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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리버풀의 맨유전 승리, 짠물 수비 효과봤다

 

리버풀이 '레즈더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와의 라이벌전에서 이기면서 프리미어리그 빅4 복귀를 향한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다. 한국 시간으로 1일 오후 9시 30분 안필드에서 펼쳐졌던 2013/14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 3라운드 맨유와의 홈 경기에서 1-0으로 이겼다. 전반 4분 다니엘 스터리지 결승골에 의해 개막 이후 3연승을 질주했다.

 

이로써 리버풀은 올 시즌 3경기 모두 1-0 승리를 거두었다. 상대 팀에게 실점하지 않는 '짠물 수비' 효과를 봤던 것. 특히 맨유전 승리는 올 시즌의 밝은 미래를 예고하는 상징적인 경기가 됐다. 축구에서는 수비가 강한 팀일수록 좋은 성적을 거두기 쉽다. 리버풀은 맨유전에서 전방 압박을 강화하며 상대 팀의 공격 흐름을 위축시켰고 로빈 판 페르시까지 봉쇄하면서 무실점 승리를 달성했다.

 

 

[사진=맨유전 1-0 승리를 발표한 리버풀 공식 홈페이지 메인 (C) liverpoolfc.com]

 

리버풀의 기선 제압 성공, 맨유의 전반전 부진

 

우선, 리버풀의 경기 시작이 좋았다. 전반 4분 스터리지가 선제골을 터뜨렸던 것. 제라드의 오른쪽 코너킥을 아게르가 헤딩 슈팅으로 연결했고, 그 볼이 골문 앞에 있던 스터리지의 머리를 맞으면서 골망을 흔들었다. 스터리지는 캐피털 원 컵을 포함하여 최근 4경기 연속 골(5골)을 터뜨리는 오름세를 나타냈다. 그 이후 리버풀은 전방 압박을 강화하며 맨유의 빌드업을 방해했다. 후방에 30대 선수들이 즐비한(비디치, 퍼디난드, 에브라, 캐릭) 맨유의 약점을 노린 것이다. 이들이 순발력에 부담을 느낄 것으로 판단하여 쿠티뉴-스터리지-아스파스-헨더슨 같은 젊은 선수들의 저돌적인 움직임을 강화했다.

 

이에 맨유는 이른 시간 안에 동점골을 터뜨리는데 실패했다. 전반 10분 웰백이 리버풀 왼쪽 공간에서 에브라와 짧은 패스를 주고 받은 뒤 왼발 슈팅을 날렸으나 볼이 리버풀 골키퍼 미뇰렛 정면으로 향했다. 3분 뒤에는 판 페르시가 골문 앞에서 퍼스트 터치 실수로 슈팅을 연결하지 못하는 장면이 있었다. 전반 15분에는 웰백이 문전에서 상대 수비수를 따돌려야 할 타이밍에 볼을 끌면서 슈팅이 존슨의 손에 맞았다. 하지만 주심은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페널티킥을 선언하지 않았다.

 

맨유는 전반 중반이 지나자 중원에서 공격이 원활하게 풀리지 않는 약점을 노출했다. 때때로 후방에서 롱볼을 날렸을 정도로 리버풀 압박에 고전을 면치 못했다. 2선에서는 리버풀 수비진을 공략하는 킬러 패스 혹은 스루 패스가 공급되지 못하면서 판 페르시가 봉쇄 당했다. 긱스를 오른쪽 윙어로 배치한 것도 매끄럽지 못했다. 긱스는 엔리케 견제에 막히는 바람에 볼 터치와 패스 횟수가 낮았다. 전반 33분에는 존스가 오른쪽 측면에서 오버래핑을 펼쳤으나 엔리케에게 공격을 차단 당하면서 공격 기회를 날렸다. 차라리 긱스가 중원에 베치되면서 팀 공격의 완급 조절을 맡았다면 맨유가 그나마 매끄러운 경기를 펼쳤을지 모를 일이다.

