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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손흥민, 맨유전에서 골이 필요한 이유

 

손흥민 소속팀 레버쿠젠이 2013/1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리그 조편성에서 A조에 배정됐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 이하 맨유) 샤흐타르 도네츠크(우크라이나) 레알 소시에다드(스페인)와 함께 홈&어웨이 방식으로 총 6경기를 통해 16강 진출을 다투게 됐다. 2011/12시즌 이후 두 시즌 만에 16강 고지에 오를지 주목된다.

 

무엇보다 32강에서 맞붙을 팀들의 면면이 만만치 않다. 맨유는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 우승팀이자 2007/08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이며, 샤흐타르 도네츠크는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16강 진출팀으로서 첼시에게 32강 탈락의 굴욕을 안겨줬다. 레알 소시에다드는 UEFA 리그 랭킹 1위 프리메라리가에서 지난 시즌 4위를 기록했던 팀이다. 레버쿠젠의 16강 진출을 쉽게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편으로는 레버쿠젠의 돌풍도 기대된다. 맨유는 모예스 체제가 처음으로 챔피언스리그를 치르는 불안 요소가 있으며, 샤흐타르 도네츠크와 레알 소시에다드는 이번 이적시장에서 팀의 핵심 선수를 잃었다.

 

 

[사진=손흥민 (C) 레버쿠젠 공식 홈페이지 프로필 사진(bayer04.de)]

 

국내 축구팬들에게 가장 관심을 끄는 이슈는 손흥민이 맨유전 두 경기를 치르는 것이다. 맨유는 데이비드 베컴(은퇴)이 에이스로 군림했던 시절부터 국내 축구팬들의 호감을 얻었던 팀이다. 2005년 박지성(현 PSV 에인트호번)을 영입한 이후에는 한국에서 '국민팀'으로 자리잡았으며 2007년과 2009년에 서울 월드컵 경기장에서 FC서울과 친선전을 치렀다. 비록 박지성은 지난해 여름 팀을 떠났지만 여전히 맨유를 좋아하는 한국 축구팬들이 많다.

 

손흥민이 맨유전에서 골을 터뜨리는 것은 한국 축구팬들이 원하는 시나리오일 것이다. 맨유는 프리미어리그 최다 우승(20회)을 자랑하는 잉글랜드 최고의 축구 클럽이다. 손흥민이 맨유를 상대로 득점을 올리며 레버쿠젠의 승리를 이끌면 유럽 무대에서 자신의 가치를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지금까지는 독일 분데스리가 내에서 두각을 떨쳤으나 이제는 챔피언스리그를 통해 유럽 축구를 빛내는 슈퍼 스타로 떠올라야 하며 특히 맨유전이 중요하다.

 

한때 손흥민은 맨유 이적설로 관심을 끌었다. 지난 2월 18일 맨유 구단 홈페이지 가십란을 통해 맨유 이적설로 주목을 끄는 선수들을 소개하면서 손흥민이 언급되었던 것. 그 중에 한 선수의 모습이 사진으로 등장했는데 바로 손흥민이었다. 지금도 맨유는 손흥민을 알고 있을 것임에 틀림 없다. 만약 손흥민이 올 시즌 챔피언스리그와 더불어 분데스리가에서 맹활약 펼치면 맨유를 비롯한 프리미어리그 빅 클럽들의 영입 관심을 받을 수도 있다. 올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레버쿠젠으로 이적하면서 클럽 레코드(1000만 유로, 약 147억 원)를 경신했으나 프리미어리그 빅 클럽들의 관심이 끝난 것은 아닐 것이다.

 

특히 맨유가 지난 1월 이적시장에서 윌프레드 자하를 1500만 파운드(약 258억 원) 영입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크리스탈 팰리스 소속이었던 자하는 2011/12시즌 칼링컵(현 캐피털 원 컵) 8강 맨유 원정에서 1도움 올리며 팀의 2-1 승리를 공헌했다. 맨유 수비진을 상대로 위협적인 몸놀림을 과시했던 것. 그때의 활약을 통해 '맨유에서 통할 수 있는 공격 옵션'이라는 인상을 심어준 것이 틀림 없다. 손흥민도 자하처럼 맨유전에서 자신의 기량을 충분히 보여줘야 한다. 공교롭게도 자하는 손흥민과 21세 동갑이다.

 

어쩌면 손흥민은 맨유전에서 맹활약 펼칠 수도 있다. 맨유 포백이 레버쿠젠의 스리톱(손흥민-키슬링-샘)을 봉쇄할지 의문. 손흥민의 매치업 상대로 유력한 맨유의 오른쪽 풀백 하파엘 다 실바는 과거에 비해 수비력이 좋아졌으나 여전히 기복이 심하며 때때로 수비 뒷 공간을 내주는 단점이 있다. 또 다른 오른쪽 풀백 필 존스는 부상이 잦다. 시드니 샘과 맞붙을 왼쪽 풀백 파트리스 에브라는 기동력과 체력이 관건이다. 맨유의 센터백 비디치-퍼디난드는 30대 초반 혹은 중반에 속한 나이를 놓고 볼 때 순발력이 따라줄지 의문이다. 레버쿠젠의 강점은 스리톱 중심의 빠른 역습이며 특히 스테판 키슬링은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 득점왕을 달성했다.

 

손흥민에게 맨유전에서 골이 필요한 이유는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손흥민의 골은 레버쿠젠이 맨유를 제압하거나 최소한 무승부를 기록하는데 보탬이 될 것이며, 레버쿠젠이 맨유를 상대로 승점을 얻을수록 16강 진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맨유가 챔피언스리그에서 지난 두 시즌 동안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을 거두었다는 점에서 레버쿠젠의 맨유전 승리를 기대할 수도 있다. 분데스리가의 챔피언스리그 오름세, 프리미어리그의 챔피언스리그 내림세를 놓고 볼 때 레버쿠젠이 맨유를 제압할 경쟁력이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네임벨류에서 맨유가 앞설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