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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한국 미국, 유럽파 의존증 커졌던 패배

 

한국 축구 대표팀이 A매치에서 2연패를 당했다. 멕시코전 0-4 대패에 이어 미국전에서 0-2 패배를 겪었던 것. 미국 전지훈련 3경기에서 1승 2패를 기록했으나 멕시코와 미국 같은 북중미의 강호들을 상대로 단 1골도 넣지 못하고 패한 것이 아쉽다. 공교롭게도 한국 시간을 기준으로 멕시코전은 설날 연휴 첫 날, 미국전은 연휴 마지막 날이었다. 대표팀은 설날 연휴에 국민들에게 기분 좋은 승전보를 전하지 못하면서 미국 전지훈련 일정을 마무리했다.

 

미국전에서도 수비적인 문제점은 여전했다. 2실점 모두 후방에 있는 선수들이 문전에서 미국 선수를 놓친 것이 화근이었다. 순간적인 수비 집중력 부족에서 비롯된 결과다. 때로는 상대 팀 선수를 놓칠 수도 있으나 이러한 장면이 A매치에서 반복되는 것이 대표팀의 고질적인 단점이다. 한국이 브라질 월드컵 16강 진출을 보장 받는데 있어서 반드시 개선해야 할 사안이다.

 

 

[사진=미국전 출전 선수 명단. 저의 손글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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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보다 더 답답한 것은 공격이었다. 상대 팀에게 1골 내주면 2골 따라붙고, 2골 실점하면 3골 넣으며 이길 수 있는 것이 축구의 매력이다. 그러나 지금의 대표팀 경기력에는 이러한 기질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2선 미드필더 부조화에 의한 잦은 패스미스와 골 결정력 부족, 빌드업 실종, 김신욱 머리를 겨냥한 롱볼 늘리기에 이르기까지 공격에서 총체적인 약점을 드러냈다. 멕시코전에서 나타났던 문제점이 또 노출된 것. 하지만 미국전에서 또 반복된 것은 심각하다. 지금의 경기력으로는 월드컵 16강 진출은 힘들어 보인다.

 

많은 사람들은 한국의 멕시코전과 미국전 경기를 보며 '유럽파가 국내파보다 더 잘한다'는 인식에 공감했을 것이다. 실제로 유럽파가 국내파를 능가하는 것은 사실이다. 각급 대표팀이나 K리그 클래식을 통해 최상의 경기력을 과시했던 선수들이 유럽에 진출하며 자신의 가치를 인정 받았다. 개인 기량에서 유럽파가 앞설 수 밖에 없다. 이제는 국가 대표팀에서도 유럽파의 존재 유무에 따라 경기력이 좌우된다. 특히 손흥민, 기성용, 이청용 같은 유럽파들은 브라질 월드컵에서 한국의 주전 미드필더를 맡을 가능성이 높다. 구자철, 지동원, 박주호, 김보경 같은 또 다른 미드필더들도 주전으로 활약할 경쟁력이 있다.

 

그러나 유럽파 복귀가 대표팀 공격력 단점을 해소할 정답으로 여기는 것은 곤란하다. 월드컵 본선에서 손흥민과 이청용 같은 주력 미드필더들이 상대 팀 수비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는 시나리오를 떠올려 봐야 한다. 유럽파의 개인 기량으로는 월드컵 16강을 보장받지 못한다. 경기를 뛰는 모든 선수들이 힘을 합쳐 짜임새 넘치는 공격을 되풀이하며 골 기회를 노려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한국 대표팀에는 이러한 모습을 찾기 힘들었다. 빌드업이 잘 풀리지 않자 롱볼을 띄우기 급급했다.

 

한국이 미국전에서 롱볼 축구를 펼친 것은 안타깝다. 이전 대표팀 시절과 다를 바 없었다. 그때는 김신욱이 헤딩머신으로 불렸을 정도로 한국의 공격 전개가 시원치 않았고 경기력까지 저조했다. 지난해 6월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3경기 모두 공격이 미흡한 문제점을 드러내며 많은 사람들을 아쉽게 했다.

 

이번 미국전에서 경기가 안풀릴 수록 김신욱이 있는 최전방쪽으로 볼이 길게 연결되는 모습을 보면 '미국 전지훈련의 성과가 도대체 무엇인가?'라는 의문을 품게 된다. 대표팀은 미국 전지훈련 A매치 3경기를 통해 이전보다 좋은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희망을 사람들에게 전했어야 했다. 그러나 경기 내용과 결과는 기대와 전혀 달랐다. 오히려 유럽파 존재감이 커지고 말았다.

 

멕시코전 이전에는 기성용이 선더랜드의 스토크 시티전 1-0 승리를 공헌하면서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평점 8점 부여받는 진가를 발휘했다. 미국전이 시작된지 불과 몇 시간 전에는 구자철과 박주호가 마인츠 입단 이후 첫 골을 터뜨리며 프라이부르크전 2-0 승리를 합작했다. 이번 설날 연휴는 유럽파의 선전과 대표팀의 연패를 바라보는 여론의 분위기가 서로 달랐다. 오는 3월초 A매치 그리스 원정에서는 유럽파를 포함한 해외파들의 합류가 예상되는 만큼 대표팀의 졸전이 더 이상 재현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브라질 월드컵 16강 진출 확률을 점점 높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