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축구

유럽 축구 이적시장 결산, 핫 이슈 10가지

 

2013년 유럽 축구 여름 이적시장은 축구팬들의 기억에 남을 '역대급 이적시장' 이었다. 세계 최고 이적료가 새롭게 경신되었으며, 대어급 선수들이 엄청난 이적료를 기록하며 소속팀을 옮겼고, 축구팬들이 예상치 못했던 대형 이적이 성사되는가 하면, 이적시장 마감까지 이적시장 열기가 뜨겁게 달아올랐으며, 한국인 선수의 소속팀 이동까지 활발했다. 부자 구단들이 유럽 축구계에서 소기의 성과를 달성하면서 다른 팀들의 소비 심리를 부추겼고 '돈 쓰는 팀'들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이적시장을 결산하는 차원에서 핫 이슈 10가지를 살펴봤다.

 

 

[사진=가레스 베일 (C) 레알 마드리드 공식 홈페이지(realmadrid.com)]

 

1. 가레스 베일, 세계 최고 이적료 경신

 

지난 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선수였던 가레스 베일이 마침내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로 둥지를 틀었다. 8600만 파운드(약 1472억 원)의 세계 최고 이적료를 경신하며 자신의 우상이었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함께 뛰게 됐다. 이 액수를 유로로 환산하면 1억 174만 유로가 된다. 이적시장에서 '1억 유로의 사나이'가 탄생했다. 국내 여론에서는 베일 이적료에 대하여 거품이 아니냐고 지적한다. 과연 베일이 고액 이적료에 걸맞게 레알 마드리드의 새로운 핵심 선수로서 팀에 여러차례 우승을 안겨줄지 아니면 역대 최고의 먹튀로 전락할지 여부는 그의 앞날 활약에 달렸다.

 

2. 이적시장 대어급, 남미 출신 선수들에게 쏠렸다

 

베일이 역대 최고의 이적료를 기록했지만 대어급 선수들은 남미 선수들이 많았다.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높은 이적료를 기록했던 10명 중에 7명이 남미 출신이었다. 에딘손 카바니(6400만 유로, 파리 생제르맹, 우루과이 국적) 라다멜 팔카오(6000만 유로, AS 모나코, 콜롬비아 국적) 네이마르(5700만 유로, FC 바르셀로나, 브라질 국적) 하메스 로드리게스(4500만 유로, AS모나코, 콜롬비아 국적) 페르난지뉴(4000만 유로, 맨체스터 시티, 브라질 국적) 윌리안(3800만 유로, 첼시, 브라질 국적) 곤살로 이과인(3700만 유로, 나폴리, 아르헨티나 국적)이 거액 이적료를 기록했다.

 

3. 유럽 축구의 새로운 거상이 나타났다

 

올해 여름 이적시장이 흥미로웠던 것은 지금까지 부자 구단이라는 이미지와 거리감이 있던 팀이 이번 이적시장에서 많은 돈을 쏟았다. 한때 박주영 소속팀으로 유명했던 AS 모나코는 러시아 부호 드미트리 레볼로블레프 구단주에게 인수된 이후 막대한 이적 자금을 쏟아 부으며 팔카오-로드리게스를 비롯 주앙 무티뉴, 히카르두 카르발류 등과 계약했다. 도르트문트와 나폴리는 각각 마리오 괴체, 카바니와 작별하면서 엄청난 이적료를 얻은 끝에 여러 명의 대형 선수를 영입했다. 도르트문트는 오바메양-음키타리안-파파스타토풀로스, 나폴리는 이과인-알비올-카예혼-마르텐스-레이나(임대) 등을 영입하여 전력 업그레이드를 꾀했다.

 

4. 토트넘은 '거절햄'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토트넘하면 떠오르는 수식어가 '거절햄'이었다. 대형 선수 영입에 많은 관심을 가졌으나 다른 팀들에게 거절당하면서 붙여졌던 부정적인 이름이다. 하지만 토트넘은 이번 이적시장을 통해 거절햄에서 이적시장의 승자로 바뀌었다. 베일을 레알 마드리드에 내줬음에도 7명의 선수를 영입했다. 그 중에서 팀의 주력 선수로 거론되는 인물이 로베르토 솔다도(2600만 파운드) 에릭 라멜라(2570만 파운드, 옵션 500만 유로 제외) 파울리뉴(1700만 파운드) 크리스티안 에릭센(1150만 파운드) 에티엔 카푸에(900만 파운드)를 들 수 있다. 팀을 향한 충성심을 떠났던 베일을 팔기 위해 레알 마드리드로부터 세계 최고 이적료를 받아낸 것도 값진 소득이다.

 

5. 반전의 아이콘 : 아르센 벵거

 

아스널이 메수트 외질 영입에 5000만 유로를 쏟을 줄은 아무도 예상 못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 선수 영입에 어려움을 겪었던 클럽이 맞는지 의심 될 정도였다. 흔히 아스널하면 이적시장에서 '돈을 적게 쓰는 팀', '대형 선수 영입에 소극적인 팀'이라는 안좋은 이미지가 강하다. 과거 프리미어리그를 호령했을 시절에는 좋은 이미지였겠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아르센 벵거 감독도 유럽 축구의 현실을 받아들였는지 이적시장 마감을 앞두고 외질 영입에 5000만 유로라는 거액을 투자하며 마침내 그를 데려왔다. 외질의 5000만 유로는 프리미어리그의 이번 이적시장 최고 이적료다.

