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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손흥민 시즌 4도움, 팀 플레이에 눈을 떴다

 

흔히 손흥민하면 국내 축구계에서 '팀 플레이가 약하다'는 편견이 존재했다. 개인 득점에 치중하는 것에 비해서 동료 선수의 골을 돕거나 활발한 연계 플레이를 펼치는 면모가 부족한 것을 이유로 이러한 인식이 생겼다. 실제로 지난 시즌 함부르크에서는 2도움 기록했다. 12골에 비해서 도움 횟수가 적은 편이다. 반드시 골을 넣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보니 팀 플레이에 대한 편견이 지금까지 계속됐다.

 

손흥민은 지난 여름 레버쿠젠 이적 후에는 골보다 도움이 더 많아졌다. 10월 24일 샤흐타르 도네츠크전까지 올 시즌 각종 대회를 포함한 12경기에서 3골 4도움 기록했다. 비록 분데스리가에서는 7경기에서 1골 1도움에 머물렀으나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2도움, 독일축구협회(DFB) 포칼컵에서 2골 1도움 올리며 공격 포인트를 얻었다. 소속팀을 옮기면서 득점이 국내 여론의 기대에 비해 두드러지지 않고 있으나 팀 플레이에 눈을 뜬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진=손흥민 (C) 레버쿠젠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bayer04.de)]

 

손흥민이 2013/14시즌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리그 A조 3차전 샤흐타르 도네츠크전에서 도움을 기록했다. 후반 12분 페널티 박스 바깥 중앙에 있을 때 자신의 앞쪽에서 수비 빈 공간을 파고드는 시드니 샘에게 오른발로 킬러 패스를 찔러줬다. 샘은 문전 쇄도 과정에서 손흥민 패스를 받으면서 왼발로 골망을 흔들며 레버쿠젠의 세번째 골을 성공시켰다. 이날 레버쿠젠은 4-0으로 승리하며 A조 2위(2승 1패)로 떠올랐다. 손흥민은 후반 25분에 교체됐다.

 

사실, 손흥민의 폼은 좋지 않았다. 지난 주말 결장했음에도 9월과 10월에 한국에서 A매치 2경기를 소화했던 체력적인 부담 때문인지 좀처럼 강한 임펙트를 발휘하지 못했다. 교체 이후에는 벤치에서 숨을 헐떡거리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오는 26일 아우크스부르크전을 치르는 일정을 고려했을 때 이번 경기 풀타임 출전은 무리였다. 그나마 8.485Km 뛰면서 왼쪽 측면과 중앙을 분주하게 움직이며 팀의 공격 기회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샘의 골을 도우며 공격 포인트를 얻었다.

 

손흥민은 시즌 4번째 도움을 통해 팀 플레이에서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 함부르크 시절에 비해 득점 창출이 저하된 느낌이 없지 않으나 오히려 팀을 위한 공격 전개가 더 좋아졌다. 그로 인해 골보다 도움을 더 많이 기록하게 됐다. 그렇다고 팀 플레이가 완전히 좋아진 것은 아니다. 측면 공격수로서 크로스 횟수가 적으면서 정확도까지 부족하다. 그러나 전형적인 윙어로 성장하지 않았던 특성상 크로스에 대해서는 아직 개선할 시간이 충분하다.(지금까지의 손흥민은 멀티 기질이 더 강했다.)

 

분명한 것은, 손흥민이 좋은 방향으로 달라졌다는 점이다. 함부르크 시절에 비해 개인 파괴력이 떨어진 아쉬움이 있을지라도 아직 더 성장해야 하는 선수로서 팀 플레이 향상을 위해 많은 노력을 쏟아도 된다. 이러한 경기력이 완성되면 언젠가 자신의 클래스를 마음껏 보여줄 기회가 많이 찾아올 것이다. 팀 플레이가 좋아지면 상대 수비의 집중 견제를 잘 대처하게 된다. 이 상황에서는 무리하게 골 욕심을 부리기 보다는 패스 위주의 공격 패턴을 통해 동료의 골을 돕는 것이 현명하다.

 

단순히 많은 골을 넣는다고 좋은 선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득점이 쌓일수록 상대 팀의 끈질긴 견제를 받을 것이며 이를 이겨내지 못하면 득점 행진마저 반짝에 그친다. 손흥민이 지금보다 더 높은 레벨로 도약하려면 집중 견제를 완전히 이겨내는 기질을 키워야 한다. 그래서 팀 플레이를 통해 상대 압박을 효과적으로 잘 대처해야 한다. 레버쿠젠 이적 후 지금까지의 경기력은 전체적으로 만족스럽다.

 

다만, 득점력 향상이 새로운 숙제로 떠올랐다. 본래 골 결정력이 뛰어나지만 레버쿠젠 이적 후에는 스테판 키슬링과 활동 반경이 겹치면서 골 기회를 포착하는데 어려움이 있는 것 같다. 이날 손흥민의 슈팅은 1개에 불과했다. 하지만 샘의 원맨쇼 기질을 놓고 볼 때 손흥민도 때에 따라 골 욕심을 부릴 필요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