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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디 마리아 떠나면 레알 마드리드에게 자충수?

앙헬 디 마리아 거취가 유럽 축구 판도를 바꿀지 모른다. 레알 마드리드가 하메스 로드리게스, 토니 크로스 영입에 총 이적료 1억 1000만 유로(약 1513억 원)를 쏟으면서 두 선수와 포지션이 겹치는 디 마리아 행보가 걷잡을 수 없게 됐다. FFP 룰 준수를 위해 기존 선수를 다른 팀에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가레스 베일을 영입하면서 메수트 외질을 아스널에 넘겼듯 디 마리아의 이적이 설득력을 얻어가는 분위기다.

 

어쩌면 디 마리아는 잔류할 수도 있다. 레알 마드리드는 2014/15시즌 및 앞으로 많은 대회에서 우승하기 위해 월드 클래스급 기량을 과시하는 선수들을 많이 보유하고 싶을 것이다. 아무리 베스트11이 세계 최고라고 할지라도 장기 레이스에서 우승을 보장할 수는 없는 법이다. 하지만 디 마리아에게는 잔류가 최상의 시나리오는 아닐 수도 있다.

 

[사진=앙헬 디 마리아 (C) 레알 마드리드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realmadrid.com)]

 

디 마리아가 레알 마드리드 전력에 꼭 필요한 선수인 것은 두말 할 필요 없다. 오른쪽 윙어와 공격형 미드필더, 때에 따라서는 중앙 미드필더로서 건재한 경기력을 과시한다. 레알 마드리드가 2013/14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승리하며 라데시마의 위업을 달성한 것도 디 마리아의 공헌이 절대적이었다. 레알 마드리드가 스타급 선수 영입에 너무 치우치지 않았다면 지금쯤 디 마리아 이적설을 믿으려 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을 것이다.

 

항상 월드 스타 영입에 공을 들였던 레알 마드리드의 이적시장 정책이 나쁜 것은 아니다. 지난해 여름에 외질을 아스널에 넘기고 베일을 세계 최고 이적료 2위에 영입한 것은 현재까지 옳은 선택이었다. 외질은 강팀과의 경기에서 상대 팀의 강한 압박을 이겨내지 못하면서 폼이 저하되는 문제점이 있었다.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번번이 미끄러졌던 레알 마드리드로서는 외질을 포기하는 특단의 변화를 단행하면서 BBC 트리오(벤제마, 베일, 호날두)를 완성한 끝에 2013/14시즌 챔피언스리그와 코파 델 레이 우승을 달성했다.

 

 

 

 

그러나 디 마리아는 외질과 다르다.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드러났던 것처럼 강팀 경기에 약하지 않다. 장기간 많은 경기를 소화할 수 있는 체력까지 강하면서 동료 선수의 공격 전개와 압박을 돕는 팀 플레이가 발달됐다. 수비에서는 태클과 몸싸움이 떨어지면서 공격에서는 득점력이 강하지 않은 아쉬움이 있으나 이타적인 2선 미드필더로서 치명적인 약점으로 보기는 어렵다. 정교한 패스와 부지런한 움직임을 통해 팀의 결정적 공격 기회를 잘 만들어내는 디 마리아의 존재감은 호날두-벤제마-베일로 구축된 스리톱이 많은 득점을 올리는 레알 마드리드 전력에 꼭 필요하다.

 

변수는 로드리게스가 올 시즌 많은 경기를 뛸 예정이라는 점이다. 레알 마드리드가 로드리게스 영입에 8000만 유로를 투자한 만큼 그가 스페인 무대에 충분히 적응할 수 있도록 적잖은 선발 출전 기회를 부여할 것이다. 독일의 브라질 월드컵 우승을 주도했던 크로스도 로드리게스와 더불어 많은 선발 출전 기회를 얻을 가치가 충분하다. 두 선수는 디 마리아와 포지션이 겹친다. 멀티 플레이어임에도 호날두-베일이 건재하면서 사비 알론소가 중원의 구심점으로 버틸지 모를 레알 마드리드 전력에서는 공격형 미드필더를 통해 자신의 가치를 높일 필요가 있다. 디 마리아가 잔류하면 레알 마드리드에서 꾸준한 선발 출전 시간을 확보할지 알 수 없다.

 

특히 로드리게스를 8000만 유로에 데려왔던 레알 마드리드의 선택이 옳았느냐 틀렸냐에 대한 생각이 서로 엇갈리게 나타날 수도 있다. 레알 마드리드가 올 시즌에도 중요한 대회에서 우승하려면 상대 팀에게 전술이 읽히지 않기 위해 지난 시즌 경기력보다 긍정적으로 변화된 자세를 보여야 한다. 팀의 득점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되는 로드리게스의 존재감이 필요하다. 하지만 로드리게스 또는 크로스가 스페인 무대 적응에 어려움을 겪거나 기존 선수들과 호흡이 안맞다면 레알 마드리드의 우승 전선에 비상등이 켜질지 모를 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디 마리아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또는 파리 생제르맹으로 떠나면 레알 마드리드의 선택이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 로드리게스-크로스가 지난 시즌의 베일처럼 레알 마드리드에 성공적으로 자리잡으면서 팀의 우승을 이끌면 디 마리아를 포기한 레알 마드리드의 선택은 이상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나리오가 재현되지 않는다면 레알 마드리드의 이번 이적시장 행보에 대한 여론의 시선이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연 레알 마드리드가 디 마리아를 포기할지 아니면 잔류시킬지 그 선택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