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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일본의 벨기에전 승리, 실력에 의한 결과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이 이끄는 일본 축구 대표팀이 20일 벨기에 원정에서 3-2로 승리하는 쾌거를 일으켰다. 전반 15분 케빈 미랄라스에게 선제골을 내줬으나 전반 33분 카키타니 요이치로의 동점골과 후반 8분 혼다 케이스케 역전골에 의해 스코어를 뒤집었다. 후반 18분에는 오카자키 신지가 골을 추가했고 후반 34분 토비 알데르베이럴트에게 실점했으나 스코어 우세를 지킨 끝에 적지에서 유럽의 강호를 물리쳤다.

 

이 경기를 앞두고 많은 사람들은 벨기에 승리를 예상했거나 또는 기대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도 벨기에가 5위, 일본이 44위다. 하지만 두 팀의 대결에서는 일본이 한 수 앞선 경기력을 과시했다. 후반 34분 실점 이전까지 벨기에 진영에서 활발한 공격을 펼친 끝에 3골이나 넣었다. 3골 모두 상대 수비의 허를 찌르는 볼 배급에 의해 만들어졌다. 일본의 벨기에전 승리는 실력에 의한 결과였다.

 

 

[사진=벨기에전 3-2 승리를 발표한 일본축구협회 공식 홈페이지 메인 (C) 일본축구협회 홈페이지(jfa.or.jp)]

 

일본은 지난 주말 네덜란드전 2-2 무승부에 이어 벨기에전 3-2 승리를 통해 유럽 원정에서 유럽 강호를 상대로 1승 1무를 올렸다.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브라질 월드컵 본선의 다크호스로 꼽힌다. 그런 팀들을 상대로 총 5골 터뜨렸다. 지난달 세르비아 원정 0-2 패배, 벨라루스 원정 0-1 패배와 상반된 결과물을 거둔 것이다. 당시 2연패가 유럽 원정에서 분발하겠다는 의지 향상과 경험치 증가로 이어지면서 네덜란드와 벨기에를 상대로 선전했다. 지난해 이맘 때 프랑스 원정에서 1-0 승리를 거둔 것까지 포함하면 일본의 벨기에전 승리를 단순한 우연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이러한 일본의 잦은 유럽 원정은 힘든 경기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 향상으로 이어졌을 것이다.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쎈팀'에게 쫄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 선수들은 그런 면모가 길러지면서 대표팀의 국제 경쟁력이 향상됐다. 지난 여름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3전 전패를 당했음에도 강팀과 세 번 연속 맞붙었던 경험은 돈으로 바꿀 수 없는 값진 소득이다. 그 이후에도 여러 차례 유럽 원정을 펼쳤거나 강팀과 맞대결 펼쳤으며 이제는 벨기에를 이기게 됐다.

 

일본이 벨기에전에서 거둔 소득은 유럽 원정 혹은 강팀을 상대로 평소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팀으로 진화했다. 사실, 일본은 벨기에전에서 대량 득점으로 이길 수도 있었다. 벨기에 골키퍼 시몬 미뇰렛이 여러 차례 선방을 하면서 득점이 4골 이상 늘어나지 않았다. 자케로니 재팬 출범 이후 3년 넘게 호흡을 맞췄던 조직력 향상 때문인지 상대 팀 진영에서 짜임새 넘치는 볼 배급과 지능적인 경기 운영을 선보이며 벨기에 골망을 세 번이나 흔들었다. 벨기에 압박이 느슨한 감이 없지 않았으나 상대 팀의 수비 약점을 이용한 일본의 공격 전개는 좋은 성과로 이어졌다.

 

자케로니 감독의 벨기에전 승부수는 후반전 시작에 앞서 엔도 야스히토를 조커로 내세운것이다. 엔도는 지난 네덜란드전에서도 조커로 나왔다. 이는 엔도의 체력을 아끼면서 그의 넓은 시야와 정확한 패싱력을 위주로 경기의 주도권을 잡으면서 골 기회를 만들겠다는 자케로니 감독의 전략이었다. 그 선택은 8분 만에 적중했다. 1-1 상황이었던 후반 8분 혼다의 역전골을 만들어낸 선수가 바로 엔도였다. 지난 네덜란드전에서도 엔도가 투입되면서 일본이 후반 내내 경기 흐름을 주도했다. 그동안 엔도의 노쇠화를 고민했을 일본에게는 그를 슈퍼 조커로 활용하며 후반전에 대한 승리 기질을 키우게 됐다.

 

일본의 네덜란드전 무승부와 벨기에전 승리를 살펴보면 특정 선수의 골 감각에 의존하지 않는다. 어느 선수든 골 기회가 찾아올 때마다 과감히 슈팅을 날린다. 네덜란드전에서는 골 결정력에서 부족함이 있었으나 벨기에전에서는 정확도가 좋아졌다. 그렇다고 원톱이 제 역할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네덜란드전에서는 오사코 유야, 벨기에전에서는 카키타니가 골을 터뜨렸다. 일본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꼽혔던 골잡이 부재가 해결되는 모양새다. 카가와-혼다-기요타케(또는 오카자키)로 짜인 2선 미드필더 조합이 잘 버텨주면서 원톱의 경기력이 살아났다. 특히 혼다는 네덜란드전 동점골, 벨기에전 역전골을 넣으며 강팀에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하지만 일본도 약점은 있다. 거침없는 공격과 달리 수비가 불안정하다. 벨기에전 2실점을 포함하여 최근 A매치 13경기 중에 12경기에서 상대 팀에게 골을 내줬으며 총 28실점 허용했다. 수비수들의 거듭된 실수를 놓고 보면 일본이 일시적인 수비력 저하에 빠진 것은 아닌 것 같다.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려면 수비 약점을 해소해야 한다. 자케로니 재팬이 과연 브라질 월드컵에서 완성된 전력을 선보일지 앞으로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