 

 

[사진=외질 옷피셜. 루카스 포돌스키와 메수트 외질이 아스널 유니폼을 함께 입고 촬영했다. 두 선수는 이제 아스널 동료가 됐다. (C) 루카스 포돌스키 페이스북(facebook.com/LukasPodolski)]

 

6. EPL 상위권 경쟁, 엄청나게 치열해졌다

 

아스널의 외질 영입, 토트넘-리버풀 같은 빅4 진입을 노리는 팀들의 활발한 선수 영입,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지지 부진했던 이적시쟝 행보를 놓고 보면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상위권 경쟁이 엄청나게 치열할 조짐이다. 빅4 경쟁권으로 분류되었던 팀이 잘하면 프리미어리그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현재 1위는 리버풀이다. 다만, 아직 3경기를 치렀기 때문에 남은 35경기가 어찌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반대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올 시즌 행보는 힘들 것이라는 여론의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소한 맨체스터 두 팀의 '2강' 체제가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잘하면 빅4가 새롭게 바뀔 수도 있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팀과 빅4를 쉽게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7. 루니-수아레스-레반도프스키-파브레가스, 잔류하다

 

일부 대형 선수는 자신의 거취 문제를 놓고 소속팀과 갈등한 끝에 잔류했다. 웨인 루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루이스 수아레스(리버풀)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도르트문트)가 그들이다. 세 명 모두 소속팀의 확고한 잔류 방침에 의해 어쩔 수 없이 팀에 남게 됐다. 하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향후 이적시장에서 거취 문제를 놓고 말이 많아질 수도 있다. 다만, 레반도프스키는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만료된다. 도르트문트의 라이벌 바이에른 뮌헨 입단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영입 관심을 받았던 세스크 파브레가스는 FC 바르셀로나에 잔류했다. 선수 본인은 고향팀에서 계속 뛰는 것을 원했다.

 

8. 박지성-카카-아비달, 친정팀에 복귀하다

 

친정팀 복귀로 주목받는 스타들도 있었다. 박지성은 8년 만에 네덜란드 PSV 에인트호번에서 뛰게 됐다. 1년 임대 자격을 얻으며 영건들이 즐비한 에인트호번에 노련미를 채울 예정이다. 팀이 6년 만에 에레디비에를 제패하는데 많은 공헌을 해줄지 기대된다. 카카는 4년 만에 AC밀란으로 돌아왔다. 비록 레알 마드리드에서는 부상과 부진으로 먹튀의 오명을 쓰게 되었으나 AC밀란에서 부활에 성공할지 기대된다. 내년 6월 브라질 월드컵에서 선발로 뛰려면 최소한 소속팀 활약이 중요하다. 에릭 아비달은 자신의 프로 데뷔 팀이었던 AS 모나코에 입단했다. 2000년부터 2002년까지 AS 모나코에서 활약한 이력이 있으며 이제는 친정팀에서 선수 생활의 아름다운 마무리를 꿈꾸게 됐다.

 

9. 박주호-홍정호, 한국 수비수들의 분데스리가 도전

 

이번 이적시장에서는 한국인 선수 두 명이 새로운 빅 리거가 됐다. 박주호는 FC 바젤(스위스)에서 마인츠(독일)로, 홍정호는 제주 유나이티드(한국)에서 아우크스부르크(독일)로 이적했다. 지난 시즌 손흥민-구자철-지동원이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두각을 떨치자 현지에서 한국인 선수의 가치가 높아진 영향이 크다. 박주호와 홍정호의 공통점은 수비수다.(각각 풀백과 센터백이지만) 한국의 수비수가 유럽 빅 리그에서 성공적인 활약을 펼치며 브라질 월드컵 경쟁력을 키울지 기대된다. 한편 구자철과 지동원은 원 소속팀 볼프스부르크와 선덜랜드로 돌아갔다. 류승우(중앙대)는 도르트문트 공식 오퍼를 받았으나 국내에서 기량을 연마하기 위해 입단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10. 손흥민 레버쿠젠 이적, 챔피언스리그 빛낼까?

 

손흥민은 레버쿠젠으로 둥지를 틀면서 구단 역대 최고 이적료(1000만 유로, 약 145억 원)를 기록했다. 도르트문트와 일부 프리미어리그 빅 클럽들의 영입 관심을 받았으나 브라질 월드컵 대비 차원에서 풍부한 실전 경험을 쌓기 위해 레버쿠젠행을 선택했다. 레버쿠젠으로 이적한 또 하나의 이유는 챔피언스리그다. 21세의 어린 나이에 챔피언스리그를 경험하며 자신의 뛰어난 재능과 풍부한 잠재력을 유럽 무대에 과시할 기회를 맞이했다. 챔피언스리그 32강 A조에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샤흐타르 도네츠크(우크라이나), 레알 소시에다드(스페인)과 격돌한다. 박지성에 이어 챔피언스리그를 빛낼 한국인 선수로 도약할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