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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김보경 데뷔골, 맨유를 멘붕에 빠뜨렸다

 

카디프 시티에서 활약중인 김보경이 한국 축구팬들에게 매우 익숙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를 상대로 프리미어리그 데뷔골을 터뜨렸다. 한국 시간으로 25일 오전 1시 카디프 시티 스타디움에서 펼쳐졌던 2013/14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2라운드 맨유와의 홈 경기에서 후반 46분에 동점골을 넣었다. 피터 위팅엄이 왼쪽 측면에서 띄웠던 프리킥을 골문 중앙에서 머리로 받아내면서 헤딩골을 터뜨렸던 것. 리오 퍼디난드와 웨인 루니 사이에서 골 기회를 포착했던 판단력과 위치선정, 과감함이 빛났다.

 

이 골로 카디프 시티는 1-2로 패할 뻔했던 경기를 2-2로 비기면서 승점 1점을 따냈다. 반면 맨유는 승리 확정 직전에 동점골을 얻어 맞으면서 승점 3점 획득에 실패했다. 좀처럼 성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멘붕(멘탈붕괴)에 빠졌다. 김보경은 경기 종료 후 영국 축구 전문 채널 <스카이스포츠>로부터 평점 7점을 기록했으며 "그의 프리미어리그 데뷔골로 카디프 시티가 승점을 추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진=김보경이 골 넣고 환호하는 모습이 카디프 시티 공식 홈페이지 메인에 등장했다. (C) 카디프 시티 홈페이지 메인(cardiffcityfc.co.uk)]

 

김보경은 맨유전 골을 통해 팀 내 입지를 끌어 올렸다. 시즌 초반에 주전으로 나섰으나 좀처럼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하면서 최근에 벤치 멤버로 밀렸다. 지난 4일 스완지 시티전에서는 후반 42분에 교체 투입했으며 10일 애스턴 빌라전에서는 결장했다. 3개월 전 맨체스터 시티전 맹활약 기세를 이어가지 못했던 여파가 어땠는지 알 수 있다. 자신의 경쟁자였던 조던 머치가 캐피털 원 컵을 포함하여 2골 3도움(맨유전 제외) 기록하면서 어쩔 수 없이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많아졌다. 머치는 맨유전에서 전반 32분 킬러 패스로 프레이저 켐벨의 골을 만들어내며 도움을 얻어냈다.

 

머치의 백업 멤버로 신세가 뒤바뀌었던 김보경의 생존 돌파구는 골이었다. 맨유전에서 팀이 1-2로 밀렸을 때 극적인 동점골을 올리며 팀에게 승점 1점을 안겨줬다. 만약 이 골이 없었다면 한동안 많은 출전 시간을 보장받기 어려웠을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한국 대표팀 주전 경쟁 및 최종 엔트리 합류의 악재로 이어졌을지 모를 일이었다. 홍명보 감독은 소속팀 활약을 중시하기 때문. 맨유전 동점골을 통해 최악의 위기에서 벗어났으며 카디프 홈팬들에게 강렬한 존재감을 심어줬다.

 

물론 맨유전에서 골을 넣었다고 곧바로 주전으로 복귀하는 것은 아니다. 머치의 최근 경기력이 준수하기 때문에 여전히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많을 수도 있다. 왼쪽 윙어로 복귀할 수도 있으나 그 자리는 피터 위팅엄과 피터 오뎀윈지가 경쟁중이다. 다음 경기인 아스널전부터 주전을 되찾으면 반갑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팀 내 입지를 되찾기까지 조커로서 짧은 시간에 임펙트 넘치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번 골을 통해 프리미어리그에서 그것도 강팀을 맞이하여 맹활약 펼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기른 것이다.

 

사실, 김보경은 많은 골을 넣는 2선 미드필더가 아니다. 지난 시즌 챔피언십에서는 28경기에서 2골 3도움 기록했다. 역대 A매치 25경기에서는 3골 넣었다. 개인의 득점보다는 감각적인 기교와 빠른 침투를 통해 동료 선수의 골이나 팀의 연계 플레이를 돕는 성향이 더 강했다. 맨유전 이전까지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10경기에서는 슈팅이 8개에 그쳤으며 그 중에 2개가 유효 슈팅이었다. 얼마나 이타적인 선수인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자신의 새로운 강점을 부각시켜야 한다. 머치와의 주전 경쟁에서 이기려면 미들라이커로 진화해야 한다. 과감한 슈팅을 늘리면서 상대 수비를 위협하며 골을 노려야 한다. 지속적으로 골운이 따르면 마땅한 골잡이가 없는 카디프 시티의 약점을 해소할 것이다. 카디프 시티는 점유율보다 실리적인 경기 운영이 돋보이나 공격수들의 골 역량이 떨어지면서 올 시즌 15위(3승 4무 5패)에 그쳤다. 앞으로 많은 승점을 확보하며 프리미어리그 잔류에 성공하려면 김보경 같은 2선 미드필더들의 득점력이 요구된다. 프리미어리그에서 11경기 출전 끝에 골맛을 봤던 김보경의 변화가 절실하다.

 

한편 맨유는 김보경의 골이 없었으면 2-1 승리에 의해 프리미어리그 4위로 진입했을 것이다. 하지만 2-2 무승부 이후의 순위는 6위였다.(6승 3무 3패)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 놓은 이후부터 프리미어리그 최강팀의 자취를 잃고 말았다. 1승이 절실한 맨유에게 김보경 동점골은 악몽의 장면이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