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23, AS 모나코)이 왜 한국 축구 대표팀에 필요한 선수인지, 한때 자신을 대표팀에 발탁하지 않은 허정무 감독에게 다시 선택되었는지, 그리고 자신의 별명인 ´축구 천재´임을 잘 알 수 있었던 경기였다.
사우디 아라비아 원정에서 승리한 한국 축구 대표팀에서 눈에 띄는 맹활약을 펼친 선수는 여럿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박주영의 활약은 ´군계 일학´이었다. 비록 후반 29분 교체 투입되었지만 다른 선수들과 달리 공격력에 무게감이 실렸기 때문. 박주영이 투입되자 한국은 후반 31분 이근호의 선제골로 앞서더니 14분 뒤 박주영이 아크 정면에서 염기훈의 패스를 받아 상대팀 수비수를 속이는 페인트 동작에 이은 오른발 추가골을 넣으며 사우디를 패배로 몰아 넣는 ´확인 사살´에 성공했다.
박주영의 골은 지난 2월 17일 중국전 이후 9개월 만에 나온 귀중한 필드 골이다. 지난 5~6월 A매치 4경기에 출장하여 필드 골을 넣지 못해 한동안 엔트리서 제외되었던 아픔을 깨끗이 씻을 수 있는 장면이었던 것. 그와 동시에 그동안 자신을 괴롭혔던 잦은 부상과 경기력 저하로 인한 슬럼프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것을 이번 사우디전을 통해 각인시켰다.
청구고 시절부터 여론의 높은 관심을 받은 박주영은 2년 전 부터 ´기량이 발전하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 박주영을 상대하던 K리그의 상대팀 선수들이 자신의 드리블과 슈팅 타이밍 등 플레이 패턴을 파악해 이에 따른 집중적인 견제로 자신의 천부적인 킬러 본능이 빛을 잃었기 때문. 한때 친정팀 서울의 벤치 멤버로 밀리더니 잦은 부상으로 신음하는 등 어려운 행보를 거듭하며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그러나 올해 여름 AS 모나코 이적은 박주영의 축구 인생에 커다란 전환점이 됐다. 현재까지 2골 1도움에 그쳤지만 매 경기마다 주전 공격수로 출장하여 2년 동안 꾸준하지 못했던 경기 감각을 쌓는데 주력했다. 그 결과 최근에는 감각적인 볼 트래핑으로 팀의 적극적인 공격 기회를 살리는 활약에 눈을 떴고 여러차례 슈팅을 시도하며 골을 넣으려는 집요함까지 발휘했다.
이 같은 노력은 결국 사우디전에서 화려하게 꽃을 피웠다. 최전방에서 공을 기다리려는 움직임으로 번번이 고립되었던 지난 5~6월 A매치와 달리 교체 투입과 함께 미드필더진까지 내려가 공격 기회를 만들고 상대 역습을 일차적으로 저지하려는 끈질김을 발휘했던 것. 골을 넣어야 하는 임무까지 떠맡은 그는 후반 45분 자신의 슬럼프 탈출을 알리는 멋진 골을 터뜨리며 자신의 존재감을 드높였다.
이번 사우디전은 '역시 박주영'이라는 감탄사를 내뱉기에 충분했다. 박주영이 한국의 7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 사활이 걸린 사우디 원정 승리의 주역으로 거듭났기 때문.
박주영을 잘 아는 축구팬들이라면 그의 사우디전 골을 예감했을지 모른다. 그는 한국의 대표적인 '중동 킬러'이기 때문. 2005년 1월 카타르 8개국 친선 대회에서 9골 넣으며 자신의 신드롬을 일으켰고 이듬해 1월 21일과 25일 사우디서 열린 그리스전과 핀란드전서 골을 기록하며 중동에서 열리는 경기에 '어김없이' 골을 작렬했다. 이번에는 '중동의 강호' 사우디를 꺾는 골을 넣으며 중동 킬러 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물론 박주영이 가야 할 길은 멀다. 대표팀 주전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지 못했기 때문. 정성훈이 A매치 4경기 연속 타겟맨으로서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하며 상대 수비진의 힘과 체력을 떨어뜨렸고 이근호가 최근 A매치 4경기서 5골 넣었기 때문에 붙박이 주전 확보가 쉽지 않게 된 것.
그러나 사우디전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심어준 것만으로도 의미가 컸다. '박주영은 건재하다'는 것을 허정무 감독과 선수단, 그리고 국민들에게 짜릿한 한 방을 통해 각인 시켰기 때문. 내년 2월 대표팀의 이란 원정에서는 AS 모나코에서의 활약에 힘입어 얼마만큼 더 강한 모습으로 우뚝 서게 될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