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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한국 축구의 실력은 정말 아시아 5위일까?

 

한국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또 추락했다. 지난 12일 FIFA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발표된 9월 세계 랭킹에서 한국은 574점을 얻어 58위를 기록했다. 지난달에 FIFA 랭킹 43위에서 56위로 떨어졌더니 이번달에 또 추락했다. 그동안 A매치에서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던 것이 FIFA 랭킹 하락의 결정타가 되고 말았다. 2007년 7월 이후 6년 2개월 만에 58위로 내려 앉은 것이다. FIFA 랭킹이 특정 국가의 축구 실력을 가늠하는 기준으로 인식되는 현실을 놓고 볼 때 한국의 FIFA 랭킹 하락은 우려되는 일이다.

 

더욱 믿기지 않는 것은 한국의 FIFA 랭킹이 아시아에서 다섯 번째로 높다. 일본(671점, 42위) 이란(633점, 48위) 호주(603점, 53위) 우즈베키스탄(579점, 57위)보다 점수와 순위가 낮은 것. 지난달 랭킹에서는 아시아에서 네 번째로 높았으나 이번달에는 우즈베키스탄에게 밀렸다. 많은 축구팬이 한국 축구가 아시아 최강이 아닌 것을 인정하고 있지만 이제는 아시아 5위라는 씁쓸한 소식을 듣게 됐다. 참고로 호주는 아시아가 아닌 오세아니아에 속하지만, 축구에서는 2006년 아시아축구연맹(AFC)으로 편입하면서 아시아 국가 대항전과 클럽 대항전에 참가중이다.

 

 

[사진=FIFA 공식 홈페이지에 발표된 FIFA 랭킹에서 한국의 순위는 58위이며 아시아에서 다섯 번째로 높다. (C) FIFA 홈페이지 캡쳐(fifa.com)]

 

다른 관점에서는 한국이 아시아에서 다섯 번째인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한국의 올해 A매치 성적은 3승 4무 4패이며 감독 교체 이후 1승 3무 2패의 결과를 나타냈다. 지난 7월 동아시안컵에서 2무 1패에 그치면서 FIFA 랭킹이 13계단 떨어졌으며, 그 이후 A매치 3경기에서 1승 1무 1패를 기록하여 56위에서 58위로 추락했다. 특히 올해는 내용과 결과가 모두 좋았던 경기를 펼친 적이 없었다. 지난 6일 아이티전에서는 4-1 대승을 거두었으나 한국에게 유리한 심판 판정이 여론에서 논란이 됐다.

 

지난날을 돌이켜 보면, 한국은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매끄러운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3개월 전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상대 팀의 자책골이 없었다면 지금쯤 아시아 플레이오프와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통해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렸을지 모른다. 본선 진출 과정에서 운이 따랐던 것이다. 여전히 한국 축구를 아시아 최강이라고 인식하는 사람이 없지 않겠지만, 한국 축구의 현실은 아시아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이자 홈에서 치렀던 이란전 0-1 패배를 통해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아시아 강자의 위용이 느껴지지 않았던 경기였다.

 

한국이 FIFA 랭킹에서 우즈베키스탄에게 밀린 것은 중요하지 않다. 앞으로 A매치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랭킹을 얼마든지 끌어 올릴 수 있다. FIFA 랭킹을 올리는 것도 좋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년 6월에 펼쳐질 브라질 월드컵에서 선전하는 것이다. FIFA 랭킹에 지나치게 일희일비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국가 대표팀의 장기간 슬럼프가 지속되면서 이제는 FIFA 랭킹마저 영향을 받게 됐다. 한국 축구의 국제 경쟁력이 예전보다 약해진 것이 FIFA 랭킹에서 드러났다. 아시아 5위라는 현실이 참으로 서글프다.

 

물론 FIFA 랭킹은 국가 대표팀의 A매치 성적을 기준으로 순위를 가린다. 올림픽과 청소년 대표팀 성적은 FIFA 랭킹과 관계 없다. 클럽팀 성적 또한 마찬가지. 한국은 국가 대표팀을 제외한 나머지 각급 대표팀이 세계 무대에서 좋은 결과를 달성했다. 지난해 런던 올림픽 동메달 획득과 올해 U-20 월드컵 8강 진출을 통해 한국 축구의 위상을 높였다. 아시아 클럽 대항전으로 꼽히는 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K리그 클래식 팀들이 지난 4년 동안 세 번의 우승과 한 번의 준우승을 달성했다. 이러한 면모를 볼 때 한국 축구의 실력이 정말 5위가 맞는지 의문이 든다. 아시아 1~2위 급에 어울린다.

 

문제는 국가 대표팀이다. 2011년 8월 10일 A매치 일본 원정 0-3 완패 이후 2년 동안 침체를 거듭했다. 나머지 대표팀과 클럽팀은 국제 무대에서 분발했으나 국가 대표팀이 맥을 못추는 중이다. 이 때문에 FIFA 랭킹이 아시아 5위로 밀렸다.

 

국가 대표팀은 나라에서 축구를 가장 잘하는 선수들이 하나로 뭉쳐진 집단이다. 흔히 해당 국가의 축구 실력을 확인하는데 있어서 국가 대표팀과 FIFA 랭킹이 객관적인 기준으로 인식된다. 스페인 축구가 세계 최강이라는 이미지가 강해진 것도 국가 대표팀 성적과 FIFA 랭킹의 영향이 크다. 지난 여름 컨페더레이션스컵 우승에 실패했으나 여전히 세계 No.1인 것은 FIFA 랭킹 선두 질주를 계속 이어가는 중이기 때문이다. 한국 국가 대표팀의 명예회복이 절실하게 됐다. 브라질 월드컵과 2015년 아시안컵 선전을 통해 아시아 No.1을 되찾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