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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일본, 네덜란드-벨기에전 부러운 이유

 

한국과 일본 축구 대표팀은 11월 A매치 2경기에서 유럽의 강호들과 경기를 펼치는 공통점이 있다. 홍명보호는 스위스와 러시아, 자케로니 재팬은 네덜란드와 벨기에를 상대로 평가전을 치른다. 유럽 4팀은 2014 브라질 월드컵 유럽 예선 각 조에서 1위를 기록하며 본선 진출을 확정지었다. 브라질 월드컵 본선에서 돌풍을 꿈꾸는 한국과 일본에게 이번 A매치 2경기에서 유럽의 강팀들과 평가전을 가지는 것은 의미가 크다.

 

그럼에도 일본 대표팀에게 부러운 이유가 있다. 네덜란드와 벨기에전을 유럽에서 치른다. 오는 16일 벨기에 겡크에서 네덜란드와 맞대결을 펼친 뒤 20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홈팀 벨기에와 평가전을 가진다. 네덜란드전은 중립 지역에서 진행되나 실질적으로는 원정 경기를 치르는 분위기가 더 강할 수도 있다. 벨기에는 네덜란드와의 거리가 가까운 나라이기 때문. 현지 네덜란드팬들이 A매치 일본전을 보러오기 위해 겡크를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토요일에 경기가 열리는 만큼 일본 팬들이 의외로 경기장에 많이 운집할 수도 있다.

 

 

[사진=네덜란드전, 벨기에전 일정을 알리는 일본 축구협회 공식 홈페이지 메인 (C) 일본 축구협회 홈페이지(jfa.or.jp)]

 

하지만 자국 팀을 응원하는 관중 숫자보다는 일본이 유럽에서 그것도 유럽의 강호를 상대로 A매치를 치르는 것을 더 주목해야 한다. 이는 월드컵 같은 중요한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한 경험을 기르겠다는 뜻이다. 원정이라는 불리한 조건에서 소위 말하는 '쎈팀'과 맞붙으며 국제 경쟁력을 끌어 올리겠다는 심산이 드러난다. 비록 평가전 결과가 좋지 않아도 장기적 관점에서는 팀의 내공이 2013년보다 더 발전된 모습을 기대할 수 있다. 거스 히딩크 전 감독 시절의 한국 대표팀처럼 말이다.

 

자케로니 재팬은 그동안 A매치에서 빅 매치 경험을 키우는데 주력했다. 지난해 10월 A매치 2경기에서는 프랑스전과 브라질전을 유럽에서 치렀다. 그 중에 프랑스 원정에서는 카가와 신지 결승골에 의해 1-0으로 승리하는 이변을 일으켰다. 며칠 뒤 브라질전에서 1-4로 패했으나 프랑스 원정 승리를 통해 유럽 강팀을 상대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다.

 

일본 대표팀은 2013년을 통해 두 가지의 값진 성과를 거두었다. 하나는 브라질 월드컵 본선 진출이며 또 하나는 컨페더레이션스컵 출전이다. 비록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3전 전패를 당했으나 평가전이 아닌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에서 브라질, 이탈리아, 멕시코와 실력을 겨룬 것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이다. 브라질 현지에서 내년 월드컵 본선에 대한 적응력까지 키웠던 이점도 있다. 일본의 3전 전패를 비웃는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한국은 2011년 아시안컵 4강에서 일본에게 승부차기로 패했다. 컨페더레이션스컵 출전 자격이 없었음을 기억하자.

 

그런 일본은 지난달에도 유럽에서 A매치 2연전을 펼쳤다. 세르비아와 벨라루스에서 원정을 치렀던 것. 두 경기에서는 각각 0-2, 0-1로 패했고 이탈리아 출신의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의 경질설이 일본 여론에서 불거졌다. 하지만 이번달에도 또 다시 유럽에서 A매치 2경기를 펼치게 됐다. 세르비아와 벨라루스보다 경기력이 더 강한 네덜란드와 벨기에를 상대로 말이다. 네덜란드는 FIFA 랭킹 8위이자 2010 남아공 월드컵 준우승팀이며 벨기에는 FIFA 랭킹 5위이자 브라질 월드컵 다크호스로 기대되는 팀이다. 반면 세르비아와 벨라루스는 월드컵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일본이 네덜란드와 벨기에를 상대로 좋은 성적을 거둘지 여부는 아무도 모른다. 또한 브라질 월드컵 본선 행보가 어떨지 아직까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유럽 현지에서 네덜란드와 벨기에를 상대로 A매치를 치르는 것은 일본 선수들에게 뜻깊은 경험이 될 것이다. 많은 선수들이 유럽에서 활동한 만큼 네덜란드와 벨기에에게 위축되지 않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경기 흐름이 어떨지 알 수 없지만 말이다.

 

한국도 일본처럼 유럽 강호를 상대로 11월 A매치 2경기를 치른다. 스위스전은 한국, 러시아전은  UAE에서 펼쳐진다. 하지만 홍명보호 출범 이후 5개월 연속 한국에서 A매치를 치르는 것은 유럽 원정이 활발한 일본에 비해서 아쉬움이 남는다. 이전 대표팀 체제까지 포함하면 6개월 연속 국내에서 A매치가 성사됐다.

 

지금까지 한국은 전통적으로 안방 무대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월드컵과 아시안컵은 주로 외국에서 펼쳐진다. 국제 무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일본처럼 유럽 원정 횟수를 늘렸으면 좋겠다. 그럼에도 2013년에 브라질과 크로아티아, 스위스, 러시아 같은 강팀들과 A매치를 펼쳤거나 예정된 것은 대한축구협회가 대표팀의 경기력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 노력이 끊임없이 계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본 대표팀 명단 (2013년 11월)

 

골키퍼 : 가와시마 에이지(스탕다르 리에주) 니시카와 슈사쿠(산프레체 히로시마) 곤다 슈이치(FC 도쿄)
수비수 : 콘노 야스유키(감바 오사카) 이노하 마사히코(주빌로 이와타) 나가토모 유토(인터 밀란) 모리시게 마사토(FC 도쿄) 우치다 아쓰토(샬케04) 요시다 마야(사우스햄프턴) 사카이 히로키(하노버) 사카이 고토쿠(슈투트가르트)
미드필더 : 엔도 야스히토(감바 오사카) 하세베 마코토(뉘른베르크) 호소가이 하지메(헤르타 베를린) 혼다 케이스케(CSKA 모스크바) 다카하시 히데토(FC 도쿄) 야마구치 호타루(세레소 오사카)
공격수 : 오카자키 신지(마인츠) 카가와 신지(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기요타케 히로시(뉘른베르크) 카키타니 요이치로(세레소 오사카) 사이토 마나부(요코하나 마리노스) 오사코 유야(가시마 앤틀러스)
감독 : 알베르토 자케로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