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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손흥민 원톱, 대표팀에서 실험할 가치 충분

손흥민 포지션은 왼쪽 미드필더다. 4-2-3-1 포메이션을 활용하는 한국 대표팀과 레버쿠젠에서 왼쪽 윙어로 기용되면서 팀의 2선 공격을 담당한다. 그동안 많은 골을 넣었던 활약상 때문에 공격수라는 이미지가 강하나 실제로는 공격수가 아니었다. 그런데 울리 슈틸리케 한국 대표팀 감독이 손흥민 원톱 기용을 염두하는 반응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의 포지션 전환 여부가 눈길을 끌게 됐다.

 

현존하는 한국 최고의 선수 손흥민에게 원톱이 낯선 것은 아니다. 전 소속팀 함부르크 시절에는 원톱으로서 득점을 올렸던 경기가 있었으며 투톱 공격수로 나섰을 때도 골을 넣으며 제 몫을 다했던 때가 있었다. 반면 지금은 왼쪽 미드필더가 주 포지션이 됐다. 자신의 빠른 발을 활용할 수 있는 최적의 포지션이 왼쪽 측면이다.

 

[사진 = 손흥민 (C) 레버쿠젠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bayer04.de)]

 

그럼에도 손흥민 원톱 배치는 대표팀에서 실험할 가치가 충분하다. 다음달 호주에서 펼쳐질 2015년 1월 아시안컵을 놓고 보면 손흥민 최전방 기용 가능성이 다른 때에 비해 실현 가능성이 비관적이지 않다. 아시안컵에 나설 한국 대표팀 공격수는 이근호와 조영철, 이정협이다. 그러나 이근호와 조영철 주 포지션은 2선 미드필더로서 손흥민과 동일하며 이정협의 경우 소속팀 상주에서는 후보로 분류되었던 인물이다. 국제 무대에서 믿고 쓸 수 있는 전문 공격수가 단 1명도 없이 아시안컵에 나서는 실정이다.

 

전문 공격수 기근에 시달리는 슈틸리케호에서 손흥민 원톱 배치는 팀의 아시안컵 우승을 위한 비장의 카드가 될지 모를 일이다. 기본적으로 공격수는 골을 잘 넣어야 한다. 손흥민 득점력은 한국 최고의 수준으로 꼽힌다. 20대 초반의 나이에 유럽 빅 리그에서 3시즌 연속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던 한국인 선수는 지금까지 한국 축구 역사에서 흔치 않았다. 어쩌면 손흥민이 한국 최초일지 모른다. 그 정도로 손흥민 득점력이 놀랍다.

 

 

하지만 골을 잘 넣는다고 공격수 배치가 옳은 것은 아니다. 중앙은 측면에 비해 상대 수비 사이에서 빈 공간을 확보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상대 수비의 견제를 받기 쉬울 수 밖에 없는 이유.

 

아시안컵에서는 한국과 상대할 팀들이 수비에 많은 신경을 쓸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한국의 최전방을 책임질 공격수는 자신의 득점력보다는 포스트 플레이(이정협) 또는 자신의 부지런한 움직임과 빠른 순발력(이근호, 조영철)을 바탕으로 상대 수비를 흔드는 역할에 치중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상대 수비 공간이 열리면 손흥민이나 남태희 같은 2선 미드필더들에게 득점 기회가 찾아올 수 있다. 이럴 때는 손흥민 원톱 보다는 왼쪽 윙어 배치가 더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손흥민 원톱 배치가 나쁘지 않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의 연계 플레이가 좋기 때문이다. 현대 축구에서 요구하는 전문 공격수는 뛰어난 득점력과 더불어 동료 선수와의 원활한 패스를 통한 연계 플레이를 통해 지속적인 골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레알 마드리드의 카림 벤제마다. 손흥민 연계 플레이는 시즌을 거듭할 수록 향상되었으며 자신과 함께 올 시즌 레버쿠젠 공격을 담당하는 하칸 찰하노글루, 카림 벨라라비에 뒤떨어지지 않는다. 만약 손흥민이 한국 대표팀 원톱으로 나선다면 팀의 중앙 연계 플레이를 높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한다.

 

한국 대표팀은 2015년 1월 4일 오후 6시 호주 시드니 퍼텍 스타디움에서 사우디 아라비아와 평가전을 치를 예정이다. 아시안컵을 앞두고 중동의 강호 사우디 아라비아와 맞붙으며 손흥민 원톱 실험을 할지 주목된다. 만약 실험을 하면서 좋은 성과가 나타나면 아시안컵 본선에서 손흥민 원톱 기용이 현실화될지 모를 일이다. 그의 포지션을 떠나서 한국이 아시안컵에서 우승하려면 팀의 에이스 손흥민 맹활약이 기본적으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