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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디 마리아 등번호, 맨유 7번 계보 빛낼까?

앙헬 디 마리아 등번호 7번은 예상되었던 일이다. 그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상징하는 등번호 7번 계보에 어울리는 인물이다. 5970만 파운드(약 1005억 원)라는 역대 프리미어리그 최고 이적료라는 상징성과 더불어 레알 마드리드의 붙박이 주전으로서 맹활약 펼쳤던 경력을 놓고 보면 맨유 7번 계보 빛낼 선수임에 틀림 없다. 그의 맨유 이적이 본격적으로 앞둔 시점에서 '디 마리아 등번호 맨유 7번'을 예상했던 축구팬들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앞으로의 관건은 디 마리아가 과연 등번호 7번의 가치를 충분히 실현 하느냐 여부다. 지난 5년 동안 마이클 오언과 안토니오 발렌시아가 충족시키지 못했던 7번의 가치를 디 마리아가 화려하게 빛낼지 많은 맨유팬들이 기대할 것이다.

 

[사진=앙헬 디 마리아 (C) 맨유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manutd.com)]

 

디 마리아에게 맨유 등번호 7번이 부여된 것은 그에게 영광스러운 일이다. 보비 찰튼을 시작으로 조지 베스트, 브라이언 롭슨, 에릭 칸토나, 데이비드 베컴, '한때 팀 동료였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더불어 맨유 7번의 전설이 될 기회를 맞이하게 됐다. 만약 맨유에서 오랜 기간 건재한 기량을 과시하면 이들과 같은 반열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26세의 젊은 나이를 놓고 보면 앞으로 몇 년 동안 맨유의 주전급 선수로 활약할 잠재력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

 

아르헨티나 특급 디 마리아는 팀 내에서 에이스급 활약을 펼치는 선수라기 보다는 슈퍼 도우미에 더 가까운 인물이다. 그동안 웨인 루니와 로빈 판 페르시, 후안 마타가 공격 삼각편대를 형성했던 맨유의 새로운 에이스로 두각을 떨칠지 여부를 알 수 없다. 오히려 이들의 공격 포인트를 돕는 역할에 치중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경기 성향 때문에 어쩌면 누군가는 '디 마리아가 맨유 7번에 어울리냐?'는 회의감을 나타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에이스급 활약을 펼쳐야만 맨유 7번 자격이 충분하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공감하지 않는다. 어떤 포지션으로 뛰든 맨유 전력에 큰 보탬이 되는 경기력을 꾸준히 과시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오언과 발렌시아가 맨유 7번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던 것은 기본적으로 경기력이 뒷받침하지 못했거나 또는 붙박이 주전 조차 보장받지 못했다. 발렌시아의 경우 2012/13시즌 등번호가 7번이었으나 경기력 부진 끝에 2013/14시즌 25번을 달게 됐다. 맨유 7번은 한 시즌 동안 공석 상태였던 끝에 2014/15시즌 이적생 디 마리아에게 돌아가게 됐다.

 

디 마리아가 맨유 7번의 가치를 높이려면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7위 부진에 빠졌던 팀의 재건을 이끌어야 한다. 전 소속팀 레알 마드리드에서는 호날두와 카림 벤제마, 가레스 베일을 돕는 도우미 역할에 치중했으나 이제는 다르다. 루니-판 페르시-마타와 함께 공존하면서 맨유의 승리를 주도하는 기질을 마음껏 과시해야 한다. 지난 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레알 마드리드의 우승을 이끌었던 경기력을 맨유에서 많이 재현하는 것이 그의 과제다. 그 경기에서는 디 마리아의 존재감이 없었으면 레알 마드리드의 우승 과정이 힘겨웠을지 모를 일이었다.

 

관건은 루니-판 페르시-마타와의 포지션 정리가 어떻게 완성되느냐 여부다. 지금의 3-4-1-2 포메이션에서는 디 마리아가 4의 역할을 맡아야 하나 그의 공격적인 장점을 놓고 보면 윙백과 중앙 미드필더는 어울리지 않는다. 맨유가 4-4-2 및 4-2-3-1 포메이션을 활용하기에는 마타가 측면에서 희생적인 역할을 맡아야 하는 딜레마가 나타날지 모를 일이다. 4-3-1-2 포메이션 전환 가능성에 무게감이 실리나 맨유의 풀백이 강하지 않은 단점이 있다. 루니-판 페르시-마타-디 마리아를 공존시켜야 하는 루이스 판 할 감독의 선택이 중요하게 됐다.

 

그보다는 디 마리아가 어떤 포지션과 역할을 맡든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윙어와 공격형 미드필더를 골고루 소화하면서 4-3-1-2 포메이션에서는 인사이드 미드필더로서 준수한 기량을 과시할 능력이 있는 만큼 팀에서의 쓰임새가 다양할 것이다. 훗날 맨유 7번 계보에 디 마리아가 베컴, 호날두 등과 함께 거론되는 영광스러운 날이 올지 앞으로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