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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이영표 예언, 스페인 월드컵 몰락 적중하나?

스페인이 브라질 월드컵 본선 첫 경기에서 네덜란드에게 1-5 대패를 당하면서 이영표 KBS 해설위원 발언이 떠올랐던 사람은 글쓴이만이 아닐 것이다. 이영표 해설위원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KBS 따봉 월드컵을 통해 "스페인은 생각보다 부진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스페인이 월드컵에서 몰락하냐는 사회자 질문에서는 그럴 수 있다고 답했다. 이러한 '이영표 예언'은 스페인의 네덜란드전 패배를 통해 적중 가능성이 높아졌다.

 

비센테 델 보스케 감독이 이끄는 스페인은 세계 최고의 축구 팀이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우승과 유로 2012 우승을 통해 유럽과 세계 챔피언에 등극하며 현재 FIFA 랭킹 1위를 질주중이다. 그랬던 팀이 B조 본선 1차전에서 네덜란드에게 1-5로 패한 것은 충격적이다.

 

[사진=스페인의 네덜란드전 1-5 패배를 알렸던 국제축구연맹(FIFA) 공식 홈페이지 (C) fif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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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이 네덜란드전에서 패했다고 브라질 월드컵 전망이 무조건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 칠레와 호주를 제압하면 16강에 진출할 것으로 보인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본선 H조에서도 첫 경기에서 스위스에게 0-1로 졌으나 온두라스전 2-0, 칠레전 2-1 승리를 통해 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토너먼트 모든 경기에서는 1-0으로 이기면서 사상 첫 월드컵 우승을 달성했다. 이러한 흐름이라면 네덜란드전 패배가 월드컵 2연패 좌절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스페인의 네덜란드전 패배는 '몰락의 신호탄'이 될 여지가 있다. 4년 전 남아공 월드컵 결승 네덜란드전에서는 1-0으로 이겼으나 이번에는 네덜란드에게 1-5로 패했다. 그런데 네덜란드는 4년 전에 비해서 전력이 약해졌다. 스쿼드가 젊어지면서 세대교체가 완성되지 않았으며 영건들의 빅 매치 경험까지 떨어진다. 라파엘 판 데르 파르트, 그레고리 판 데르 비엘, 케빈 스트루트만 같은 주요 선수들이 부상으로 월드컵 참가가 좌절되는 불운까지 따랐다.

 

 

 

 

스페인은 네덜란드전에서 강팀 답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굳이 디에고 코스타 부진을 논외해도 치명적인 수비 실수들이 팀의 공격 의지를 위축시켰다. 골키퍼 이케르 카시야스의 세 번째와 네 번째 실점 상황이 아쉬웠으며 스페인 수비 라인이 네덜란드의 아르연 로번, 로빈 판 페르시 투톱을 봉쇄하지 못했던 문제점이 있었다. 사비 알론소와 세르히오 부스케츠 같은 수비형 미드필더들의 포백 보호도 시원치 않았다. 왼쪽 풀백 호르디 알바는 수비 빈 공간을 계속 내주는 불안한 모습을 연출했다.

 

이러한 스페인의 수비 불안은 남아공 월드컵과 유로 2012에서 짠물 수비를 과시했던 시절과 전혀 달랐다. 확실한 골잡이가 존재하지 않는 현 상황에서(코스타는 스페인 대표팀에서 검증된 인물로 보기 어렵다.) 수비진을 단단히 구축할 필요가 있었으나 오히려 선수들의 몸놀림이 네덜란드 공격진을 따라잡는데 버거운 모습을 보였다. 특히 피케와 알바는 소속팀 FC 바르셀로나에서도 과거에 비해 경기력이 저하되었으며 카시야스는 레알 마드리드의 주전 골키퍼가 아니다. 소속팀에서 겪었던 어려움이 대표팀에서 영향을 끼치고 말았다.

 

축구에서는 수비가 허약한 팀은 공격 전개가 원활하지 못한 특징이 있다. 스페인은 점유율에서 58-42(%)로 앞섰음에도 경기 내용에서는 네덜란드에게 밀렸다. 심지어 슈팅에서도 네덜란드보다 4개 더 부족하며 경기 막판에는 상대 팀에게 여러 차례 슈팅을 허용 당했다. 점유율 숫자만 앞섰을 뿐 안되는 팀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경기력이라면 칠레와 호주를 이긴다고 할지라도 토너먼트에서 우승후보에 걸맞는 면모를 과시할지 의문이다.

 

스페인의 월드컵 몰락 가능성이 예견된 또 다른 징후는 이번 월드컵이 남미의 브라질에서 개최된다. 지금까지 남미를 포함한 아메리카 대륙에서 개최되었던 월드컵에서는 유럽팀이 우승했던 전례가 없었다. 브라질 축구 황제 펠레가 스페인과 더불어 독일과 브라질을 우승 후보로 거론했던 것도 눈길을 끈다. 그러나 펠레의 저주를 떠올리면 개최국 브라질은 논외해도 스페인과 독일의 우승 전망이 밝지 않게 느껴진다. 스페인 월드컵 몰락을 전망했던 이영표 해설위원의 예언이 완전히 적중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