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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김신욱 교체, 한국의 벨기에전 패배 원인

벨기에전에서 후반 21분 김신욱 교체 장면을 보며 '왜 김신욱을 빼지?'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저 혼자만이 아닐겁니다. 박주영을 대신해서 벨기에전 원톱으로 선발 출전했던 김신욱은 66분 동안 상대 수비를 자신쪽으로 유도하면서 공중볼 경합에서 우위를 드러내며 최전방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잘 드러냈습니다. 그가 잘 버텨주면서 한국이 벨기에를 상대로 대등하거나 또는 근소한 우세를 점하며 유리한 경기를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김신욱 교체는 납득하기 힘든 장면입니다. 벨기에를 상대로 잘 싸웠던 선수가 후반 승부처에서 교체되고 말았습니다. 벨기에가 1명이 퇴장 당한 상황에서 경기를 치를수록 체력적인 부담이 쌓일 수 있었는데 한국이 김신욱을 뺀 것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갑작스러운 부상 때문이라면 이해하겠으나 그렇지 않다면 한국 코칭스태프의 작전 미스입니다.

 

[사진=김신욱 (C)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fif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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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관점에서는 김신욱 교체가 옳았을 수도 있습니다. 후반 시작과 함께 투입되었던 이근호가 원톱을 맡을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한국은 벨기에전에서 최소 2골 차 이상의 승리가 필요했습니다. 16강 진출 경우의 수에 따르면 러시아가 알제리를 1-0으로 이겼을 때 한국이 벨기에를 2-0으로 제압해야 16강 고지를 밟을 수 있었습니다. 러시아-알제리 경기는 1-1로 끝났으나 전반전까지는 러시아가 1-0으로 앞섰죠. 한국은 벨기에전에서 다득점 승리가 절실했으며 골을 잘 넣는 선수들이 공격진에 많이 활동하는것이 중요했습니다.

 

그러나 김신욱 대신에 투입되었던 선수는 김보경입니다. 골보다는 이타적인 플레이에 많은 초점을 두는 2선 미드필더입니다. 김신욱에 비해서 골을 잘 넣는 선수가 아니에요. 한국은 이근호가 원톱, 손흥민-김보경-이청용이 2선 미드필더, 기성용-구자철이 더블 볼란테를 형성했으나 팀의 득점에 힘을 실어줄 선수는 이근호말고는 없었습니다. 손흥민의 경우 러시아전, 알제리전에 비해서 상대 수비의 견제에 막히면서 후반 28분에 교체됐죠. 손흥민 교체는 이해됩니다. 하지만 김신욱 교체는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김신욱 교체는 한국이 벨기에를 이길 뻔했던 경기가 0-1 패배로 이어지는 결정타가 됐습니다. 후반 32분 얀 베르통언 결승골은 김신욱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하지만 김신욱이 벤치로 들어가면서 경기 주도권이 한국에서 벨기에로 넘어갔습니다. 더 이상 김신욱의 포스트 플레이에 시달릴 필요가 없어지면서 수비 부담을 덜어내며 공격에 집중했습니다. 여기에 한국 공격의 짜임새가 어긋나면서 벨기에가 '1명이 없음에도' 경기 주도권을 가볍게 회복하면서 베르통언이 골을 넣는 상황으로 이어졌습니다.

 

물론 김신욱이 풀타임 출전해도 한국이 벨기에를 이겼을지는 의문입니다. 그러나 후반 21분 이후 경기 흐름이 벨기에에게 넘어갔을 가능성은 크지 않았을 겁니다. 김신욱이 니콜라스 롬바르츠, 다니엘 판 바이턴을 끊임없이 공략해야 벨기에 선수들의 활동 반경이 페널티 박스쪽으로 제한되기 쉽습니다. 후반 중반 이후에는 벨기에가 선수들의 체력 소모량을 줄이기 위해 수비에 더 많은 비중을 두었을지 모릅니다. 스테번 드푸르 퇴장 공백을 안고 있었으니까요. 그럼에도 한국은 벨기에의 불안 요소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면서 김신욱을 교체했고 그 댓가는 쓰라린 패배로 이어졌습니다.

 

이번 벨기에전을 통해서 홍명보호는 브라질 월드컵에서 김신욱 활용을 제대로 못했다는 것을 드러냈습니다. 김신욱이 알제리전, 벨기에전에서는 잘했으나 한정적인 출전 시간 때문에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소속팀 울산처럼 팀의 중심 선수 역할을 맡았다면 한국 대표팀의 붙박이 주전 공격수로 나왔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한국 대표팀에서의 역할은 포스트플레이에 국한됐습니다. 김신욱이 출전하는 경기에서는 유난히 롱볼 비중이 높았죠. 벨기에전에서도 전반전이 한창일 때는 한국의 롱볼 비율이 벨기에보다 더 크게 나왔습니다.

 

브라질 월드컵 이전까지만을 놓고 보면 홍명보 감독 전술에 가장 잘 어울리는 원톱은 김신욱이 아닌 박주영이 맞습니다. 지난 3월 그리스 원정을 봐도 알 수 있죠. 그러나 월드컵 본선에서는 달랐습니다. 박주영이 좀처럼 자신의 경기력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못했습니다. 김신욱을 더 믿었어야 했습니다. 아무리 김신욱이 홍명보 감독 전술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경기력에서는 지금의 박주영보다 더 나았습니다. 이렇게 공격수 문제를 해결짓지 못했던 한국의 브라질 월드컵 16강 진출 실패는 당연한 결과였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