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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외질 맹활약 보며 파브레가스가 떠올랐다

 

올해 여름 이적시장 마감을 앞두고 레알 마드리드에서 아스널로 이적했던 메수트 외질이 선덜랜드 원정에서 환상적인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을 보냈다. 후반 35분까지 뛰면서 짧고 정확한 패싱력과 가벼운 몸놀림을 과시하며 아스널의 3-1 승리에 힘을 실어줬다. 전반 11분에는 왼쪽 측면에서 골대 중앙쪽으로 왼발 크로스를 올린 것이 올리비에 지루의 선제골로 이어지면서 프리미어리그 첫 도움이자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다. 이날 패스 성공률은 90%였으며 핵심 패스는 팀 내 1위(3개)였다.

 

외질은 유럽 톱 클래스 공격형 미드필더라는 그 명성 그대로 선덜랜드의 중원을 초토화시켰다. 짧은 패스가 많았지만 볼을 처리하는 속도가 간결했고 동료 선수에게 정확하게 향했던 패스가 대부분이었다. 선덜랜드 압박에 흔들리지 않고 차분하게 패스를 뿌려주면서 때로는 날카로운 패스를 공급하며 동료 선수의 골 기회를 도와주려했다. 최근 독일 대표팀에 합류하면서 아스널 선수들과 호흡을 맞출 시간이 적었으나 자신의 개인 클래스로 팀 공격의 활력을 불어 넣었다.

 

 

[사진=메수트 외질 (C) 아스널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arsenal.com)]

 

사실, 외질의 선덜랜드전 선발 출전은 불투명했다. 독일 대표팀 일정을 마친 뒤 감기로 고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아스널이 오는 19일 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1차전 마르세유 원정을 떠나는 만큼 이번 경기에 무리하게 투입 할 필요는 없었다. 팀 전술과 프리미어리그에 대한 적응도 필요했다. 이렇게 불리한 상황은 오히려 외질의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최상의 몸 상태에서 경기를 펼치면 선덜랜드전보다 더 나은 활약을 과시할지 모른다.

 

외질의 존재감은 마치 아스널 에이스 같았다. 아직 한 경기 소화했기 때문에 아스널 에이스로 도약했다고 볼 수 없지만, 재치 넘치는 패싱력을 통해 팀 공격을 전개하면서 동료 선수 득점을 엮어내는 장면을 보면 팀의 중심 선수에 어울리는 활약상이었다. 이러한 활약이 지속될 경우 아스널 득점력이 향상 될 것이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4경기 연속 골(4골, 리그 득점 1위)을 기록중인 지루는 앞으로 꾸준히 골을 터뜨릴 것으로 보이며, 시오 월컷은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두 자릿수 득점을 노릴 것이다. 선덜랜드전에서 2골 넣었던 애런 램지는 산티 카솔라 부상 공백을 잘 메울 것으로 보인다.

 

선덜랜드전을 놓고 보면 외질을 보며 세스크 파브레가스가 떠올랐다. 파브레가스는 FC 바르셀로나에서 활약중이지만 그 이전에는 아스널의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팀 전력에 없어서는 안될 만큼의 영향력을 과시했다. 다양한 형태의 패스를 정확하게 연결하면서 때로는 직접 골까지 넣으며 아스널 공격의 구심점으로 자리매김 했었다. 2012/13 시즌에는 당시 이적생이었던 카솔라가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맹활약 펼쳤지만, 8년 동안 하이버리와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을 뜨겁게 달구었던 파브레가스를 기억하는 축구팬이 여전히 적지 않을 것이다.

 

파브레가스가 4-2-3-1의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었을 시절에는 로빈 판 페르시(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유리몸으로 고생했던 때였다. 팀에서 많은 경기에 뛰면서 믿음직한 활약을 펼치는 공격수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파브레가스의 분투가 있었기에 아스널이 프리미어리그 상위권을 유지했었다. 오히려 파브레가스가 없었던 2011/12, 2012/13시즌에는 아스널이 시즌 중반까지 4위권 바깥으로 밀리면서 빅4 탈락 위기에 시달렸다. 결정적 이유를 파브레가스 이적 때문이라고 단정짓기에는 무리가 있으나 에이스를 잃은 팀으로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은 쉽지 않다.

 

아스널은 외질 영입에 구단 최고 이적료(5000만 유로, 약 722억 원)를 쏟으면서 2003/04시즌 이후 10시즌만의 프리미어리그 우승에 도전한다. 8시즌 연속 무관의 악연도 이제는 끝내고 싶어할 것이다. 향후 행보가 어떨지 알 수 없으나 외질 효과를 통해 우승을 기대할 것임에 틀림 없다. 그만큼 외질의 무게감이 강하다. 외질이 레알 마드리드 시절의 포스를 재현하면서, 카솔라 또는 루카스 포돌스키가 왼쪽 측면에서 제 몫을 다하면서, 월컷이 미들라이커를 굳히면서, 지루가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득점력을 뽐내는 아스널이라면 우승을 기대해도 될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