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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아스날 EPL 선두 질주, 당연한 결과

 

아스날이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10라운드 리버풀전에서 2-0 완승을 거두고 선두를 지켰다. 전반 19분 산티 카솔라, 후반 14분 애런 램지 득점에 의해 이겼던 것. 양팀 모두 슈팅 12개를 주고 받는 접전을 펼쳤는데 아스날의 골 결정력과 상대 팀의 전술적 약점을 이용한 플레이가 돋보였다. 리버풀의 3백 활용이 아스날 측면 공격에 의해 덜미를 잡혔던 것이다.

 

이로써 아스날은 프리미어리그 10경기에서 승점 25점(8승 1무 1패)을 거두고 2위 첼시와 3위 리버풀(이상 승점 20)을 승점 5점 차이로 따돌리며 독주 체제의 기틀을 마련했다. 10라운드에서는 첼시가 뉴캐슬에게 패했으며 리버풀은 아스날 원정에서 승점 획득이 무산됐다. 아스날의 선두 질주는 당연한 결과였다.

 

 

[사진=리버풀전 2-0 승리를 발표한 아스날 공식 홈페이지 (C) arsenal.com]

 

아스날, 리버풀을 제압했던 이유

 

아스날이 리버풀을 이길지 여부는 불투명했다. 리버풀 3백의 약점을 파고들 수 있는 월컷이 부상으로 빠졌기 때문. 3백은 윙백의 수비 뒷 공간이 뚫리기 쉬운 단점이 있다. 왼쪽 또는 오른쪽 수비수가 공간을 커버하면 팀의 수비 밸런스가 흐트러질 우려가 있다. 윙어의 빠른 발을 통해 측면 공격을 활발히 전개하는 프리미어리그에서는 3백으로 성공을 거둔 팀이 드물다. 지난 시즌에는 맨체스터 시티의 3백이 실패작으로 끝났으며 위건은 FA컵 우승에도 불구하고 성적 부진에 의해 챔피언십으로 강등됐다. 올 시즌 리버풀의 3백도 아직까지 성공작으로 꼽기 어렵다.

 

리버풀 3백 공략의 필요성을 인색했던 아스날에게 월컷은 없었지만 로시츠키와 사냐라는 플랜B가 있었다. 로시츠키는 월컷 대신에 오른쪽 윙어를 맡으면서 연계 플레이에 힘을 실어줬다. 주변 동료 선수와 활발히 패스를 주고 받으며 팀의 공격 효율을 높였던 것. 외질과 카솔라의 압박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로 이어졌다. 리버풀 미드필더들이 강력한 압박을 펼칠 필요가 있었으나 아스날 특유의 패스 축구를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로시츠키의 오른쪽 윙어 기용은 성공적이었다.

 

사냐는 전반 19분 아스날 승리의 결정적 장면을 연출했다. 볼이 없는 상황에서 리버풀 진영 안쪽으로 질주하며 상대 팀의 왼쪽 수비 뒷 공간을 파고들었다. 이 때 아르테타의 전진 패스를 받으면서 리버풀 왼쪽 윙백 시소코를 앞에 두고 크로스를 올렸다. 그 이전에는 리버풀 왼쪽 수비수 사코가 아르테타의 패스를 끊지 못하면서 사냐에게 결정적인 공격 기회가 찾아왔다. 리버풀의 3백 약점이 사냐에게 간파된 것이다. 사냐의 크로스는 문전에 있던 카솔라의 헤딩슛으로 이어졌으며 볼이 골대를 맞췄으나 다시 카솔라가 오른발로 밀어 넣으면서 팀의 선제골이자 결승골을 해결했다.

 

후반 14분 램지의 추가골 과정에서는 리버풀 미드필더들의 압박이 허약했다. 누구도 램지를 마크하지 못했기 때문. 램지는 루카스와 헨더슨 사이의 공간으로 이동하면서 외질의 패스를 오른발로 터치한 뒤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사코가 뒤늦게 막으려했으나 이미 램지와의 간격이 벌어진 상황이었다. 이날 득점과는 무관했지만 원톱을 맡았던 지루의 연계 플레이와 드리블 돌파, 공중볼 다툼이 리버풀전에서 돋보였다. 지난 시즌에 비해 팀 플레이가 향상되었음을 이번 리버풀전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아스날, '일정 운' 좋았지만 고비는 이제부터 시작

 

아스날이 프리미어리그 선두를 유지하는데 있어서 일정 운이 따랐던 것은 사실이다. 3라운드에서 토트넘과 북런던 더비를 치렀던 이후 6경기 연속 약팀과 경기했으며 5승 1무를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리버풀을 제치고 선두로 올라섰다. 그렇다고 일정만을 이유로 선두에 진입했던 것은 아니다. 토트넘전 1-0, 리버풀전 2-0 승리는 그동안 빅6 전적에서 약했던 지난날과 다르다. 2011년과 2012년 이맘때는 4위권 바깥에 머무르며 빅4 탈락 위기에 시달렸으나 올 시즌에는 승리 본능이 강해졌다. 외질 영입 이후부터 선수들이 공격 과정에 대한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가장 칭찬해야 할 인물이 램지다. 최근 프리미어리그 7경기에서 6골 3도움 기록했다. 수비형 미드필더임에도 많은 공격 포인트를 올렸던 것. 리버풀전에서는 볼이 없을 때 영리한 움직임에 의해 동료의 패스를 받으며 스스로 득점을 창출했다. 그동안 많은 공격 포인트를 따냈던 이미지가 아니었으나 올 시즌을 기점으로 경기력이 성숙되며 램파드(첼시)와 유사한 성향의 미들라이커로 떠올랐다. 리버풀전에서는 아르테타와 함께 많은 볼 터치와 패스 횟수를 나타내며 팀이 리버풀과의 허리 싸움에서 우세를 점하는데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아스날의 고비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지난달 30일 캐피털 원 컵 16강 첼시전(0-2 패)을 시작으로 이번 리버풀전을 거쳐 빠듯한 일정에 시달리게 됐다. 다음 주에는 도르트문트 원정,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원정을 치러야 한다. 특히 도르트문트 원정은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무조건 이겨야 한다. 하지만 지난달 27일 홈에서 도르트문트에게 1-2로 패한데다 이번 리버풀전에서 주력 선수들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 것이 불안 요소다. 아스날보다 하루 먼저 정규리그를 치렀던 도르트문트가 이미 체력전에서 앞선 느낌이다.

 

아스날은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이 불투명하다. F조에서 2승 1패로 2위에 기록중이나 4차전에서 도르트문트 원정, 6차전에서 나폴리 원정을 치러야 한다. 주력 선수들의 체력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며 그럴수록 프리미어리그에 전념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로테이션 멤버들의 분투가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