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박주호 분데스리가 성공, 박수 받아 마땅하다

 

2012/13시즌까지 한국인 축구팬들이 가장 선호했던 유럽리그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였다. 박지성과 이영표가 2005년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각각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토트넘에 입단한 것을 시작으로 여러 명의 한국인 선수들이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그 중에 몇몇은 성공적인 활약을 펼치며 한국 축구의 우수성을 유럽과 세계에 널리 알렸다. 그 시기에는 프리미어리그가 유럽 최고의 리그로 각광 받았던 경험도 있다.

 

하지만 2013/14시즌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박지성이 잉글랜드 무대를 떠났으며, 프리미어리그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게 유럽 최고의 리그 자리를 내주면서 독일 분데스리가의 추격을 받게 되었고, 분데스리가에서 한국인 선수의 새로운 성공 신화가 꽃을 피우게 됐다. 손흥민과 구자철, 지동원이 맹활약 펼치며 자신의 가치를 인정 받았고 한국인 축구팬들은 그들의 경기력에 열광했다. 이제는 또 다른 한국인 선수가 여론의 뜨거운 주목을 끌게 됐다. 마인츠의 박주호다.

 

 

[사진=박주호 (C) 마인츠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mainz05.de)]

 

이 글에 공감하면 추천을 눌러주세요. 손가락 버튼 눌러주시면 됩니다.

 

박주호는 지난 주말 프라이부르크전에서 전반 24분 왼발 중거리 슛으로 골망을 흔들며 자신의 분데스리가 데뷔골을 터뜨렸다. 지금까지 분데스리가 20경기 출전하면서 슈팅 6개, 유효 슈팅 1개를 기록했으나 그 1개가 바로 프라이부르크전 골이었다. 지금까지 왼쪽 풀백과 수비형 미드필더를 오가며 팀의 수비 안정과 패스를 통한 공격 전개에 많은 비중을 두었던 포지션 특성상 그에게 공격 포인트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다. 평소 궂은 역할에 충실했으나 이날 골을 넣으면서 대중적인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경기 내용도 좋았다. 요하네스 가이스와 더블 볼란테를 맡으면서 안정적인 빌드업과 활발한 움직임을 통한 연계 플레이를 통해 팀의 공격에 많은 기여를 했다. 가이스가 긴 패스를 활발히 공급했다면 박주호는 짧은 패스를 바탕으로 공격을 전개하며 마인츠가 프라이부르크와의 주도권 싸움에서 우세를 점하는데 힘을 쏟았다. 수비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상대팀 공격을 몇 차례 끊거나 부지런히 후방으로 내려오며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에 충실했다. 지금까지 왼쪽 풀백으로서 두각을 떨쳤으나 시즌 중반부터 중원에 배치되어 우수한 경기력을 발휘하는 멀티 플레이어 기질을 과시했다.

 

이러한 박주호의 활약상은 지금까지 국내 여론에서 많은 주목을 받지 못한 느낌이 강했다. 손흥민이나 구자철, 지동원 같은 공격 옵션들에 비해서 골이나 도움을 얻을 기회가 적은 편이다. 대중들에게 왼쪽 풀백 이미지가 강했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수비수는 공격수와 공격형 미드필더에 비해 화려한 주목을 받기 힘든 포지션이다. 소위 말하는 '신계', '인간계 최강'으로 불리는 선수들의 포지션이 공격 옵션으로 쏠린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또한 박주호는 국가 대표팀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심어줬던 경험이 드물다. 지금의 홍명보호에서는 김진수 백업에 속한다. 이영표 전성기 시절과 차이가 있다.

 

그런데 프라이부르크전부터 달라졌다. 골을 넣으면서 사람들의 열렬한 관심을 받게 됐다. 그뿐만이 아니다. 구자철이 자신의 새로운 팀 동료가 되면서 마인츠 경기를 주목하는 국내 축구팬들이 늘어날 것이다. 지금까지는 국내의 유럽 축구팬들이 손흥민 소속팀 레버쿠젠 경기를 많이 봤다. 하지만 박주호와 구자철이 프라이부르크전에서 서로 골을 넣으며 팀의 승리를 합작한 것을 기점으로 마인츠 경기에 대한 인기가 점점 높아질 것임에 틀림 없다. 두 선수 모두 붙박이 주전으로 뛸 수 있는 매리트가 있다.

 

이제는 박주호를 분데스리가에서 성공했던 한국인 선수라고 칭찬해도 어색하지 않다. 독일 무대에 진출한지 정확히 1년도 되지 않았음을 감안해도 거의 대부분의 경기에 선발 출전하며 팀의 주력 선수로 인정 받았다. 한국의 일부 유럽파가 소속팀의 벤치 신세를 면치 못하거나 18인 엔트리에 없었던 아쉬움을 떠올리면 박주호의 꾸준한 선발 출전은 대단한 일이다. 그것도 유럽 3대리그로 꼽히는 분데스리가에서 붙박이 주전으로 맹활약 펼치는 중이다. 그의 성공은 박수 받아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