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이청용 EPL 복귀, 브라질 월드컵이 기회

 

'블루 드래곤' 이청용이 두 시즌째 잉글랜드의 2부리그(챔피언십)에서 뛰는 것은 한국 축구 입장에서 참으로 슬픈 일이다. 2009/10, 2010/11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맹활약 펼치며 볼턴의 에이스로 군림했던 그가 불의의 부상을 당하면서 '소속팀 강등과 맞물려' 어쩔 수 없이 2부리그에서 활약중이다. 지난 시즌 볼턴의 후반기 분투에 의해 프리미어리그 승격의 희망을 키웠으나 소속팀이 챔피언십 7위에 머무르면서 승격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이청용은 이제 부상 이전의 감각을 되찾으며 한국 대표팀 오른쪽 공격의 핵심으로 다시 자리잡았다. 지난 6일 A매치 아이티전에서는 두 번의 페널티킥 유도와 특유의 창의적인 플레이로 한국의 4-1 승리를 기여했다. 최강희호에 이어 홍명보호에서도 에이스급 활약을 펼치는 중이다. 하지만 그 부상만 없었으면 지금쯤 유럽의 빅 클럽에서 활약했을지 모를 일이다. 볼턴에 남거나 또는 프리미어리그의 중상위권 클럽으로 떠났을 수도 있으나 재능을 놓고 볼 때 2부리그에 있어야 할 선수가 아니다.

 

 

[사진=이청용 (C) 볼턴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bwfc.co.uk)]

 

많은 축구팬을 설레게했던 이청용의 프리미어리그 진출설은 루머에 그쳤다. 그동안 몇몇 프리미어리그 클럽의 영입 관심을 받았으나 결과적으로 관심 수준에서 끝났다. 이청용을 지키고 싶어하는 볼턴의 잔류 의지가 확고했다. 이청용의 팀 내 위상이 높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볼턴을 만족시킬 이적료를 제시하며 이청용을 데려갈 프리미어리그 클럽이 아직까지 등장하지 않은 것이 아쉽다. 이청용은 지난 시즌에 이어 올 시즌에도 프리미어리그 복귀를 위해 볼턴의 성적을 챔피언십 상위권으로 끌어 올려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그러나 볼턴의 올 시즌 챔피언십 순위는 꼴찌(24위)다. 5경기 동안 2무 3패(승점 2점)에 그치면서 3부리그 강등권에 빠졌다. 아직 41경기 남았기 때문에 앞으로 얼마든지 많은 승점을 얻을 가능성이 있으나 시즌 초반부터 스타트에서 뒤처지고 말았다. 지금의 성적 부진이 계속되면 챔피언십 상위권 진입이 아닌 3부리그 강등을 면하기 위한 경쟁을 펼쳐야만 한다. 볼턴의 성적 부진은 이청용에게 도움 될 것이 없다. 팀의 챔피언십 고전으로 프리미어리그 승격 기회를 얻기 힘든 것을 비롯해서 프리미어리그 스카우터들의 눈에 띄기가 쉽지 않다.

 

챔피언십은 1~2위로 시즌을 마치는 팀이 프리미어리그에 자동 승격하며 3~6위 팀 중에서 한 팀이 승격 플레이오프를 통해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다. 볼턴과 챔피언십 1~2위 블랙풀, 퀸즈 파크 레인저스(이상 4승 1무, 승점 13점)와의 승점 차이는 11점으로 벌어진 상황. 두 팀이 크게 부진하지 않을 경우 볼턴이 챔피언십 1~2위 성적으로 다음 시즌 프리미어리그에 진입할 가능성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3~6위로 시즌을 마쳐도 승격 플레이오프라는 치열한 관문을 넘어야만 한다. 이청용이 볼턴의 승격을 통해 다음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뛰는 시나리오는 지금까지 정황상 현실적이지 않아 보인다.

 

결국, 이청용이 프리미어리그에 복귀하려면 내년 6월에 펼쳐질 브라질 월드컵 본선이 돌파구가 되어야 한다. 한국 대표팀의 선전을 주도하며 '프리미어리그를 포함한' 유럽 빅 리그의 1부리그 클럽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는 것이다. 브라질 월드컵 활약상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높이면 이적시장 몸값이 치솟으면서 특정 팀이 볼턴을 만족시킬 이적료를 제시할지 모를 일이다. 몸값을 높일 수 있는 기회는 브라질 월드컵 이외에는 방법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볼턴은 챔피언십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으며 캐피털 원 컵과 FA컵 같은 컵대회에서 돌풍을 일으킨다는 보장도 없다.

 

하지만 한국 대표팀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한국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16강에 진출했으며 16강 우루과이전에서는 스코어에서 밀렸을 뿐 경기 내용은 대등했다. 비록 그 이후의 행보가 순탄하지 않았지만, 최근 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한 홍명보 감독은 이미 두 번의 세계 대회에서 눈부신 쾌거를 이루었다. 2009년 U-20 월드컵 8강 진출, 2012년 런던 올림픽 동메달 입상을 통해 한국 축구의 위상을 높였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을 향한 긍정적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물론 한국 대표팀 전력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유럽파의 컨디션과 실전 감각이 브라질 월드컵 성적의 변수 중 하나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청용은 볼턴에서 꾸준히 선발로 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챔피언십의 살인적인 일정에 너무 시달리지 않는다면 최상의 몸 상태에서 브라질 월드컵을 치를수도 있다. 남아공 월드컵에서 2골 넣었던 경험이라면 브라질 월드컵에서 최선의 경기력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 브라질 월드컵 종료를 전후로 축구팬들에게 기분 좋은 소식을 전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