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손흥민 골, 최고 평점 당연했던 결정적 이유

손흥민이 한국 시간으로 27일 새벽 아우크스부르크전에서 결승골을 넣으며 레버쿠젠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후반 35분 페널티 박스 왼쪽 공간을 파고드는 과정에서 율리안 브란트와 이대일 패스를 주고 받은 뒤 왼발 슈팅을 날렸던 볼이 골망을 흔들었다. 상대 팀 선수의 견제에 흔들리지 않고 왼발로 강력하게 날렸던 볼이 슈팅 각도가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속에서도 골대 안으로 향했다. 그의 골 결정력은 역시 뛰어났다.

 

이로써 손흥민은 2월 7일 묀헨글라드바흐 득점 이후 9경기 연속 무득점에서 벗어났다. 이번 경기에서 리그 9호골이자 시즌 11호골을 터뜨렸다. 그와 더불어 레버쿠젠이 9경기 연속 무승(1무 8패)에서 벗어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경기 종료 후 독일 일간지 빌트에 의해 팀 내 최고 평점(2점)을 부여 받은 것은 당연했다.

 

 

[사진=손흥민 (C) 나이스블루]

 

흥미롭게도 손흥민이 올 시즌 골 넣었던 경기는 레버쿠젠이 모두 이겼다. 시즌 첫 골을 넣었던 DFB(독일축구협회) 포칼컵 1라운드 SV 리프슈타트전을 시작으로 프라이부르크전, 빌라펠트전, 함부르크전, 뉘른베르크전, 도르트문트전, 묀헨글라드바흐전 득점으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이는 손흥민 득점의 영양가가 높다는 것을 뜻한다. 이번 아우크스부르크전에서도 손흥민 득점에 의해 레버쿠젠이 지독했던 무승 부진에서 벗어났다.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사미 히피아 감독이 손흥민 장점을 활용할 줄 몰랐다. 그를 4-3-3 포메이션의 왼쪽 윙 포워드로 배치하며 첼시로 떠났던 안드레 쉬얼레를 대체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손흥민은 전형적인 윙 포워드가 아니다. 양발로 득점을 터뜨리면서 골 결정력까지 뛰어난 그의 진가는 중앙 공격수로서 충분히 경쟁력이 강했다. 실제로 지난 시즌 함부르크에서는 원톱 또는 투톱 공격수로 뛰거나 4-2-3-1 포메이션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기용되며 측면보다 중앙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오히려 히피아 감독의 경직된 전술이 손흥민의 골 생산을 떨어뜨렸다. 지금까지 왼쪽 풀백으로 기용되는 선수들(세바스티안 보에니쉬, 엠레 찬)의 무모한 오버래핑과 미드필더들의 창의적인 공격 전개 부족, 지공이 효과적이지 못한 레버쿠젠의 단점이(시즌 후반기에는 수비 조직력 붕괴까지) 거듭 이어지면서 최근 9경기 연속 무승에 빠졌고 이는 손흥민 득점력 저하로 이어졌다. 일각에서는 손흥민이 강팀에 약하다고 주장하나 공감하지 않는다. 히피아 감독의 다양하지 못한 전술 문제와 선수들의 창의성 부족이 애초부터 강팀에게 경쟁력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손흥민 득점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손흥민의 아우크스부르크전 결승골 과정을 살펴보면 '역시 중앙에서 잘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각인시켰다. 그의 올 시즌 득점 중에서는 중앙 혹은 페널티 박스 안쪽으로 파고 들면서 골을 넣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콘셉트가 시즌 전반기에는 시드니 샘과 중복되면서 스테판 키슬링과 동선이 겹쳐 많은 골을 넣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그동안 슈팅이 적었던 것도 중앙에서 골 넣을 기회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슈팅 횟수가 적다고 손흥민의 골 욕심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무의미한 슈팅 남발이 좋은 현상은 아니기 때문.

 

레버쿠젠이 다음 시즌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을 획득하는데 있어서 손흥민 득점 여부는 앞으로 중요하게 됐다. '손흥민 득점=레버쿠젠 승리'라는 공식이 성립된 현 시점에서는 히피아 감독이 한국 출신 7번 선수가 많은 골을 넣기 위해 전술적으로 배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기왕이면 아우크스부르크전에서 벤치에 있었던 또 다른 한국 출신 24번 선수도 적극적으로 기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