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미네이랑의 비극, 브라질 독일 1-7 패배 교훈

브라질 월드컵 개최국 브라질이 4강에서 독일에 1-7 대패를 당하는 굴욕을 당했다. 이 경기는 에스타디우 미네이랑이라는 축구장에서 펼쳐졌으며 국내 여론에서는 미네이랑의 비극으로 회자되고 있다. 미네리랑의 비극은 월드컵 역사에 잊혀지지 않을 경기가 되었으나 브라질 국민들에게 악몽같은 순간이 됐다. 네이마르와 티아구 실바 결장을 감안해도 브라질이 독일에게 6골 차 패배 및 1-7 참패를 당할 줄은 누구도 쉽게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브라질은 전반 11분 토마스 뮐러에게 선제골을 내주면서 기선 제압을 당한 뒤 전반 23분과 24분, 26분, 29분에 연이어 실점하며 전반 30분도 되지 않아 0-5 리드를 당했다. 특히 전반 23분에는 미로슬라프 클로제가 골을 넣으며 월드컵 최다골 신기록(16골)을 경신했다. 브라질 호나우두의 15골 기록까지 깨졌다.

 

[사진=브라질vs독일 결과를 발표한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홈페이지 모바일 화면 (C) m.fifa.com]

 

이 경기의 최대 변수는 브라질의 네이마르 부상 공백이었다. 네이마르는 8강 콜롬비아전 종료 직전에 후안 카밀로 수니가에게 거친 파울을 당하면서 척추 골절 부상을 당했다. 월드컵 잔여 경기를 뛰지 못하면서 브라질 공격력이 큰 타격을 받게 됐다. 하지만 더 큰 변수는 따로 있었다. 실바가 경고 누적으로 독일전에 뛸 수 없었다. 단테가 다비드 루이스와 함께 센터백을 맡았으나 포백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독일의 파상공세에 무너졌다. 전반 11분 루이스가 뮐러 마크를 놓치면서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것을 시작으로 브라질 수비가 크게 흔들렸다.

 

실바 결장에 따른 또 다른 문제는 그라운드 안에서 선수들에게 힘을 불어 넣어줄 정신적 지주가 마땅치 않았다. 네이마르가 척추골절로 빠진 상황에서 실바라는 수비의 구심점이자 팀의 주장이 독일전에 뛰지 못하면서 브라질 선수들이 부담스러운 경기를 펼쳐야 했다. 전반 20분대에 4실점 허용한 것도 석연치 않았다. 어려운 상황에서 팀의 사기를 끌어올릴 선수가 없다보니 연이어 실점하고 말았다. 공격에서는 네이마르가 없었고 수비진이 집단적으로 자멸하면서 모든 선수들이 독일 공세에 의해 심리적으로 위축되면서 1-7 참패를 당하고 말았다.

 

 

 

 

많은 사람들은 미네이랑의 비극 원인에 대하여 수니가 네이마르 부상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네이마르가 부상을 당하지 않았어도 브라질은 독일전에서 고전했을 것임에 틀림 없었다. 실바라는 팀의 정신적 지주가 사라지면서 선수들이 월드컵에 대한 중압감을 이겨내지 못했다. 축구는 팀 스포츠로서 모든 선수들을 하나로 결집시킬 영향력을 과시하는 정신적 지주의 중요성을 무시할 수 없다. 독일과 바이에른 뮌헨의 필립 람, 네덜란드의 아르연 로번, 리버풀의 스티븐 제라드 같은 선수들이 정신적 지주로서 좋은 사례로 꼽을 수 있다. 하지만 브라질에는 실바 이외에는 이 같은 유형의 인물이 드물다.

 

독일전에 선보였던 브라질 스쿼드에서는 훌리우 세자르, 단테 본핌, 더글라스 마이콘, 차베스 프레드 같은 30대 선수들이 있었다. 그러나 세자르는 골키퍼를 맡는 특성상 경기 중에 필드 플레이어 10명을 이끌기에는 포지션 한계가 있었다. 단테는 이번 월드컵이 첫 출전이며 마이콘 경기력은 전성기 시절에 비해서 떨어졌다. 프레드는 이번 월드컵에서 부진을 거듭하며 브라질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 아무리 나이가 많다고 팀의 정신적 지주가 될 수는 없다. 뛰어난 실력과 탁월한 리더십에 경험까지 풍부한 선수가 정신적 지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다.

 

브라질의 1-7 대패 교훈은 이번 월드컵에서 실망스러운 행보를 나타냈던 한국 축구 대표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10년 박지성 같은 정신적 지주가 없었다. 스쿼드가 런던 올림픽 세대 위주로 채워지면서(올림픽 최종 엔트리 탈락 멤버까지 포함하면 실질적으로 15명이 런던 세대다.) 젊은 선수들이 많았고 그들을 컨트롤 하는 노련한 선수가 없었다. 심지어 주장 구자철은 이번 대회 이전까지 월드컵 본선에서 활약한 경험이 없었다. 아우크스부르크 임대 시절에 비해 경기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했으나 알제리전 골 장면 이외에는 전체적인 활약상이 좋지 않았다. 개인 능력이 떨어진 상황에 팀의 리더로서 제 몫을 다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한국이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나타내려면 든든한 정신적 지주가 있어야 한다. 물론 한 명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정신적 지주가 경기에 빠졌을 때를 대비해서 팀원들을 잘 이끌어줄 선수가 더 있어야 한다. 2002년 한일 월드컵때는 황선홍과 유상철 같은 또 다른 정신적 지주가 있었다. 스쿼드의 신구 조화가 잘 맞는 팀은 좋은 성적을 거두기 쉽다. 브라질을 7-1로 제압했던 독일이 가장 좋은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