 

반면 리버풀은 공격 옵션 개인의 기교보다는 조직적인 압박을 강화하며 1-0 리드를 지켰다. 스터리지 선제골을 통해 이른 시간 기선 제압에 성공하며 전반 내내 원활한 경기를 펼쳤다. 확실한 우세를 위해서 추가골을 터뜨릴 필요가 있었지만 경기 내용에서 프리미어리그 디펜딩 챔피언보다 더 좋은 것은 의미가 있다. 전반전에는 맨유와 리버풀이 경고를 각각 3장, 1장씩 받았다. 맨유 선수들의 경기력이 잘 안풀렸다는 뜻이다. 전반 막판에는 판 페르시가 상대 팀 선수와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레즈더비, 리버풀 승리로 끝나다

 

맨유는 후반 초반에 점유율을 높이면서 리버풀의 수비 약점을 찾는데 신경썼다. 포백 라인을 하프라인 쪽으로 올린 상태에서 패스 범위를 좌우로 넓히며 상대 팀 선수들의 활동 반경을 분산시키는데 주력했다. 후반 5분에는 영의 오른발 강슛이 존슨의 몸을 맞추는 아쉬움이 있었으나 3분 뒤 발렌시아가 제라드를 뚫고 빠르게 오버래핑을 펼치는 위협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하지만 리버풀의 페널티 박스 안쪽에 상대 팀 선수들이 몰려있다보니 판 페르시에게 볼을 공급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리버풀이 맨유의 공격 패턴을 읽으면서 압박과 라인 간격 유지에 신경썼다는 뜻이다.

 

리버풀은 후반 15분 스털링을 교체 투입했다. 아스파스가 2선에서 공격의 활기를 불어넣지 못한데다 맨유가 경기 흐름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로저스 감독이 변화를 선택했다. 스털링이 왼쪽 윙어, 쿠티뉴가 공격형 미드필더에 배치됐다. 로저스 감독이 스털링을 조커로 내세운 또 하나의 이유는 공격 옵션의 테크닉과 순발력에 의해 맨유의 수비 뒷 공간을 파고들겠다는 뜻이다. 동점골을 넣기 위해 전진 수비를 취하는 맨유의 특징을 읽은 것이다. 실제로 스털링은 후반 20분 드리블 돌파를 통한 역습을 시도했다. 하지만 드리블이 너무 길어지면서 맨유 수비에 볼을 빼앗겼다.

 

후반 중반은 소강 상태였다. 두 팀 모두 공격이 원활하게 풀리지 않았다. 그 사이 맨유는 후반 18분 나니 투입을 통해 4-2-3-1로 전환했고, 후반 28분에는 에르난데스를 마지막 조커로 내세우면서 판 페르시와 투톱을 보게 했다. 하지만 후반 32분에는 나니, 후반 37분에는 에르난데스 슈팅이 미뇰렛 선방에 막히면서 동점골 기회가 날아갔다. 후반 43분에는 모처럼 판 페르시에게 골 기회가 찾아왔으나 슈팅이 골대 바깥으로 향하고 말았다. 맨유는 경기 종료 직전까지 공격이 원활하게 풀리지 못했고 리버풀이 1-0 리드를 유지한 끝에 승점 3점을 획득했다.

 

-리버풀vs맨유, 출전 선수 명단-

 

리버풀(4-2-3-1) : 미뇰렛/엔리케-아게르-스크르텔-존슨(후반 33분 위즈덤)/루카스-제라드/쿠티뉴(후반 31분 알베르토)-아스파스(후반 15분 스털링)-헨더슨/스터리지

맨유(4-4-2) : 데 헤아/에브라-비디치-퍼디난드-존스(전반 37분 발렌시아)/영(후반 18분 나니)-캐릭-클레버리-긱스(후반 28분 에르난데스)/판 페르시-웰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