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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챔스 탈락' 박지성의 두 가지 과제는?

 

많은 축구팬들이 원했던 PSV 에인트호번의 이변은 없었다. 2013/14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2차전 AC밀란 원정에서 0-3 완패를 당하면서 32강 조별리그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원정팀의 무덤' 산 시로에서 AC밀란을 이기는 것은 쉽지 않았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포함하여 지난 11년 동안 이탈리아 팀에 강한 DNA를 보여줬던 박지성마저 부진했다. 마티아 데 실리오에게 봉쇄당한 끝에 후반 15분에 교체됐다. 골닷컴 영국판에서는 박지성에게 양팀 최저 평점(1.5점)을 부여했다.

 

박지성은 '강팀 킬러'로서 그동안 강팀과의 맞대결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쳤으며 지난주 AC밀란과의 1차전에서도 선전했다. 하지만 강팀 킬러도 매 경기마다 잘할 수는 없었다. 축구는 개인 스포츠가 아닌 최고의 선수들이 하나의 팀으로 뭉칠수록 좋은 성적을 내는 단체 종목이다. 박지성 친정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였다면 AC밀란과 대등한 경기를 펼쳤겠지만(가장 최근에 맞붙었던 2009/10시즌 챔피언스리그 16강 1~2차전에서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모두 이겼다.) 에인트호번은 그렇지 않다. 케빈 스트루트만(현 AS로마)을 비롯한 일부 주력 선수들이 팀을 떠났던 공백을 이겨내지 못했으며 영건들 마저 빅 매치 경험이 적었다.

 

 

[사진=박지성 (C) PSV 에인트호번 공식 페이스북(facebook.com/PSV)]

 

에인트호번의 플레이오프 탈락은 예견됐다. 1차전 홈 경기에서 1-1로 비겼으나 여러 차례 골 기회를 놓친 것을 비롯하여 수비 집중력 부족, 견고하지 못한 압박으로 고전했다. 영건들이 많다보니 AC밀란에게 긴장하면서 평소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박지성의 선전이 주목 받았던 것은 에인트호번 선수들의 경기력이 전체적으로 매끄럽지 않았음을 뜻한다. 원정팀 AC밀란도 마찬가지였다. 홈에서 AC밀란과 힘겨운 경기를 펼쳤던 에인트호번이 2차전 원정에서 부진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개인 기량과 팀의 전술 능력 및 단합, 정신력, 경험에서 AC밀란에 역부족이었다.

 

AC밀란과의 2차전은 박지성의 마지막 챔피언스리그 경기일지 모른다. 올 시즌 종료 후 에인트호번과의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원 소속팀 퀸즈 파크 레인저스(이하 QPR)에서 남은 계약 기간 1년을 채워야 한다.(박지성은 에인트호번으로 임대되면서 QPR과의 계약이 1년 연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에인트호번으로 재임대되거나 완전 이적하지 않으면 QPR에서 뛰거나 제3의 팀으로 떠날 수도 있다. 하지만 잉글랜드 2부리그에 있는 QPR이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할 가능성은 없다. 내년이면 만 33세가 되는 박지성이 다시 챔피언스리그를 뛸 수 있는 방법은 다음 시즌에도 에인트호번 소속으로 뛰는 것이다.

 

그럴려면 박지성이 '두 가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째는 에인트호번의 유로파리그 돌풍을 주도해야 한다. 에인트호번은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탈락에 의해 유로파리그 조별리그에 합류하게 됐다. 30대 중반에 접어든 나이를 감안할 때 에레디비지에와 유로파리그를 병행하는 것은 체력적으로 쉽지 않다. 어쩌면 로테이션 멤버로 활용될 수도 있다. 그러나 경기에 뛸 때는 특유의 근면한 경기력으로 젊은 선수들의 분투를 자극하며 에인트호번 전력의 구심점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시나리오가 성공하면 언젠가 에인트호번이 박지성의 재임대 또는 완전 이적을 제안할지 모를 일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둘째다. 에인트호번의 올 시즌 에레디비지에 우승을 이끌어야 한다. 적어도 에인트호번에게는 유로파리그보다 에레디비지에가 더 중요하다. 아무리 유로파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달성해도 챔피언스리그에 비하면 수익과 사람들의 주목도에서 밀린다. 오히려 유로파리그에 집중할 수록 에레디비지에에서 지속적으로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유로파리그를 포기할 수는 없지만 에레디비지에 우승을 통해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리그 진출권을 획득해야 이번 AC밀란전 처럼 플레이오프에서 떨어지는 일이 없다.

 

에인트호번은 2007/08시즌 에레디비지에 우승 이후 다섯 시즌 연속 4-3-3-3-2위를 기록했다. 올 시즌 4연패를 꿈꾸는 라이벌 아약스의 2인자가 되어야 했다. 에인트호번이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빅 클럽이 되고 싶다면 다시 1인자를 되찾아야 한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수없이 상대 팀을 이기면서 많은 우승을 경험했던 박지성의 노련함이 에인트호번 경기력의 부족한 점을 채워야 한다. 에인트호번 선수들의 AC밀란전 경기력을 놓고 볼 때 네덜란드 챔피언이 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박지성이 앞으로 실전에서 보여줘야 할 것이 많다. 그래야 에인트호번 선수들이 박지성을 믿고 따라올 수 있다.

 

박지성이 다음 시즌 QPR이 아닌 에인트호번에서 뛰기 위한 최상의 시나리오는 올 시즌 소속팀의 에레디비지에 우승을 주도하는 것이다. 그 공로로 에인트호번에게 재임대나 완전 이적 제안을 받으면서 팀이 QPR과의 협상을 통해 원하는 결과를 얻으면 박지성은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32강 조별리그부터 뛸 수 있다. 선수 생활의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하기를 기대한다.