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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손흥민 도움, 그러나 아쉬웠던 챔스 데뷔전

 

'손세이셔널' 손흥민이 '별들의 전쟁' UEFA 챔피언스리그 데뷔전에서 도움을 기록했다. 그러나 소속팀 레버쿠젠이 경기력 난조에 빠지자 분데스리가에서 뛸 때에 비해 어려운 경기를 펼쳐야 했다. 다만, 레버쿠젠 패배 속에서도 일본 대표팀 에이스 카가와 신지와의 맞대결에서 밀렸다고 볼 수 없다. 두 선수의 활약상만 놓고 보면 무승부였다.

 

레버쿠젠은 한국 시간으로 18일 오전 3시 45분 올드 트래포드에서 진행된 2013/14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A조 1차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원정에서 2-4로 패했다. 전반 22분 웨인 루니에게 선제골을 내줬으나 후반 9분 손흥민 백패스가 시몬 롤페스 동점골로 이어졌다. 하지만 후반 14분 로빈 판 페르시, 25분 루니, 34분 발렌시아에게 실점했으며 43분에는 오메르 토프락이 만회골을 터뜨렸으나 승부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손흥민은 후반 19분에 교체됐다.

 

 

[사진=손흥민 (C) 레버쿠젠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bayer04.de)]

 

레버쿠젠 3S 동시 고립, 그나마 손흥민이 나았다

 

레버쿠젠이 맨유 원정에서 2골 넣은 것은 위안이었으나 3S(손흥민, 스테판 키슬링, 시드니 샘)이 동시에 고립되지 않았으면 더 많은 골을 얻었을 것이다. 3S가 최전방에서 많은 볼을 받지 못했거나 상대 팀 수비수를 뚫는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레버쿠젠의 공격이 살아나지 못했다.

 

그보다는 3S를 뒷받침하는 롤페스-라인아르츠-칸이 맨유 미드필더와의 허리 싸움에서 밀렸다. 경기 초반부터 맨유의 빠른 템포와 활발한 패스 연결에 의해 기선 제압을 당하면서 오랫동안 불리한 경기를 펼쳤다. 이렇다보니 키슬링이 비디치-퍼디난드, 샘이 에브라에게 봉쇄 당했으며 손흥민의 역습 시도마저 발렌시아와 스몰링에게 막혔다. 레버쿠젠의 문제점은 창의적인 미드필더가 없다. 롤페스-라인아르츠-칸은 공격 과정에서 자신만의 특색을 드러내지 못했다. 잦은 패스미스까지 겹치면서(특히 롤페스-라인아르츠) 맨유에게 끌려다닐 수 밖에 없었다.

 

현실적으로 손흥민의 원맨쇼는 불가능했다. 혼자서 경기 흐름을 바꾸기에는 레버쿠젠 역습을 미리 끊으려했던 맨유 선수들을 농락하기 어려웠다. 자신의 근처에 있던 동료 선수마저 부진했다. 키슬링은 맨유 수비의 집중 견제를 받았고, 롤페스는 공격 전개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으면서 맨유 공격을 막아내느라 바빴고, 보에니쉬의 비효율적인 공격과 느슨한 수비는 평소와 변함 없었다. 많은 축구팬들이 손흥민의 맨유 원정 맹활약을 바랬겠지만 레버쿠젠의 팀 클래스가 도저히 맨유를 넘을 수 없었다.

 

하지만 손흥민은 후반 9분 롤페스의 동점골을 엮어내며 도움을 기록했다. 맨유 진영 페널티 박스 왼쪽 안에서 뒷쪽으로 백패스를 연결한 것이 롤페스의 왼발 슈팅에 이은 동점골이 됐다. 그 이전에 스몰링을 앞에 두고 슈팅을 날렸던 볼이 퍼디난드의 몸을 맞고 굴절되면서 다시 볼을 소유했던 움직임이 의욕적이었다. 이 때 맨유 선수 세 명의 견제를 받았으나 뒷쪽에서 공간이 열린 것을 확인한 뒤 롤페스쪽으로 패스를 밀어줬다. 만약 이 장면이 없었다면 레버쿠젠은 이날 완패를 당했거나 1골에 만족했을지 모른다. 손흥민은 도움을 통해 키슬링-샘보다 더 나은 활약을 펼쳤다.

 

또한 손흥민은 챔피언스리그 데뷔전에서 도움을 기록하면서 앞날을 향한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다. 챔피언스리그를 통해 강한 팀과 상대하면서 빅 매치 경험이 쌓이게 됐다. 끊임없이 내공을 키우면 내년 6월에 펼쳐질 브라질 월드컵에서 한국의 선전을 주도할 것임에 틀림 없다. 최근 5경기 연속 무득점에 그쳤으나 함부르크 시절에 비해서 팀 플레이와 수비력이 향상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기량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아쉬운 것은 팀이 손흥민 공격력을 최대한 활용하지 못하고 있음을 이번 맨유 원정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맨유의 4-4-2 전환, 루니 득점 늘어날까?

 

맨유는 레버쿠젠전에서 변칙적인 4-4-2 포메이션을 활용했다. 펠라이니와 캐릭이 중앙 미드필더로서 쉴새없이 볼을 공급하며 팀 공격의 줄기를 잡아줬고, 두 선수의 활동 반경이 후방으로 내려갈 때는 왼쪽 윙어 카가와가 중앙에서 동료와 패스를 주고 받으며 실질적인 공격형 미드필더 역할을 맡았다. 발렌시아는 드리블 돌파를 통해 전형적인 윙어의 임무를 수행했으며 루니는 판 페르시와 투톱으로 활약했다. 레버쿠젠이 선 수비-후 역습을 펼칠 것으로 예상하고 공격수 한 명을 늘리면서 패스 횟수를 늘리는 공격 지향적인 축구를 했다.

 

모예스 감독의 전략은 적중했다. 선수들이 레버쿠젠 진영에서 양질의 패스를 끊임없이 주고 받으면서 상대 팀이 수비 불안에 빠졌다. 맨유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4골이나 얻었다. 레버쿠젠은 수비에 참여하는 인원이 많았음에도 때때로 상대 팀 선수를 놓치거나, 공중볼을 잘못 걷어내는(세번째 실점 상황) 실수를 범했다. 이날 루니는 2골 1도움 기록했다. 후반 7분에 결정적인 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면 해트트릭을 달성할 수도 있었다. 맨유의 4-4-2 전환과 변칙적인 공격 전술이 루니에게 이득이 됐다. 모예스 감독이 얼마전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루니가 30골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던 만큼, 앞으로 루니의 득점을 늘리도록 도울 것 같다.

 

한편 카가와는 레버쿠젠전에서 무난한 모습을 보였다. 상대 팀이 수비에 비중을 두다보니 동료 선수와 패스를 주고 받는 장면이 많을 수 밖에 없었다. 최근 2경기 연속 18인 엔트리 제외에도 불구하고 이날 몸놀림이 경쾌했다. 하지만 임펙트가 부족했다. 이날 활약이 결코 나쁘지 않았음에도 자신만의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하면서 후반 26분에 교체됐다. 맨유의 승리 속에서도 손흥민과의 맞대결에서 이겼다고 볼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