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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아스날 8년 무관, 이제는 끝날 때가 됐다

 

아스날은 불과 몇 해전까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더불어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의 양대 산맥을 형성했다. 하지만 첼시와 맨체스터 시티 같은 부자 클럽들의 오름세에 밀려 프리미어리그 우승 경쟁에서 밀렸으며 어떤 때는 시즌 중반까지 4위권 바깥을 맴돌기도 했다. 선수 영입에 많은 돈을 쓰지 않는 성향도 아쉬웠으나 팀의 주력 선수가 다른 빅 클럽으로 떠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그래서 셀링 클럽이라는 이미지가 뚜렷했다.

 

하지만 지난해 여름 이적시장 마감 무렵 레알 마드리드 플레이메이커 메수트 외질 영입에 5000만 유로(약 740억 원)의 거금을 투자하는 결단을 내렸다. 그동안의 이적시장 행보와 달리 다른 빅 클럽 핵심 선수 영입에 엄청난 돈을 쏟으며 화제를 모았다. 8년 무관을 끝낼 승부수를 띄웠다.

 

 

[사진=에버턴전 4-1 승리를 발표한 아스날 공식 홈페이지 (C) arsen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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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날은 지난 8일 FA컵 8강 에버턴전에서 4-1 대승을 거두었다. 후반 초반까지 1-1 접전을 펼쳤으나 후반 24분 미켈 아르테타의 페널티킥 골에 의해 2-1로 리드했다. 조커로 나섰던 올리비에 지루가 후반 38분과 41분에 추가골을 넣었던 것이 아스날 승리의 쐐기를 굳히게 했다. 이 경기 이전까지 최근 6경기에서 2승 1무 3패로 고전했으나 에버턴을 상대로 3골 차 승리를 거두면서 강자의 면모를 되찾았다. 한동안 경기력이 침체되었던 외질이 선제골을 넣었던 것도 그의 자신감 향상에 힘이 되었을 것이다.

 

이날 승리가 의미있는 이유는 FA컵 4강에 진출한 또 다른 빅 클럽이 없기 때문이다. 아스날과 함께 4강에 진출한 팀은 헐 시티, 위건, 셰필드 유나이티드다. 헐 시티는 프리미어리그 13위, 위건은 챔피언십(잉글랜드 2부리그) 7위, 셰필드 유나이티드는 리그1(잉글랜드 3부리그) 11위에 속했다. 아스날의 FA컵 우승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당초 FA컵 우승의 또 다른 후보였던 맨체스터 시티가 8강에서 위건에게 1-2로 덜미를 잡혔던 것이 아스날에게 행운이 됐다.

 

물론 아스날의 우승을 쉽게 예상하기 힘든 시각도 존재한다. 2010/11시즌 칼링컵(지금의 캐피털 원 컵) 결승 버밍엄 시티전에서 1-2 패배를 당했던 아픔이 있다. 약체 이미지가 다분한 버밍엄 시티를 상대로 슈팅과 점유율에서 앞섰을 뿐 스코어에서 지고 말았다. 지금도 아스날팬에게는 그때의 패배가 악몽으로 회자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FA컵 잔여 일정에서 약체들을 상대로 반드시 승리한다는 보장이 없다. FA컵 4강에서는 위건과 격돌한다.

 

현실적으로 아스날이 무관을 끝낼 대회는 FA컵 밖에 없다. 캐피털 원 컵 우승은 이미 맨체스터 시티에게 돌아갔으며 프리미어리그에서는 1위 첼시에 승점 7점 차이로 밀렸다.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바이에른 뮌헨과의 16강 1차전 홈 경기에서 0-2로 패했고 2차전 원정에서 다득점에 성공해야 하는 부담감을 안게 됐다. 바이에른 뮌헨이 유럽 최고의 클럽이자 지난 시즌 트레블을 달성했을 때의 전력과 큰 차이가 없다는 점에서(현재까지는) 아스날의 16강 탈락이 유력한 분위기다.

 

그러나 FA컵은 다르다. 4강에서 위건을 제압하면 결승에서 하부리그 팀과 맞붙는다. 8년 무관의 악연을 끊겠다는 동기부여가 크게 작용하면 FA컵 우승 트로피를 거머쥘 잠재력이 있다. 프리미어리그의 빅 클럽다운 면모를 보여주는데 있어서 FA컵 우승은 중요한 목표가 됐다. 빅 클럽은 우승을 할수록 팀의 가치가 빛나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