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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지동원 1호골, 유쾌한 자책골 같았다

 

어쩌면 도르트문트는 PSV 에인트호번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우크스부르크에 이은 또 다른 국민 클럽일지 모른다. 한국 축구의 신성 손흥민과 지동원에게 번번이 실점을 허용했다. 손흥민은 '도르트문트 킬러', '양봉업자'로 불리게 되었고 지동원은 도르트문트를 상대로 올 시즌 첫 골이자 분데스리가 복귀골을 쏘아 올렸다.

 

그런데 도르트문트는 지동원의 6개월 뒤 소속팀이다. 올 시즌 후반기에는 아우크스부르크에서 활동하며 그 이후에는 도르트문트에서 뛰게 된다. 이미 도르트문트와 4년 계약을 맺은 상황. 그는 아우크스부르크 유니폼을 입고 25일 도르트문트 원정에서 교체 투입한지 2분 만에 헤딩골을 터뜨리며 팀의 2-2 무승부에 기여했다. 도르트문트에게 실점을 안겨줬으니 어떤 관점에서는 자책골이나 다름 없다. 유쾌한 자책골 같았다.

 

 

[사진=지동원 (C) 아우크스부르크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fcaugsburg.de)]

 

사실, 도르트문트에게 지동원의 동점골은 반갑지 않았다. 2-1로 앞선 상황에서 지동원에게 실점을 내주면서 승점 1점 획득에 그쳤고 홈에서 4경기 연속 무승(1무 3패)에 그쳤다. 4위로 내려갔던 순위를 3위로 회복했으나 한 계단 밑에 있는 묀헨글라드바흐와는 승점 33점 동률이며 골득실에서 4골 앞설 뿐이다. 선두 바이에른 뮌헨과는 승점 14점이나 벌어지면서 분데스리가 우승 탈환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됐다.

 

특히 지난해 12월 7일 레버쿠젠전에서 손흥민에게 결승골을 내주면서 0-1로 패했던 것, 이번 아우크스부르크전에서 지동원에게 동점골을 얻어 맞으며 2-2로 비긴 것이 뼈아프다. 만약 두 명의 한국인 선수가 골을 넣지 않았다면 도르트문트는 최소 승점 4점을 확보하며 레버쿠젠과 치열한 2위 싸움을 펼쳤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바이에른 뮌헨과 레버쿠젠이 아닌 묀헨글라드바흐와 3위를 다투는 현실이다. 지동원은 도르트문트전 골을 통해 사람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줬으나 정작 도르트문트가 원했던 상황은 아닐 것이다.

 

다른 관점에서는 지동원의 도르트문트전 골이 반가웠다. 위르겐 클롭 감독이 보는 앞에서 '골을 잘 넣는 선수'라는 인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지동원이 다음 시즌부터 도르트문트에서 많은 출전 기회를 얻으려면 지속적으로 골을 터뜨릴 수 있어야 한다. 2010년대 이후 도르트문트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었던 카가와 신지(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마리오 괴체(현 바이에른 뮌헨) 마르코 로이스는 득점력이 뛰어난 모습을 보였다. 원톱을 맡는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는 두말할 것 없다. 지동원이 도르트문트에서 어떤 포지션을 맡을지 알 수 없으나 공격 옵션으로서 많은 골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동점골 장면만으로 '지동원은 득점력이 뛰어난 선수'라고 칭찬하기는 어렵다. 지동원이 선더랜드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때를 떠올리면 유럽 정상급 공격 옵션으로 거듭나는데 있어서 득점력 향상은 필수 과제다. 하지만 도르트문트전에서는 많은 골을 터뜨릴 수 있다는 잠재력을 클롭 감독에게 보여줬다. 선더랜드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그 잠재력을 이제는 분데스리가에서 경기력 향상을 통해 지금보다 업그레이드된 기량을 과시해야 할 것이다.

 

지동원은 지난 시즌 후반기에 이어 올 시즌 후반기에도 아우크스부르크의 공격 옵션으로서 팀의 성적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시즌 구자철(현 마인츠)과 함께 팀의 분데스리가 잔류를 공헌했다면 올 시즌에는 홍정호와 더불어 팀의 중상위권 진입을 공헌할지 주목된다. 아우크스부르크가 6위 헤르타 베를린과의 승점 차이가 3점이라는 점에서 후반기 돌풍이 실현되면 다음 시즌 유로파리그 진출을 노릴 수 있다. 지동원과 홍정호가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넉넉한 출전 시간을 확보하며 팀의 오름세에 기여하기를 한국 축구팬들이 기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