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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독일 알제리, 1982년 히혼의 수치 아시나요?

독일 알제리가 2014 브라질 월드컵 16강에서 맞붙는다. 한국 시간으로 7월 1일 오전 5시 에스타디오 베이라히우에서 두 팀이 8강 진출을 놓고 진검승부를 펼친다. 독일은 G조 1위(2승 1무)로 16강에 올랐으며 알제리는 H조 2위(1승 1무 1패)로 사상 첫 16강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월드컵 우승 후보로 꼽히는 독일의 승리를 꼽기 쉬우나 1982년 히혼의 수치를 떠올릴 필요가 있다. 알제리에게 독일전은 큰 동기부여가 될지 모를 일이다.

 

특히 역대 전적에서 독일이 알제리에게 2전 2패로 밀리는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독일은 1964년과 1982년 알제리에게 패했으며 22년이 지난 현재 알제리와의 세 번째 A매치를 앞두고 있다. 22년 동안 축구계가 많이 변했으나 유럽 강호 독일이 지금까지 A매치에서 이기지 못했던 팀도 있었다.

 

[사진=독일 알제리 경기에서 주목할 인물은 토마스 뮐러다. 알제리전에서 골을 넣으며 2회 연속 월드컵 득점왕을 향한 질주를 멈추지 않을지 주목된다. (C) 바이에른 뮌헨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fcbayern.de)]

 

독일과 알제리는 1982년 스페인 월드컵 조별리그 1라운드 2조에 함께 편성됐다. 그때는 지금과 달리 조별리그가 1라운드와 2라운드로 나뉘어졌으며 토너먼트는 준결승과 결승만 진행됐다. 조별리그 1라운드 3차전은 서로 다른 시간대에 열렸는데 지금은 8개 조별리그 모두 3차전이 같은 시간대에 열린다. 그 이유가 1982년 서독(당시 독일)과 오스트리아 그리고 알제리와 연관이 있었다.

 

당시 알제리는 월드컵에 처음으로 출전했다. 스페인 히혼의 엘 몰리논 경기장에서 펼쳐졌던 1라운드 2조 1차전에서 서독을 2-1로 제압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2차전 오스트리아전에서는 0-2로 패했으나 3차전 칠레전에서는 3-2로 이기면서 2승 1패가 됐다. 그런데 서독과 오스트리아도 2승 1패로 1라운드 일정을 마무리했다. 서독이 히혼에서 진행된 3차전 오스트리아전에서 1-0으로 이기면서 세 팀이 2승 1패 동률이 되었고 알제리가 두 팀에게 골득실에서 밀려 탈락했다.

 

 

 

 

문제는 서독-오스트리아 경기가 매끄럽지 않았다. 두 팀의 대결은 6월 25일에 진행되었는데 이미 알제리가 하루 전 칠레를 3-2로 이기면서 2승 1패로 1라운드 일정을 마무리했다. 1승 1패였던 서독이 2라운드에 진출하려면 3차전 오스트리아전에서 무조건 이겨야 했다. 이미 2승을 따냈던 오스트리아는 서독에게 지더라도 알제리와의 골득실에서 우세를 점해야 2라운드에 오를 수 있었다.

 

결국 서독과 오스트리아는 동반 2라운드 진출을 의식했는지 전반 10분 서독의 호르스트 흐루베슈 골 이후 나머지 시간 동안 볼을 돌리는 불썽사나운 모습을 보였다. 이는 승부조작 논란으로 휩싸이면서 지금까지 '히혼의 수치'로 회자됐다. 서독과 오스트리아 승부조작 논란의 피해자는 알제리였다. 유럽의 두 팀이 경기 종료까지 정정 당당하게 맞붙었다면 적어도 논란이 벌어지지 않았거나 또는 알제리의 2라운드 진출이 성사되었을 가능성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히혼의 수치 이후 월드컵 운영 방식은 달라졌다. 조별리그 1라운드와 2라운드가 통합되었으며 토너먼트는 16강부터 운영됐다. 조별리그 3차전도 같은 시간대에 펼쳐졌다. 이러한 운영 방식은 지금도 유지되는 중이다.

 

알제리는 1986년과 2010년 월드컵 본선에 출전했으나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했다. 하지만 2014년 브라질 월드컵 H조 한국전 4-2 승리에 의해 1승 1무 1패가 되면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16강에서는 독일과 맞붙으며 1982년 히혼의 수치를 설욕할 기회를 마련했다. 비록 알제리가 독일보다 전력이 취약한 것은 분명하나 이번 월드컵에서는 유럽의 약세가 두드러졌다. 스페인, 잉글랜드, 이탈리아, 포르투갈 같은 유럽 강호들이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는 불운을 맞이했다. 독일은 2002년부터 3회 연속 월드컵 4강 진출을 이루었으나 수비가 튼튼하지 못할 경우 알제리의 기습 공격에 흔들릴지 모를 일이다. 독일은 포백 호흡의 완성도가 2% 부족한 느낌이다.

 

독일은 토마스 뮐러와 미로슬라프 클로제 득점력에 기대를 걸을 것이다. 뮐러는 조별리그에서 4골 넣으며 독일 공격의 완성도를 높였으며 클로제는 G조 2차전 가나전에서 골을 넣으며 월드컵 최다 골 타이기록(15골)을 달성했다. 만약 뮐러가 골을 넣으면 하메스 로드리게스(콜롬비아, 5골)와 득점 공동 선두가 되거나 또는 단독 선두로 올라설 수 있다. 클로제가 득점을 올리면 브라질 호나우두를 넘어 월드컵 최다 골을 새롭게 경신하게 된다. 독일과 알제리에게 이번 대결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