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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치차리토 레알 마드리드 임대, 슬럼프 탈출?

멕시코 출신 공격수 치차리토 레알 마드리드 임대가 성사됐다. 그의 원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 레알 마드리드가 한국 시간으로 9월 1일 저녁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치차리토 임대를 공식 발표했다. 하비에르 에르난데스라는 이름으로 잘 알려진 그는 한때 맨유의 차세대 공격수로 주목을 끌었으나 주전 경쟁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이며 벤치 멤버로 전락했다. 올 시즌에도 전망이 밝지 않으면서 다른 팀으로 떠났다.

 

치차리토가 맨유를 완전히 벗어났다고 볼 수는 없다. 레알 마드리드와 1년 임대 계약을 맺었기 때문. 만약 레알 마드리드에 재임대되거나 완전 이적하지 않거나 제3의 클럽으로 떠나지 않는다면 다음 시즌에는 맨유 소속으로 뛸 수도 있다.

 

[사진=치차리토 레알 마드리드 임대를 발표한 맨유 공식 홈페이지 메인 (C) manutd.com]

 

만약 치차리토가 레알 마드리드에 임대되지 않고 맨유에 잔류했다면 적어도 2014/15시즌 전반기에는 경기에 못뛰는 시간이 많았을 것이다. 맨유는 올 시즌 유럽 대항전에 참가하지 못하며 캐피털 원 컵 2라운드에서 탈락하면서 백업 멤버들이 실전에 투입될 기회가 마땅치 않게 됐다. 그동안 맨유의 벤치를 줄곧 지키며 경기력이 떨어졌던 치차리토에게는 다른 팀 임대 또는 이적을 통한 반전이 필요했고 잉글랜드를 떠나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 도전하게 됐다.

 

레알 마드리드에서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카림 벤제마, 가레스 베일, 하메스 로드리게스 같은 세계적인 공격 옵션들과 함께 뛸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챔피언스리그 출전이 가능한 동기부여와 함께 말이다. 2010/11시즌 맨유의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멤버로서 올 시즌에는 레알 마드리드의 챔피언스리그 우승 멤버로 활약할지 기대된다.

 

 

그러나 치차리토의 레알 마드리드 전망은 안갯속이다. 최전방에서 벤제마와 경쟁하기 때문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벤제마 백업으로 활용되기 위하여 레알 마드리드의 선택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레알 마드리드는 벤제마의 체력 부담을 줄여줄 또 다른 원톱 자원이 없다. 헤세 로드리게스가 지난 3월 십자인대 부상으로 팀 전력에서 장기간 이탈한 것이 레알 마드리드의 고민으로 꼽혔다. 혹시 모를 벤제마 과부하를 방지하기 위해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새로운 공격수를 영입할 필요가 있었고 맨유의 벤치 멤버였던 치차리토를 벤제마 경쟁자 또는 벤제마 백업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어떤 관점에서는 치차리토를 벤제마 백업으로 바라보기에는 무리일지 모른다. 공격수에게 가장 요구되는 골 결정력이 치차리토의 장점이기 때문. 만약 레알 마드리드에서 예상외의 맹활약을 펼치면 출전 시간을 늘리며 벤제마 입지를 위협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치차리토에 대한 긍정적 시나리오일 뿐이다. 맨유에서 연계 플레이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던 치차리토의 단점과 실전 감각 부족을 놓고 보면 호날두-로드리게스-베일과 원활한 호흡을 맞출지 의문이다.

 

그럼에도 치차리토에게는 레알 마드리드 임대가 슬럼프 탈출을 위한 절호의 기회라는 동기부여를 가질 수 있다. 맨유에서는 웨인 루니, 로빈 판 페르시와의 경쟁에서 완전히 밀렸으며 대니 웰백과의 출전 시간 경쟁에서도 확실한 우위를 나타내지 못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는 득점력이 뛰어난 자신의 축구 재능을 지속적으로 어필하면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의 호감을 얻을지 모를 일이다. 레알 마드리드가 승부처에 접어드는 상황에서 교체 투입하면 최전방에서 골을 넣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거나 자신의 뛰어난 위치 선정을 바탕으로 득점 기회를 창출하려 할 것이다.

 

흥미롭게도 안첼로티 감독은 AC밀란 사령탑 시절에 필리포 인자기(현 AC밀란 감독)를 팀의 핵심 선수로 활용했던 경험이 있었다. 인자기의 최대 장점은 골을 넣을때의 위치 선정이 좋았다는 점이며 그 특징이 지금도 축구팬들에게 익숙하다. 치차리토가 맨유 전성기 시절에 골 넣었던 장면을 전체적으로 떠올리면 위치 선정이 좋았다. 그의 레알 마드리드 임대가 자신의 축구 인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지 앞으로의 행보를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