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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카가와 신지, 도르트문트행 예사롭지 않은 까닭

카가와 신지 도르트문트 이적이 곧 성사된다. 특별한 변수가 없다면 친정팀 도르트문트 복귀는 확정적이라고 봐야 한다. 2012년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로 둥지를 틀며 1400만 파운드(약 235억 원)의 이적료를 기록했으나 끝내 먹튀로 전락했던 카가와 신지 잉글랜드 드림은 실패작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 도르트문트에서는 지동원과 한솥밥을 먹으며 함께 프리미어리그 실패를 극복하려고 할 것이다.

 

어떤 관점에서는 맨유의 카가와 영입은 옳았을 수도 있다. 일본 스폰서 계약을 통해 구단의 재정을 늘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순수한 전력적인 관점에서는 카가와 영입이 전혀 도움되지 않았다. 2012/13시즌 몇몇 경기에서만 돋보였을 뿐이다.

 

[사진=카가와 신지 (C) 맨유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manutd.com)]

 

카가와의 맨유 실패는 예견된 결과였다. 주 포지션이 공격형 미드필더이면서 피지컬과 몸싸움이 약점으로 꼽히는 선수가 프리미어리그에서 살아남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이 부분은 과거의 포스팅에서 언급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심지어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부진을 면치 못했다. 2012/13시즌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레알 마드리드 원정에서 고립된 모습을 보이며 팀 공격의 실마리를 풀지 못했다. 자신의 공격적인 재능에 비해서 탈압박이 시원치 않은 카가와가 빅 클럽 주전이 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렇다보니 2012/13시즌과 2013/14시즌 전반기에는 웨인 루니, 2013/14시즌 후반기와 2014/15시즌 8월에는 후안 마타와의 주전 경쟁에서 밀렸다. 왼쪽 윙어와 중앙 미드필더, 팀이 4선 포메이션을 쓸 때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된 것도 좌천 성격이 강했다. 문제는 자신만의 특출난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는 점이다. 맨유에 필요한 선수보다는 잉여 자원 이미지를 점점 키웠다.

 

 

한편으로는 카가와가 맨유를 떠난 것이 의외일 수도 있다. 팀에 적잖은 마케팅 수익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올 시즌 유럽 대항전에 출전할 수 없는 맨유로서는 팀의 재정 확충을 위해 카가와를 잔류시켰을지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루이스 판 할 감독 체제에서 팀 전력에 많은 보탬이 되지 못하는 선수들이 이적설에 휩싸였으며 최근 앙헬 디 마리아를 영입하면서 카가와가 도르트문트행을 앞두게 됐다. 카가와와 더불어 팀의 잉여 자원으로 꼽혔던 톰 클레버리는 애스턴 빌라 이적설로 관심을 받는 중이다.

 

하지만 카가와의 도르트문트 복귀는 자신의 슬럼프 탈출과 더불어 유럽 톱클래스 축구 스타로 발돋움하는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2014년의 도르트문트가 2012년의 도르트문트와 전혀 다른 팀이 되었기 때문이다. 2년 전의 도르트문트는 분데스리가 No.1이었으나 유럽 무대에서는 경쟁력이 부족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 비록 분데스리가에서는 바이에른 뮌헨의 독주에 밀렸으나 챔피언스리그에서는 2012/13시즌 준우승, 2013/14시즌 8강 진출의 위업을 이루었으며 이적시장에서는 수준급 선수들을 영입하는 수완을 발휘했다.(아직 셀링 클럽 이미지가 뚜렷하지만)

 

만약 카가와가 맨유에 계속 머물렀다면 마타와 디 마리아의 백업 멤버로 활동했을 것이며 챔피언스리그에 뛰지 못했다. 그러나 도르트문트 복귀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팀의 주전급 선수로 활약하면서 다른 팀원들과 함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향해 최선을 다할 수도 있다. 굳이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거론하는 이유는 도르트문트가 두 시즌 전에 준우승을 달성했기 때문이다. 그때의 멤버들이 여럿 있다는 점에서 우승에 대한 동기부여가 없지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는 맨유가 도르트문트보다 더 좋은 팀이었다. 그러나 올 시즌만을 놓고 보면 다르다. 챔피언스리그에서 경쟁력이 충분한 도르트문트가 유럽 대항전 출전권이 없는 맨유보다 매력적인 팀이 되었다. 카가와가 위르겐 클롭 감독의 신뢰에 힘을 얻으며 2010년대 초반 도르트문트의 분데스리가 2연패를 주도했던 기질을 되찾으면 최소한 슬럼프 탈출이 가능하다. 그가 도르트문트에서 어떤 활약을 펼칠지 알 수 없으나 클롭 감독과의 재회가 예사롭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