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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러시아 피파랭킹 19위, 하지만 약점 많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매달마다 나라별 랭킹을 발표한다. 피파랭킹을 통해 어느 팀이 축구를 잘하는지 알 수 있다. 현재 1위는 스페인이며 한국은 57위다. 한국이 브라질 월드컵 H조 1차전에서 맞붙을 러시아 피파랭킹은 19위다. 순위만을 놓고 보면 우리나라가 상대 팀에게 열세다. 러시아 피파랭킹 19위는 유럽에서 13번째로 높은 순위이나 한국이 20위권 안에 포함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축구 경기는 피파랭킹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피파랭킹 15위 네덜란드가 얼마전 스페인을 5-1로 대파한 것을 놓고 보면 순위가 절대적으로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에는 57위 한국이 19위 러시아를 이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러시아 피파랭킹이 한국보다 앞섰으나 전력적인 약점이 많다.

 

[사진=러시아 대표팀 선수단 (C) 러시아 축구협회 공식 홈페이지(rfs.ru)]

 

러시아는 최정예 전력이 아닌 상태에서 한국전에 임한다. 팀의 에이스이자 플레이메이커였던 로만 시로코프가 부상으로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러시아의 브라질 월드컵 본선 진출에 기여했던 시로코프의 불참은 조직력이 강조되는 러시아에게 뼈아픈 일이다. 한국을 상대로 창의적인 패스 플레이를 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 알란 자고예프가 시로코프 공백을 메울 것으로 보이나 기존 주전 선수와의 손발이 맞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시로코프 불참이 뼈아픈 또 다른 이유는 팀 공격의 구심점이 사라졌다. 그동안 시로코프와 중원에서 호흡을 맞췄던 빅토르 파이줄린은 박스 투 박스 성향이며 데니스 글루샤코프 또는 이고르 데니소프는 홀딩맨이다. 자고예프는 시로코프에 비해 대표팀 공헌도가 낮으면서 얼마전에는 부상으로 신음했다. 최근 훈련에 복귀했으나 한국전에서 최상의 컨디션으로 경기에 임할지 알 수 없다. 어쩌면 올렉 샤토프가 시로코프 공백을 메울 수도 있다. 자고예프와 같은 23세 선수이나 A매치 출전 횟수가 7경기 뿐이다.

 

 

 

 

러시아도 한국과 더불어 공격수 약점을 안고 있다. 한국은 박주영이 실전 감각을 정상적을 회복하지 못한 것이 불안하나 러시아는 최전방 공격수 알렉산더 케르자코프의 기량이 내림세에 빠졌다. 왼쪽 윙 포워드였던 알렉산더 코코린이 최근 대표팀에서 중앙 공격수로 기용된 것은 파비오 카펠로 감독이 케르자코프의 현재 폼을 못믿고 있다는 뜻이다. 케르자코프는 최근 평가전에서 골을 넣었으나 유로 2012에서의 골 결정력 부족을 놓고 보면 과연 한국전에서 제 기량을 발휘할지 의문이다.

 

흔히 러시아 장점으로 튼튼한 수비 조직력이 쉽게 거론된다. 그러나 센터백을 맡는 세르에기 이그나셰비치와 바실리 베레주츠키가 30대 노장인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나이가 많은 수비수의 단점은 발의 순발력이 떨어진다. 활동 반경을 넓히는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 따라서 수비 뒷 공간을 내주기 쉽다. 러시아가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치면서 터프한 미드필더들이 중원에 2~3명 활동했던 것도 이그나셰비치와 베레주츠키의 순발력 단점을 보완하는 성향이 강했다고 봐야 한다.

 

왼쪽 측면 뒷 공간도 불안하다. 드미트리 콤바로프는 활발한 오버래핑을 펼치는 인물이다. 그러나 수비 뒷 공간이 비어있을 때가 있다. 풀백의 활동 반경이 앞쪽을 쏠릴 때는 근처에 있는 선수들이 왼쪽으로 커버 플레이를 펼치며 상대 팀의 역습을 대비해야 한다. 파이즐린과 데니소프 또는 글루샤코프의 활동 반경이 옆쪽으로 쏠리면서 앞쪽으로 공격의 돌파구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오른쪽 풀백은 붙박이 주전으로 꼽을만한 인물이 없다. 알렉세이 코즐로프와 안드레이 예센코가 경합중일 뿐이다. 한국의 공격 옵션들이 러시아 포백을 뚫을 자신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러시아 선수들의 전체적인 단점을 꼽으라면 선수단 전원이 국내파다. 자신의 개인 기량이 해외에서 통할 수 있는지 검증 받았던 선수를 찾기가 드물다. 유럽 진출을 통해 개인 기량을 나날이 발전시키며 자신의 가치를 끌어 올렸던 한국의 유럽파들과 다르다. 러시아 리그가 과거에 비해서 경쟁력을 키운 것은 분명하나 아직 유럽 빅 리그에 도달할 레벨은 아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 선수들이 러시아 약점을 얼마나 집요하게 공략하면서 승점 3점을 가져오느냐 여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