 경기였다. 스스로의 개인 능력으로 상대 수비 압박을 벗겨낼 수 있는 테크니션이 바로 남태희다. 이러한 유형의 선수가 한국이 공격 과정에서 약점을 개선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오만전에서는 조영철 제로톱 및 손흥민-구자철-이청용으로 짜인 2선 미드필더들의 조화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음을 뜻한다. 여기에 골 결정력 불안까지 겹치면서 1:0 이후 추가골을 넣는데 실패했다. 특히 골 결정력에 대해서는 선수들의 슈팅 정확도와 더불어 그것을 시도했을 때의 위치와 각도가 충분히 골을 넣을 수 있는 곳인지 여부가 중요하다. 한국의 공격 옵션들은 오만전에서 상대 수비 사이의 빈 공간을 지속적으로 창출하지 못하는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남태희 떠올린 사람은 글쓴이만이 아닐 것이다.

 

남태희 기술력은 손흥민이나 이청용에 뒤쳐지지 않는다. 볼을 소유했을 때 상대 수비와 공간을 다투면서 팀의 공격 활로를 개척하거나 킬러 패스를 연결하는 센스를 갖췄다. 자신을 마크하는 상대 수비에 충분한 부담을 안겨줄 수 있다. 한국과 겨루는 상대 팀 입장에서는 그들이 주 경계 대상으로 꼽을 손흥민을 집중 견제하는데 주력하겠지만(이미 오만이 손흥민 봉쇄했던 전례가 있다.) 남태희가 제 몫을 다하면 경기 흐름은 한국의 우세로 굳어지기 쉽다. 남태희는 공격형 미드필더와 오른쪽 윙어를 맡을 수 있다. 손흥민쪽으로 쏠릴 상대 수비의 시선을 자신쪽으로 유인하며 손흥민이 빈 공간을 찾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한국에서 골을 잘 넣는 선수는 손흥민이다. 공격수가 아님에도 어린 나이에 유럽 빅 리그에서 두 자릿 수 골을 터뜨리며 자신의 득점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그의 특징은 상대 수비 공간이 비었을 때 골을 노린다는 점이다. 그런데 한국과 겨루는 다수의 아시아 팀들은 밀집 수비를 펼친다. 상대 팀의 집중 견제를 받는 손흥민이 공간을 창출하기 쉽지 않다. 이러한 경기 특징을 레버쿠젠에서는 주변 선수와의 연계 플레이를 통해 활발히 공격을 펼쳤으나 한국 대표팀은 레버쿠젠에 비해 공격의 파괴력이 약하다. 한국이 공격의 세기를 높이려면 손흥민 견제 부담을 줄여 줄 또 다른 2선 미드필더의 존재감이 필요하며 남태희가 그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다.

 

만약 남태희가 아시안컵에서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과시하면 손흥민 같은 다른 공격 옵션들의 경기력이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치가 작용한다. 이는 한국이 다른 팀과의 경기에서 이길 확률이 높은 원동력으로 이어질 것이다. 수비 불안 없다면 예상외로 좋은 성적을 거둘지 모를 일이다. 남태희가 아시안컵에서 제대로 미쳐야 한국이 대회에서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8개월 전 브라질 월드컵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했던 남태희 위상이 아시안컵을 계기로 대표팀 공격에 없어서는 안 될 절대적인 존재이자 한국 대표팀 등번호 10번에 걸맞는 선수임을 부각시킬지 앞으로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