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이정협 A매치 데뷔전 데뷔골 반가운 이유

불과 얼마 전까지는 이정협 이라는 이름의 축구 선수를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2015년 첫 A매치였던 사우디 아라비아(이하 사우디)전에서 2-0으로 이겼다. 후반 23분 오사마 하우사위 자책골에 이어 후반 46분 이정협 추가골에 의해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이번 사우디전은 2015 아시안컵을 앞둔 평가전으로서 한국 선수들이 실전에서 호흡을 가다듬는 목적이 있었다.

 

이정협 A매치 데뷔전 데뷔골 장면은 이랬다. 후반 46분 남태희가 페널티 박스 왼쪽 바깥에서 1명을 먼저 제치면서 돌파한 뒤 다시 3명을 제끼면서 반대편으로 크로스를 찔러줬다. 볼을 받았던 김창수가 중앙쪽으로 패스를 밀어준 것을 이정협이 오른발로 밀어 넣으면서 한국의 2-0 승리를 완성지었다.

 

 

[사진 = 이정협 (C) 상주 상무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sangjufc.co.kr)]

 

어떤 시각에서 바라보면 한국의 두 번째 골 장면은 이정협 골보다는 남태희 개인 기술을 더욱 높이 평가하기 쉽다. 남태희가 사우디 선수들을 직접 제치면서 드리블 돌파를 했던 장면은 한국 축구가 끝없는 침체에 빠진 것을 안타까워했던 축구팬들을 시원스럽게 했던 재치 넘치는 모습이었다. 남태희 스페셜 장면으로 꼽기 쉬울 정도. 그러나 이정협 골이 없었다면 남태희 개인기 감탄했던 축구팬들은 많지 않았을지 모른다. 축구는 패스와 개인기 등을 바탕으로 공격을 전개하며 골을 넣는 것이 주 목적인 스포츠다. 이정협 골은 남태희를 더욱 돋보이게 했던 장면이었다.

 

이정협도 남태희처럼 많은 칭찬을 받아야 할 선수다. 사우디전에서 유일하게 필드골을 넣었던 선수이자 전문 공격수 기근에 시달리는 한국 축구 대표팀의 단점을 해소할 비밀병기로 떠올랐기 때문. 박주영, 이동국, 김신욱이 부진 또는 부상으로 아시안컵 불참한 상황에서 제로톱이라는 플랜B 효과를 높여야 할 한국에게 이정협 사우디전 골은 반가울 수 밖에 없다.

 

 

이정협 골이 반가운 이유는 아시안컵에서 박주영, 이동국, 김신욱 공백을 메울 히든 카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번 아시안컵에 참가하는 한국 대표팀의 전문 공격수는 이정협 단 1명 뿐이다. 자신과 함께 공격수 명단에 포함된 이근호와 조영철 주 포지션은 공격형 미드필더 및 윙어이며 종종 공격수로 뛸 수 있으나 한국이 제로톱을 가동할 때 가능한 일이다. 이정협 같은 전형적인 공격수가 아니며 조영철의 경우 이번 사우디전에서 오른쪽 윙어로 선발 출전했다.

 

사실, 이정협 국가 대표팀 발탁 및 아시안컵 출전은 의외였다. 지난 2시즌 동안 K리그 클래식에서 많은 골을 넣었던 선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원 소속팀 부산 아이파크에서 뛰었던 2013시즌 27경기 2골 2도움, 상주 상무에서 활약했던 2014시즌 25경기 4골 기록했다. 심지어 부산과 상주에서는 붙박이 주전도 아니었다. 교체 출전 횟수가 적지 않았다. 아시안컵에서 박주영-이동국-김신욱 같은 전문 공격수 공백을 메우기에는 지금까지 소속팀 활약이 미진했던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사진=이정협 2013시즌, 2014시즌 소속팀 기록 (C) 프로축구연맹 공식 홈페이지(kleague.com)]

 

[사진=아시안컵 우승 트로피. 과연 이정협은 한국의 아시안컵 우승 이끌까? (C) 나이스블루]

 

과거의 한국 대표팀 같았으면 이정협 국가 대표팀 발탁이 매우 어려웠을지 모른다. 소위 말하는 엘리트 코스를 거쳤던 선수가 아니었으며 K리그 클래식 활약상은 한마디로 말해서 평범했다. 유럽축구가 국내축구보다 인기가 많은 지금의 현실에서는 이정협을 몰랐던 축구팬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슈틸리케 감독은 이정협 대표팀에 발탁하는 뜻밖의 선택을 했다. 더욱이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의 소속팀 활약상을 중요하게 여기는 지도자다. 이정협을 발탁했던 것은 그가 지금보다 최상의 경기력을 과시하며 한국 대표팀 전력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는 뜻이다. 물론 이정협 아시안컵 출전은 박주영-이동국-김신욱이 없었기에 가능했던 행운이 작용했기에 가능했다. 그럼에도 이정협은 사우디전에서 골을 터뜨리며 자신을 대표팀에 뽑았던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득점으로 보여줬다. 더 나아가 아시안컵에서 한국의 우승을 공헌할 기대주로 각광받게 됐다.

 

이정협 사우디전 골을 보며 과거의 박지성을 떠올렸던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박지성이 2000년대 이후 한국 축구 최고의 선수로 거듭나는데 있어서 거스 히딩크 감독에게 눈에 띄었던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히딩크 감독이 없었다면 지금의 박지성은 없었다. 그런데 이정협은 과거의 박지성보다 더 무명이었다. 박지성은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본선에 참가했던 경력이 있었다. 반면 이정협은 각급 대표팀에서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친 이력을 찾기 어렵다. 그랬던 선수가 A매치 데뷔전에서 데뷔골 넣었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이정협 아시안컵 맹활약 기대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